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안의 화제는 단연 순위경쟁 프로그램이라고 하겠다. '슈퍼스타 K'를 필두로 이어진 순위 프로그램 바람은 '위대한 탄생', '코리아 갓 텔런트'에 이어 '나는 가수다'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그 사이 많은 신생 연예 지망생과 숨겨진 재능을 가진 가수들이 탄생했고, 아쉬운 탈락자가 우리 곁을 스쳐갔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개방 적인 분위기 확산에 따라 몇몇의 시각장애인들도 이러한 순위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자신의 실력을 겨루기도 했다.

그런데 그러한 프로그램을 대할 때마다 필자의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만드는 장면이 있다. 어느 유명 연예 가수 심사위원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느니, 눈물의 도가니로 가득했다는 식의 기사 문구가 그것이었다.

감동의 노래가 사람의 마음과 눈물샘을 자극할 수는 있다. 하지만 방송사별 경연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시각장애인의 출연 때마다 유독 심사위원의 눈물이 샘솟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은 응당 그것이 장애라는 난관을 딛고 이 자리에 서게 된 장애인의 노력이나 애환이 심사위원에게 함께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꼭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 인간이 가진 나쁜 습성 중 하나로 고정관념이라는 것을 들곤 한다. 어떤 사건의 초기에 경험한 내용을 고정불변한 진리로 받아들여 더 이상의 변화를 거부하는 왜곡된 프레임과 가치관을 이르는 용어인 고정관념은 첨단 정보화 사회라고 하는 오늘날 우리 주위에서 순간순간 우리 자신의 발목을 붙잡곤 한다.

이러한 고정관념의 폐해는 종종 언론을 통해서 확대 재생산되고 각인되곤 하는데, 그 중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언론의 시각은 극히 경직된 두 가지의 형태로 나타나곤 한다. 하나는 불쌍한 '불구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불굴의 '승리자'들이다.

불쌍한 불구자들은 스스로 아무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른바 '비장애인'들이 도와주어야 하는 일방적 자선의 대상이 된다. 반면 불굴의 승리자들은 평범한 장애인들이나 비장애인들이 반드시 본받아야 할 모범적 인간상으로 제시되는데, 언론은 이런 태도를 통해 다음과 같은 관념을 강요한다.

'당신들에게 우리와 동등한 수준의 경쟁 조건을 제공해 줄 수는 없지만 만약 장애인들 중 초인적 노력으로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살아남는다면 그들에게 온갖 칭찬과 함께 눈물을 흘려주겠다.'

장애인들을 이와 같은 두 가지 틀 속에 고정시키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불쌍한 불구자로 고통스런 하루를 살아가지도 않지만 불굴의 승리자처럼 뛰어나지도 않으면서 평범한 비장애인들처럼 묵묵히 하루를 생활하고 싶어 하는 장애인들이 이 사회에서는 훨씬 많다.

그러나 고정화된 이 사회에서 불쌍한 불구자나 불굴의 승리자에 해당되지 않는 대다수의 장애인들은 소위 말하는 이야기 거리가 되지 않는 무관심한 대상들일 뿐이다.

그들에게 있어 불굴의 승리자들이 경험하는 기쁨과 성취감은 도저히 넘볼 수 없는 남의 일일 뿐이며 현재의 국가가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까지 악용되고 만다.

이러한 프레임 속에서 설사 장애인이 노력과 실력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 할지라도 사람들은 '장애인인데 이 정도도 대단하지'라는 자신들만의 별도의 잣대를 통해 눈물을 닦아가며 장애인을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불공평한 잣대와 감성에 기댄 눈물은 오히려 이 사회가 장애인의 진정한 사회 참여와 통합을 위해 가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

비장애인들에 의해 포장되고 왜곡된 배타적인 고정관념은 진정한 평등과 통합을 희망하는 현대 복지국가에서 꼭 넘어야 할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시민단체들과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과거의 구습과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획일화된 외모와 몸매에 의존하는 미스코리아 대회에 반대하는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의 개최나 자신의 외모적 콤플렉스를 떳떳하게 내세우며 노래 실력으로 승부하려는 가수의 등장 등은 이 시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시각장애인은 반드시 검은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꼭 점자를 잘 읽어야만 성실한 사람으로 간주되는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시각장애인이 혼신을 다해 부르는 노래를 그 자체만으로 당당하게 실력을 평가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부지불식 중에 우리에게 유입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에서 그들과 함께 하고 그들의 모습 자체를 보듬어 안고자 할 때 비로소 대다수의 장애인이 바라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이 글은 대전맹학교 문성준 교사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기고를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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