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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탈시설…연구’ 부모 의견 적극 반영하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2-23 14:03:09
보건복지부가 '장애인 탈시설과 자립지원 및 주거지원 방안 연구' 용역사업을 수행할 단체를 모집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늦었지만 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과 인권보호를 위한 정책이 조속히 수립되어 '장애인 자녀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는 염원을 해결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박수를 보낸다.

필자는 발달장애인 부모로서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 대부분이 발달장애인임을 감안할 때, 정부가 국정과제로 정할만큼 향후 장애인 복지에 큰 획을 그을 이 중차대한 사업이 행여 발달장애인의 실체에 무지한 채 이론으로 무장한 얼치기 전문가와 공무원에 의해 정책이 결정되어, 탈시설만 이루어지고 실생활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 우를 범할 수 있음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어쩌면 시설 거주 장애인 문제보다 더 심각하고 시급을 요하며, 모두가 원치 않는 시설에 보내고 싶어도 그마저 할 수 없는 재가 발달장애인 문제를 함께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가 보호능력을 상실했거나 경제력이 없는 40대 이상 재가 장애인들을 시설거주 장애인들과 지역사회에서 함께 생활하게 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 용역에 포함시켜야 하고, 시범 사업에도 재가 장애인을 포함 시킬 것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재가 발달장애인들이 거주시설의 잠재 수요자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장애인 복지 패러다임은 당사자 참여와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추세이고, 다른 장애 영역은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지만, 발달장애인들은 극소수의 경증을 제외하고는 스스로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거나, 의사 표현을 하더라도 사고력과 판단력이 결여돼 자신들의 요구를 완벽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업에는 부모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어야 하며, 특정 단체가 단독으로 연구 용역을 하게 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 부모단체와 공동으로 수행하게 하던가, 여의치 않으면 부모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발달장애인 복지에 대해서는 당사자보다 부모가 문제를 더 잘 알고 있고 그 준비도 부모 몫이다. 현재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 중에는 부모가 거액의 후원금을 지불한 사실도 부인할 수 없으며, 일부 시설은 부모들이 수천 만 원의 재산을 출연하여 법인을 설립하고 시설을 설치한 것은 당국도 인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부모가 거액의 후원금을 부담하고라도 자녀를 입주 시킬 시설이 있었지만, 지금은 탈시설화에 묶여 신규 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후원금을 부담하고도 입주 시킬 수 있는 시설도 없고 당국의 무관심으로 '자식을 데리고 함께 죽을 수밖에 없다'는 실현 불가능한 푸념을 하는 부모들을 수 없이 만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전부 책임지려 하지 말고, 부모사후에 자녀들의 양질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재력 있는 부모들이 재산을 출연하려고 하면 적극 유도하는 부모와의 협업 체계도 포함할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부모사후에 재산 상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장애인 자녀 몫이 탈취 당할 우려가 있으므로, 부모 생존 시 자녀를 위한 그룹홈으로 사용할 주택을 구입할 시 세금을 면제하는 제도로 부모들의 적극적인 재산 출연을 유도하라. 함께 부모들이 재산을 출연하여 그룹홈을 운영할 경우 세제 혜택과 운영비 지원 등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게 하여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강구하기 바란다.

이제 연구를 시작하면 이 사업이 언제 궤도에 진입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진행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의 결정된 정책에 반기를 들고 당사자와 부모, 인권 단체들이 결사반대할 수도 있고, 천문학적인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법만 제정해 두고 유야무야된 정책이 부지기수임을 우리는 그동안 피부로 느끼지 않았는가.

십 년이 소요될지, 백 년이 소요될 지, 아니면 탁상공론만 하다가 영원히 무산될 지도 모르는 사업이지만 모든 정책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에 최소한 모든 발달장애인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고, 당사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인권보호가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시설에 입주할 수밖에 없었고, 자립에 취약한 모든 발달장애인과 중증장애인들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정책이라야 한다.

또 한가지 우려되는 건 지금도 거주시설 부족으로 고령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고통을 가중 시키고 있는데, 탈시설화 논리에 신규 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갈 곳 없는 발달장애인들의 복지가 더욱 열악해 지는 문제다. 이를 해결하는 정책도 함께 추진하지 않은 절대 안 된다.

어떤 정책이든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시행 중에 법을 개정하고 제도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만큼, 거듭 강조하지만 지금까지의 많은 사례에서 보듯, 발달장애인에 대해 무지한 얼치기 전문가에 의해 이론에 치우친 실효성 없는 정책은 사양한다.

부모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라!

*이글은 권유상 전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처장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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