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현재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은 대략 252만 명이고, 그중에 1~2급으로 등록된 중증장애인은 59만 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보편적 복지가 아닌 등급에 따른 장애등급제와 가족에게 부양책임을 지운 부양의무제 때문에 똑같은 중중장애인이더라도 가정의 경제적인 차이로 인해 많은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 때로는 생존마저 위협받으며 살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비장애인이었을 때 장애인을 바라보는 내 시각은 “장애인들은 장애 때문에 힘들게 사는 사람”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장애인, 그것도 중증의 장애인이 되고 보니 장애라는 자체보다 그에 따른 차별과 편견, 그리고 정부의 복지부재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더 고통스럽고,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법정 장애의 종류는 15가지 유형으로 신체외부(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안면장애) 6종류, 신체내부(심장장애, 간장애, 신장장애, 호흡기장애, 장루요루장애, 간질장애) 6종류, 정신적장애(지적장애, 자폐성장애, 정신장애) 3종류이다.

그리고 유형에 따라 경증과 중증으로 나뉘는 데 장애가 중증이면 중증일수록 의료비, 재활치료비, 재활운동기구비, 의료용품비, 보조기구비, 장애용품비, 장애아동은 추가로 특수교육비 등 경제적인 비용이 늘어 개인과 가정에 큰 부담이 된다. 또한 중증의 장애인은 누군가가 옆에서 24시간 도와줘야 하는 데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가정은 간병인을 둘 수 있지만 한 달에 최소한 200만원이 넘어 비용부담이 커서 대부분은 부모가 직접 24시간 지켜보고 도와줘야하기 때문에 중증의 장애인이 있는 가정은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게 사는 경우가 많다.

중증의 장애인들은 장애용품과 보조기구를 수시로 구입해서 써야 하는데 휠체어만 하더라도 기능과 재질, 종류에 따라 가격이 적게는 30만원부터 많게는 500만원이 넘는 고가까지 다양하다. 휠체어를 사용해야하는 장애인들은 자신의 장애와 활동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휠체어를 써야한다. 그러나 정부에서 휠체어를 구입할 때 지원해 주는 비용은 38만원 밖에 되지 않아 자신에게 맞는 휠체어가 고가라면 큰 비용부담 때문에 자신에게 맞지 않더라도 싼 휠체어를 구입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내가 사용하는 장애용품

전신마비장애인으로 내가 사용하고 있는 장애용품, 의료용품, 보조기구는 휠체어(185만원), 전동휠체어(680만원), 욕창방지용 방석(50만원), 욕창방지용 에어매트(20만원), 정형신발(25만원), 마우스스틱(12만원), 손 보장구(8만원), 넬라톤 용품(1년에 20만원) 등을 사용하는데 몇 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구입을 해야 해서 비용부담이 만만치가 않다.

고가의 보조기기

그런데 다른 중증장애인과 비교하면 오히려 나는 약과다. 박승일 전 농구코치 때문에 잘 알려진 루게릭 환우들과 이와 유사한 근이영양증 장애인들은 스스로 폐호흡을 하지 못해 인공호흡기라는 기계로 호흡을 해야 하는데 산소를 공급 하는 의료기기가 수천만 원이고,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쓰는 퀵 글랜스(눈으로 작동하는 마우스)도 천만 원 가까이하는 고가의 보조기구라서 큰 비용이 든다.

부양의무제

우리나라의 장애인을 위한 복지지원은 OECD 회원국의 3/1수준으로 상당히 낮다. 그런데 늘려도 모자랄 판에 부양의무라는 제도를 만들어 국가에서 지원해야할 복지를 가족에 떠넘기고 있다. 그러다보니 평범하게 살다가 한순간의 사고로 중증의 장애인이 되면 많은 의료비와 고가의 장애용품비 부담 때문에 어느 순간 가정의 경제가 어려워진다.

장애 아들의 수급권을 위해, 아픈 배우자에게 수급권을 주기위해, 자녀들에게 부담 줄 수 없어서, 자녀들의 소득 때문에, 수급자에서 탈락해서 자살을 선택해야하는 사회, 바로 부양의무제라는 악법 때문이다.

많은 의료비와 고가의 장애용품비 부담 때문에 수급권자가 되어야하고, 수급권자가 되도 부모나 형제자매가 돈을 벌면 수급권자에서 탈락할까봐 고민하고, 탈락하면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현실...

국민의 생명보다 대기업과 기득권층의 이익이 먼저인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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