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방송 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는 신애라 씨가 출연한 2회 차 분량이 전파를 탔다.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담백하고 진솔하게 풀어서 개인적으론 인상이 깊었다.

특히나 인상이 깊었던 부분은 잠깐 이야기 한 장애인에 대한 소견이었다. ‘무언가 두렵고 어려운 존재가 아닌 다른 면이 있는 분’이라 말하며 도움을 주고받으며 서로 같이 살아가는 것이라고 했던 부분이다. 그 말을 하는데 가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입양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었다. 그녀는 장애인에 대한 생각에 이어 바로 이어서 입양도 마찬가지라고 말하며, 입양은 어렵고 힘든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신애라 씨가 입양한 두 딸인 예은, 예진 양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에 대한, 그리고 입양에 대한 신애라 씨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들으면서 나는, 얼마 전에 재확인 된 부모가 장애아를 낙태할 자격이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문득 떠올랐다.

요즈음은 특히나 젊은 세대들의 충동적 ‘원 나잇 스탠드’가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낙태(落胎)의 빈도도 늘고 있는 추세인데, 낙태의 이유가 ‘아이의 장애’ 때문인 경우가 많은 것을 보고 필자는 상당히 안타까워하고 있던 찰나에 내려진 판결이라 반가웠다.

부모(父母)가 된다는 건, 책임이 수반되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필자의 어머니 말씀이 ‘부모는 자녀를 낳는 그 순간부터 책임감을 놓지 못해 아이에게 올인하게 된다.’고 말씀하신다.

어릴 적부터 먹이고 입히는 일부터, 교육에 그리고 갖가지 뒷바라지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이다. 많이 죄송하고 맘이 아프지만 어쩌면 이것이 부모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필자의 부모님도 그리 하셨고, 또 나 역시도 훗날 내 아이에게 아낌없는 희생을 해야 하리라.

이렇듯 세상 모든 부모들은 위대하지만 특히나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어머니는 보통의 부모님들보다 몇 천배는 더 위대하다. 여느 아이 같으면 돌이 지나면 걸음을 걷고, 조금 더 지나면 대소변을 가리며 아무 제약 없이 생활하는데 중증장애인의 경우 성인이 돼서도 일상생활에 전반을 도와야 하는. 그런 힘들고 고된 삶을 살면서도 단지 부모라는 책임 때문에 모든 수고를 감내해야 하는 이 땅의 어머니 아버지….

힐링캠프에서 신애라 씨는 딸인 예진 양의 친구들에게 입양을 이야기 하면서 ‘자주 있을 수 없는 특별한 관계’라며 미화 시키며 이야기 했다고 했다. 하물며 입양도 특별한 관계인데 장애인 친자(親子)는 오죽할까?

몇 천배의 책임과 무거운 맘을 매일 선사해 드리는 본인의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가 가당키나 할지 의문이 들지만 분명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도 ‘한 생명’이며, 그 생명은 특별함에 틀림없다, 그 아이가 어떤 가정에 찾아 온 건 무언가 의미가 있는데. 장애 때문에 그 의미도 발견하지 못한 채 잠든 아이들이 많다는 게 안타깝다.

부디 이제부터라도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며 이 글을 쓴다.

*이 글은 경기도 성남에 사는 독자 안지수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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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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