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우리는 무소불위 권력의 칼을 휘두르며 독재를 자행하고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정부를 향한 분노가 거대한 촛불이 되어 대한민국을 밝히고, 이 거대한 촛불이 이윽고 올해 와서 정권을 바꾸는 큰 힘을 발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때 작지만 강력한 빛을 내는 또 하나의 촛불이 여의도를 밝히고 있었다.

그 촛불은 장애인복지정책을 역행하고 장애인들의 목숨을 가지고 숫자놀이에 급급한 정부의 배신과 분노에 대한 장애인들의 투쟁이었다.

2011년 정부는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을 제정하면서 장애인의 지역사회 참여를 천명하며 ‘자립생활’을 장애인정책의 핵심과제로 선정하였다. 또한 ‘제4차 장애인정책 5개년 종합계획’에서 탈시설, 장애인 자립생활지원 강화계획을 내 놓았었다.

그런데 지난 해 정부는 자신들이 내놓은 장애인 복지정책에 역행하는 죄악을 저질렀다.

정부의 ‘복지 구조 조정’이라는 명목 하에 나온 ‘2017년도 예산(안)’에서 장애인의 자립생활의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의 예산을 동결하고 대상자 수를 확대하는 것에 그치는 반면, 장애인 거주시설의 경우 지원 입소자수 확대와 함께 예산을 증액하는 복지 후퇴 정책을 내 놓았다.

이는 자립생활의 근간을 뒤흔들고 장애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로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인단체들은 ‘2017장애인예산쟁취추진연대(이하 ’추진연대‘라 함.)’를 구성하여 2016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천막농성, 단식농성, 대규모집회와 함께 지역적 산개투쟁을 통해 전국적인 운동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운동과정 중 장애인정책을 담당하는 ‘장애인개발원’을 점거하여 농성을 진행하였다.

장애인개발원은 1989년에 출범하여 장애인복지법 제29조에 의거, 장애인복지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연구·평가 및 정책 개발, 복지진흥, 자립지원, 재활채육진흥 등을 수행함으로써 장애인 복지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보건복지부 산하 장애인복지관련 유일의 공공기관이다. 그러나 현재 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 복지연구 및 개발’은 뒤로한 체 눈에 보이는 ‘장애인복지 직접사업’에만 골몰하는 사업만능기관으로 전락하였다.

우리나라 장애인정책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장애인정책발전5개년계획’ 수립에 대한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으며, 중증장애인뿐만 아니라 소수장애인, 여성장애인들의 권익신장과 인권에 대한 고민과 관심을 갖고자 하는 노력조차도 하지 않았다.

이러한 본질과 역할을 잊은 ‘장애인개발원’을 향해 장애인당사자들의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의 소리에 귀를 닫았다.

장애인개발원에 대한 장애인들의 분노와 원성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추진연대는 장애인개발원 점거를 통해 그들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고 실효성 있는 장애인정책을 낼 수 있도록 하고자하였다. 점거농성은 9월 22일부터 23일까지 2일간 진행되었으며, 또한 장애인개발원 수뇌부와 장애인단체장들의 중재와 조정으로 긴 논의 끝에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냄과 동시에 점거농성을 마무리 지었다. 농성이 끝난 후에도 어지럽힌 농성장을 깨끗이 정리하는 등의 유종의 미를 거두는 듯 했다.

그런데 올해 3월 ‘장애인개발원’에서는 추진연대의 주관단체인 ‘(사)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의 상임대표 및 점검농성에 참여 했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일반교통방해’, ‘업무방해’의 내용으로 고소하였으며, 지난 9월 5일 법원에서 이들은 벌금형을 받았다. 분명 이 모든 것이 합의되었음에도 보건복지부와 장애인개발원은 ‘나 몰라라’식으로 발뺌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히 사기다.

점거의 형식이나 방법이 올바르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장애인의 편에서 그들을 대변해야할 장애인개발원의 이번 행태는 지난 정부에서 촛불집회, 4·16공동행동 등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불법집회로 보고 공권력을 사용하여 불합리한 악행을 자행했던 것과 별반 다르다고 볼 수 없다.

지난 정부는 무능과 불통의 정부였다.

지금의 장애인개발원도 장애인정책에 무능한 모습을 보이고 거짓말을 일삼으며, 장애인과 불통하는 등 설립취지와는 모순되는 기관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지난 정부는 국민의 힘으로 씁쓸하게 막을 내리고 무대 위에서 끌려 내려왔다. 그리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적폐청산’을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국민이 만든 정부’가 들어섰다. 공포정치를 통해 국민을 억압하던 시대는 끝난 것이다.

이제 장애인개발원은 지난 정부의 만행의 결과를 거울삼아 자성을 통해 장애인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새 시대의 도래를 외면하고 독불장군처럼 나아간다면 장애인개발원은 이름이 무색하게 장애인에게 철저히 외면 받은 채 자멸하고 말 것이다.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자기 결정을 통해 지역사회에 사회구성원으로 살고 싶다. 이것이 바로 자립생활의 이념인 것이다. 그리고 자립생활이 실현되는 그날까지 우리 장애인은 우리를 억압하는 부당함에 맞서 언제든지 싸워 나갈 것이다.

이번 기소사건에 대해서도 정당하고 온당한 결과가 나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장애인개발원은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 글은 한국자립생활대학 전정식 학장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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