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가 있는 자식을 둔 부모들이 항상 걱정하는 것은 장애자녀를 남겨두고 부모 모두가 세상을 떠나면 내 자식은 누가 그 평생을 돌보아 주나 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 입법화된 성년후견제도가 그런 부모의 걱정을 해결하기 위한 방도라고 하지만 과연 그런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하는 미국의 경우를 보면, 이러한 목적으로 부모가 후견인 제도를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발달장애인에게 후견인이라면 대개 그의 신상에 관해서 당사자를 대신해서 결정해 준다. 예를 들어 의료적인 결정을 생각 할 수 있다.

재산에 관한 후견인이 설정 될 경우도 있다. 그것은 부모가 이미 세상을 떠난 후 발달장애인이 상속이나 부모의 생명보험금을 받게 됐을 때 법정이 그의 재산후견인을 설정하도록 명하게 된다. 이유는 재산이 갑자기 장애인에게 생김으로써 그가 받고 있던 무상 서비스가 유상이 되며, 더욱이 그가 아직 받은 의료서비스를 소급해서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산후견인을 설정하고 유지하는 것은 비용이 상당히 드는 반면, 실제로 부모의 걱정을 해결해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러면 미국에서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은 죽을 때 안심하고 눈 감을 수 있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할까? 특수욕구신탁(Special Needs Trust)을 설정한다. 이러한 신탁은 법에 의해서 제도화되어 있다.

이 신탁제도의 요점은 첫째 정부로부터 받는 공적 서비스 이외의 보충의 용도로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학교 등록금, 여행비용, 취미 생활, 공적 의료보험이상의 의료 서비스를 들 수 있다.

둘째 신탁의 자산은 수혜자인 장애자녀의 재산으로 간주되지 않아 모든 공적 무상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격에 변화가 없다. 미국에는 부양가족의무제도가 없기 때문에 성인 장애인 의 수혜자격은 부모의 재산정도에 상관없이 그 장애인의 재산과 소득만을 고려하게 된다.

셋째 신탁을 운영할 수탁위원(형제, 이웃, 금융기관, 비영리 단체, 변호사)과 신탁조항은 부모가 전문 변호사의 도움으로 설정한다.

마지막으로 신탁 조항의 예를 들면 ▲수혜자(장애자식)를 대신할 비영리 단체 설정(수혜자에게 직접 지불 할 수 없다) ▲수혜자의 권익옹호를 위한 복지사 설정. 복지사는 주기적으로 장애인을 방문하고 위원회에 보고. (비용은 신탁자산에서 지불함) ▲장애 자녀의 사망 후 잉여자산의 상속 및 처리, 수탁자의 유고시를 대비한 예비 수탁자 설정이 있다.

현재 한국에 있는 장애인신탁이라는 신탁상품은 그 자체에 미비한 점이 많아서 출시된 지 수년이 지난 지금에도 별로 사용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미국에 특수욕구신탁(Special Needs Trust)을 위한 법적인 제도가 있듯이, 한국에도 그에 상응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때 장애자녀를 둔 부모의 시름을 해결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 글은 미국 시카고에 사는 장애인 부모이자 국제발달장애인협회(IFDD) 대표인 전현일씨가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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