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상준씨의 일상홈 퇴소식. ⓒ에이블뉴스

한 달간의 훈련으로 이제는 제대로 된 삶이 시작 된 것 같다.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많이 배울 수 있었다.

2015년 9월 퇴근 후 도로 난간에서 떨어지는 낙상사고로 흉수 10번이 손상되었다. 하루아침에 척수장애인이 되었고 1년이 넘는 병원 환자의 삶에 적응을 하다 보니 집에 돌아갈 생각을 잊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끝날 것 같지 않던 병원생활 중 우연히 만난 한국척수장애인협회의 정보메신저를 통해 일상홈이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퇴원을 생각하니 두려움이 앞섰다. 어머니 역시 병원생활을 더 지속하기 원하셨다.

그렇게 일상홈 입소에 대해 한참을 망설이던 중 일상홈 담당자의 말이 떠올랐다. “어머니를 정말 위하는 일은 더 이상 상준씨 간병 안하게 해드리는 거예요”

몇 주의 고민 끝에 결국 용기를 내어 병원을 퇴원하고 일상홈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병원에서는 샤워하는 것 하나도 어머니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었지만 일상홈에 와서 스스로 샤워하는 요령을 배웠다. 직접 장을 봐서 밥을 하고 요리도 해보면서 사고 전엔 쉽게 했었지만 휠체어를 타고 시도해보지 못한 일들을 처음으로 해보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또한 자동차에 타서 휠체어를 싣는 훈련을 했던 것은 일상생활에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장애를 가지고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데는 직장생활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예전처럼 일을 하고 싶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찾아가 취업상담을 받으며 막막했던 나의 생각을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코치님들의 충고와 조언들이 앞으로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은 가르침을 주었고 휠체어를 타고 럭비, 사격, 탁구 등의 운동들도 할 수 있게 해주어서 값진 경험이 되었다.

심리적으로 위축되어있던 나에게 혼자서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심어주신 코치님들의 가르침을 잘 기억하고 간직할 것이다. 특히 사고 후 처음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갔던 경험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다치고 처음 했던 야구 관람과 영화관람, 그리고 혼자서 쇼핑했던 것도 큰 경험이었다.

일상홈에서의 시간은 잊고 있던 내 삶을 더 이상 낯설지 않도록 도와준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들처럼 일을 할 수 있고 운동도 할 수 있으며 여행도 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아직도 많은 삶의 날들이 남았기 때문에 많은 것들에 도전을 해보고 싶다. 의지하려고 하기 보다는 혼자서 부딪혀보고 해결해가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 것이다.

가끔은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도 차차 익숙해질 거라 믿는다. 이곳에서의 경험을 잘 간직해서 앞으로 다른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용기를 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홍대를 투어하고 있는 이상준씨. ⓒ에이블뉴스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 체험 중인 이상준씨. ⓒ에이블뉴스

싱크대에서 딸기를 씻고 있는 이상준씨. ⓒ에이블뉴스

*이 글은 지난 3월 일상홈을 퇴소, 집으로 돌아가 구직활동에 전념 중인 이상준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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