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에 장애인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에 관한 정책요구안을 전달하는 모습. ⓒ강민호

지난 3일 오전 11시 전북도청에서는 장애인 수십 명이 모여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렸다.

10월 27일 전북도 도정질문에서 송하진 도지사가 광역이동지원센터를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과 계획이 없었다.

내가 도정질문을 시켜봤던 인상으로는 전북장애인콜택시 문제에 대한 한완수 도의원의 질문에 담을 해야 하니까, 말하는 것처럼 느꼈다.

이러한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를 더 지켜볼 수 없어 수십 명의 장애인들이 모여 집회하게 된 것이다.

집회에 참여했던 참가들은 장애인들의 생명권과 같은 이동권을 보장하는 않은 전북도를 성토하였다.

전주와 장수를 제외하고 장애인콜택시가 야간운행 하지 않은 것을 현행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이 있었다. 또 3~4급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장애인 바우처택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것은 도정질문에서 한완주 도의원이 주장한 서울, 경기, 강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장애인 바우처택시제도를 도입해서 1~2급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더욱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집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버스요금으로 전라북도 전 지역을 다닐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와 함께 몇 가지 요구들이 담긴 정책요구안을 전북도에 전달하고 면담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당초에 전북도에서는 국장이 나와서 정책요구안을 전달받고 면담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정책결정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대중물류과 과장이 나왔다고 하면서 항의했다.

최소한 도지사의 직인이 찍힌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에 관한 권한을 위임하는 문서를 가져와야 되는 것 아니라고도 했다. 또한 집회 참가자들은 도지사를 만나야 되겠다고 하면서 4층에 있는 도지사실로 올라가려고 했다.

그때 낯익은 소동이 눈앞에 펼쳐졌다. 장애인들이 4층으로 올라가지 못하게 도청에 있는 모든 승강기들의 전원을 꺼버렸다. 그 바람에 집회 참가자들은 계단을 기어서 4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이런 소동은 작년에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라고 요구 하는 철야농성 과정에서도 있었다.

철야농성을 시작한 뒤 한 달 넘도록 도청에서 답을 받지 못하자 전북도의 장애인들은 도지사를 만나서 담판을 짓겠다고 하면서 도청4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그때도 전북도 도청에서는 모든 승강기들의 전원이 꺼지자 장애인들이 계단을 기어서 도지사실로 올라가는 해프닝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이었다.

심지어 계단을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과정에서 한 장애인에게 한 전경이 막말해서 사과했던 일도 있었다. 이번에도 계단을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과정에서 한 장애인이 전경에게 맞은 일로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내가 이날 소동을 보면서 역사는 반복되는 것처럼 소동도 반복되는 것을 알았다. 장애인들은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도민으로 보지 않은 전북도의 인식이 변화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 전북도가 장애인들을 도민으로 봤다면 도지사가 직접 나와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에 관한 정책요구안을 전달받고 면담도 했을 것이다.

전북도는 장애인들을 무리한 요구들을 하는 집단이라는 인식이 변화지 않았기 때문에, 도청에서 소동을 일으키는 폭도들이 되게 한 것이다. 이날에 소동도 작년처럼 도청에서 승강기들의 전원을 켜면서 끝났다.

이 소동이 끝난 뒤에 정책요구안을 전달하면서 이루어진 면담에서 전북도에서는 이번 달 중에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를 위한 TF팀을 구성하겠다고 하였다.

이번 소동과 작년 소동을 모두 지켜봤던 나는 전북도가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또 같은 소동은 계속 반복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승강기 전원이 껴져 도지사실로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들. ⓒ강민호

장애인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를 촉구하는 집회 모습. ⓒ강민호

계단을 막고 있는 모습. ⓒ강민호

*이 글은 전주에 사는 장애인 활동가 강민호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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