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 경찰서 '장애인성폭력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지 몇년 째지만, 아직 장애인 성폭력 사건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은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찰관들이 예방을 위해 꾸준히 활동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장애인 성폭력 사건은 절대로 발생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는 예방을 위해 위원회를 개최하고, 경찰관들이 잘 모르고 있는 부분은 장애인 복지 현장에 있는 위원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예방 대책을 수립한다.

과거 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에서 동네의 여러 사람들이 발달장애인을 성폭행 한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어 국민들을 경악하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스스로 피해를 표현하지 못하는 발달장애인들의 성폭력 사건이 노출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나마 대도시에서는 발달장애인들이 노출되지 않고 외출을 자주하지 않아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지만, 경찰의 예방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난 19일 경찰서 장애인 성폭력 대책위원회에서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청각장애 여성들이 성폭력 위험이나 위기 상황 대처에 어려움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청각장애 여성이 위험에 처하거나 긴급히 경찰의 도움이 필요해서 112콜센터에 청각장애인임을 밝히고 도움을 요청하는 문자를 발송하면, 경찰관으로부터 계속 전화가 걸려온다는 것이다. 청각장애인은 전화 통화가 불가능하니 위험에 처해도 경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단다.

또한 얼마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112에 신고를 했더니 잠시 후 인근지구대 순찰 경찰관이 전화로 정확한 사고 지점을 물어 와서 알려준 적이 있었다. 출동 경찰관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데, 청각장애인은 통화가 불가능하니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할 수가 없게 되고, 그사이 청각장애인은 범죄를 당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에 대한 경찰관의 답변은 112콜센터에서 신고를 받으면 즉시 무전으로 지구대 순찰차에 지령을 내리고, 지령을 받은 경찰관은 현장 확인이 우선이므로 신고 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112콜센터에서 지령을 내릴 때 청각장애인이라고 알려줬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설사 청각장애인이라고 알려준들 수화를 모르는 출동 경찰관이 할 수 있는 조치는 아무것도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청각장애인들이 범죄의 위기에 처하거나 긴급한 도움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 나는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수화통역사 자격을 소지한 사람을 경찰 직제의 정원 범위 내에서 경찰관으로 채용하고, 시·도 지방경찰청과 각 경찰서에 배치해서 기존 업무를 수행하면서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민원이나 긴급한 도움 요청 시 수화통역사로 업무를 수행하게 하자는 것이다.

전국에 280여 경찰서가 있고, 16개 시·도에 지방경찰청이 있으므로 400명 정도를 채용해서 각 경찰서에 한 명씩 배치하고, 16개 지방경찰청 112콜센터와 민원실에 나머지 인원을 배치해서 청각장애인이 도움을 요청하면 수화통역을 하는 경찰관이 영상통화를 통해 정확한 위치와 상황을 파악해서 지구대 순찰차에 지령을 내리면 비장애인과 다름없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더 많은 인원을 채용하면 그만큼 청각장애인들도 이용이 편리할 것이다.

수화통역사 자격이 있는 사람을 정원 외 별도로 수화통역 업무만 담당하게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원 범위 내에서 경찰관으로 채용하는 만큼 별도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 제도의 도입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이런 채용이 여의치 않다면 경찰청과 한국농아인협회가 협력하여 시·도 지방경찰청과 각 경찰서에서 적정 인원을 선발, 한국농아인협회 지방 조직에서 수화교육을 실시해 수화를 능숙하게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수화통역 업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에게는 수화통역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수립한다면 경찰조직에 더 많은 수화통역사를 확보하고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경찰에 제도가 도입된다면 2차로 전국 소방서의 119구급센터와 국민안전처 중앙재난안전상황실 등에도 같은 방법으로 청각장애인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나 소방관의 긴급한 도움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 수화통역사를 소방관으로 채용해서 도움을 주게 하자.

공권력은 소수 집단이나 약자들에게 우선 서비스가 제공 되어야 하며, 비장애인들은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휴대전화로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청각장애인들은 문명의 이기를 활용할 수 없어서 고스란히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면 이는 불공평하다.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된다면 그나마 청각장애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텐데 국회 통과가 어떻게 될지 그 운명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으니, 국회의원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국회의원들은 '한국수화언어법'을 조속히 제정, 청각장애인과 가족들의 삶의 질 향상을 지원하여야 한다.

거두절미하고 정부는 수화통역사를 경찰관으로 채용하라.

*이글은 권유상 전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처장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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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지체장애인이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1급 자폐성장애인이다. 혼자 이 험한 세상에 남겨질 아들 때문에 부모 운동을 하게 된 지도 17년여가 흘렀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수급대상자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장애인복지를 하니까 이런 거다. 발이 있으면 현장에서 뛰면서 복지 좀 하길 바란다. 아직까지 중증장애인들의 모든 것은 부모들 몫이다. 중증장애인들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장애인 단체들도 자신들 영역의 몫만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얻어먹을 능력조차 없는 중증장애인들에게 관심 좀 가져 주고, 부모들의 고통도 좀 덜어 달라. 그리고 당사자와 부모, 가족들의 의견 좀 반영해 달라. 장애인복지는 탁상공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 부모님들, 공부 좀 하세요.’ 부모들이 복지를 알아야 자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갑을 지나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혼자서 우리 자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힘이 모아져야 장애인복지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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