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좀 고지식한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요사이 개방적 성(性) 관념과는 대치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저도 사람인지라 상황과 여건에 따라서 소신이 바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제 기본적 원칙은 그렇습니다.

해서 원 나잇 스탠드 같은 풍토를 달가워하진 않습니다. 물론 원 나잇 스탠드 자체를 폄하할 마음은 없습니다. 시간이 얼마가 흐르건, 사랑은 언제나 완전한 것이며 인류 최고의 감정이니까요.

다만 필자가 원 나잇 스탠드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는 몇몇 사람들이 단순히 육체적 즐거움만 좇기 때문입니다. 그리 되면 성은 가벼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제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기사 하나를 며칠 전에 보게 됐습니다.

WH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녀를 가질 수 있는 종류의 성관계를 하지 않는 독신들과 동성애자들은 ‘장애인’으로 분류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참으로 어이없고 우스우며 한편으론 슬픈 이야기입니다. 아마 이런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데는 추측건대 두 가지 이유가 있으리라 봅니다.

첫째는 이 시대의 성 의식이 얼마나 그릇됐는가 하는 측면, 둘째는 장애와 장애인이 아직까지도 이 사회에서 희화화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말씀드리면 동성애자들의 입장은 제가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성은 단순히 오르가슴을 느끼게 하는 도구만이 아니라 생명 잉태의 절대적 조건임과 동시에 신비로운 일이며 그 일엔 무한 책임이 따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장애는 본인의 잘못도 부모의 잘못도 아닙니다. 필자 역시 장애 당사자로서 힘듦을 안고 살지만 그렇다고 세상에 해를 끼치고 살진 않는데 왜 성과 장애가 결부돼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WHO의 논리대로라면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어 오랫동안 솔로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장애인인 겁니까?

연애 고자, 결포자와 같은 단어로 씁쓸한 마음을 대신해야 하는 이들의 마음을 아십니까?

이는 장애인 당사자와 비장애인 모두를 우습게 만드는 일입니다. 이런 발표가 가뜩이나 경쟁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힘겨워하는 필부필부들에게 도리어 승자(Winner)와 패자(Loser)를 구분 짓는 행위라고는 보이지 않으시는지요?

말할 필요도 없지만 성은 신이 사람에게 주신 숭고한 선물입니다.

부디 다시는 성을 욕되게 하지 마십시오.

*이 글은 경기도 성남에 사는 독자 안지수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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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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