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화장실 변기는 상체를 조금 움직이면 자동센서가 작동해 물이 내려간다. 이것만 보면 장애인 화장실은 엄청 좋은 시설이라고 말들한다. 하지만 자동센서가 장애인에게 결코 좋은 것 만은 아니다.

오늘 아침 가좌역 장애인 화장실에서 변기의 습격을 받았다.깨끗한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고 상체를 살짝 움직여줬다. 이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다가올 끔찍한 일을 상상하지 못했다.

볼일을 마치고 시원하게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는듯 하더니 물이 차오르는 소리가 꾸물꾸물 수상적더니 변기물이 넘치는 듯 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별거 아닐거야 스스로 위로하며 얼음 동작으로 멈춰 있었다.간절한 바람으로 엉덩이에 몇 방울의 물만 묻기만 바라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기다렸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왜 적중하는걸까.막힌 변기물이 느리게 차는 동안 그사이 얼음이된 몸이 너무 힘들어 살짝 움직였더니 야속한 자동센서는 다시한번 세차게 물을 뿜어 변기물은 넘치기 시작했다.

너무 당황해 밖에 있는 보조인을 부를수도, 비상벨을 누를수도 없는 상황이 되버렸다. 그 사이 변기속 오물은 변기밖으로 탈출하면서 엉덩이에 착 달라 붙었고 속옷과 바지를 흠뻑 적시고 중요부분까지 점령해 버렸다. 그뿐 아니라 화장실 바닥 곳곳을 오물로 덮어버렸다.

소리를 지르며 비상벨을 눌렀다.그 사이 밖에있던 보조인이 들어오고 역무원이 급하게 왔다.하지만 이미 넘치는 오물은 계속해서 넘처나고 바닥은 아수라장이 되버렸다.당황한 역무원과 보조인은 어찌 할바를 모르고 나를 안아 휠처어에 앉히려 했지만, 바닥이 미끄러워 쉽지 않았다.그런데 내 몸이 움직일 수록 물내림 자동 센서는 쉼 없이 작동하면서 변기의 역류는 계속됐다.

변기의 습격을 여러번 받아온터라 정신을 차린건 내가 먼저였다.이미 옷은 다 젖은 상태였기 때문에 역무원에게 수건을 부탁해 센서를 가리고 나서야 보조인과 역무원의 도움으로 간신히 변기에서 탈출해 휠체어에 옮겨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질 않았다.젖은 옷은 벗어야 했고 오물묻은 몸은 씻어야만 했다. 급한대로 중요부분만 수건으로 가리고 남자 장애인 화장실로 이동해 변기에 앉으려는 순간 좀전에 악몽이 제현될까 변기물이 잘 빠지는지 다시한번 확인하고 나서야 씻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참담함이 오늘만 있었던 일이 아니다. 서울역 4호선 장애인 화장실에서도, 종각역 에서도 그 밖에도 다중이 사용하는 장애인 화장실에서 여러번 경험한 일이다.

변기의 습격을 당하면서도 창피해서 어디에 하소연 하지도 못하고 혼자만 끙끙앓고 있었다.

오늘은 너무 화가나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동료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너도나도 아우성 이다.

신체 장애가 있는 사람은 변기의 역습을 피할 수 없다. 또한 변기의 역습은 여성장애인 에게 더욱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변기물이 넘칠때 그곳에서 서식하는 온갖 더러운 세균에 여성의 생식기는 그대로 노출되 각종 질병이 발생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여벌옷이 없다면 화장실에서 그대로 있을 수 밖에 없다.게다가 겨울철 이라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작년 겨울 4호선 장애인 화장실에서도 오늘과 똑 같은 경험을 했다. 그땐 남성 장애인 화장실에 사람이 있어서 서울역 기차역 대합실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까지 갈 수 밖에 없었다. 바지를 벗은체, 무릎담요로 대충 가리고 가는동안 얼마나 스치스럽던지 오만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장애인화장실 변기뒤 물내림 자동센서 설치는 강제 규정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공공 화장실 공사때 시공자의 편의대로 설치해 변기의 습격을 피할 수 없는 장애인에겐 참사가 발생한다.

일본의 경의 벽면 안전손잡이 있는곳에 자동센서를 설치해 손을 가져다 대면 변기물이 내려간다.

하지만 국내 공공시설 장애인 화장실 대부분은 변기 등받이 뒤 가운데 설치되 있어 손이 불편한 장애인은 이용이 불편하고 변기막힘을 모르고 사용할때 몸 움직임대로 폭탄 투하 하듯 물을 쏟아낸다.

그렇다고 세면대 샤워기가 있는것도 아니고, 오늘처럼 역무실에서 바기지를 가져와 변기에 앉은채 오물을 씻어내야 한다. 여벌의 옷이 없을경우 새 옷을 가져오기 전까지는 벗은 상태로 꼼짝없이 변기에 앉아 있어야 한다

자동화가 무조건 좋은 것 만은 아니다.막을 수 없는 자동물내림 센서.

변기의 습격 나만의 경험인가요?

*이 글은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전윤선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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