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주택 신청했더니 승강기가 없는 다세대 주택의 2, 3층 등 생활하기 힘든 곳을 배정해 줬다. ⓒ김병민

사회복지시설에서 20여년을 지냈다. 자립생활 이념을 접하게 되면서 어렵게 퇴소할 결심을 하고 지역사회에 나와서 산지 이제 4년차다. 나름 열심히 자립생활을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자립생활의 이념과 현실의 일상은 ‘이상과 현실의 차이’라고 하는 비유만큼이나 어려움의 연속이라고 표현하면 적절할 듯하다.

얘기하고 싶은 것은 그 중에 대표적인 주거문제를 토로하고 싶어서다. 매달 적은 기초생활수급비를 가지고 지출 계획을 빠듯하게 세우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지불해야 하는 월세를 아낄 요량으로 주민 센터에서 날라 온 매입주택 신청을 했다.

뭐든 없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신청의 기회라는 게 그만큼 된다는 보장도 희박하기에 신청만 충실히 한 후 혹시나 하는 기대만 하면서 기다렸는데, 그게 당첨이 되었다는 통보를 받게 됐다.

늘 고만 고만한 일상의 흐름에서 이것은 큰 소용돌이라고 할 만큼 기분을 업 시키기에 충분했었다. 그러나 선택만 하면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제시된 7개의 주거형태는 승강기가 없는 다세대 주택의 2, 3층이거나 아무리 주거 진입을 위한 개조를 하려고 궁리를 해도 안 되는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온갖 기대에 차 서 전동휠체어로 언덕을 오르내리고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누볐건만 남는 건 실망과 행정당국에 대한 원망만 들 뿐이었다.

뇌병변 1급 장애인에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것은 서류상으로나 신청할 당시 이미 파악이 된 사항일 테고, 대체 이런 아이들 장난도 아닌 상황을 어떻게 정리를 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

담당자와 통화를 하고, 겪은 설명을 했지만 뭐 방법이 없다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만을 늘어놓고는 아직 두 번의 기회는 더 줄 수 있다는 친절한(?) 얘기만 하면서 “장애상태를 고려해서 배정해 주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제도나 담당 부서의 행정력이라는 것이 터무니없게 운영되고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씁쓸하게만 여겨졌다.

*이 글을 보내오신 김병민(경기도 성남)씨는 자립생활을 실천하기 위해 시설에서 나온 중증 뇌병변장애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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