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뜬금없지만 오래토록 생각해 온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바로 장애인을 주제로 한 방송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장애인 분들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은 잘 보지 않습니다. 이유는 저 또한 장애인이고 제가 만난 분들에 대해, 그리고 굳이 만나지 않았다 해도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데 시간을 내서 볼 필요성을 못 느낍니다.

이상하게 여기실 수도 있지만 그 프로그램들을 보고 있자면 속이 상하거든요. 동질감 같은 것은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방송에서 보이는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더 좋은 방송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지 많은 고민을 했는데 그 중 몇 가지만 공유할까 합니다.

첫째, 방송에서 장애인 분의 이름을 아랫사람 대하듯 부르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직업에도 귀천이 없듯 사람도 귀천이 없습니다. 따라서 장애 유무에도 귀천은 없지요. 전 공중파에서 장애인 분의 이름을 부를 때 아무개 씨로 불리는 것을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현 공중파 다큐에서 대부분은 그 분의 이름만이 들려질 뿐입니다. 예를 들어 기봉이, 희아 등. 물론 그 부분은 이렇게도 해석 가능합니다. 그 프로그램을 보는 이들 즉 시청자로 하여금 친숙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요소일 수 있습니다. 만약 순수 그런 의도라면 할 말은 없지만 다큐는 그 사람의 삶을 조명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이가 어리고 많음에 관계없이 호칭을 붙여주는 것이 옳은 것 같습니다. ~씨, ~군, ~양 등. 그런데 이와 같은 일이 장애인 여러분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이 제가 이 부분을 특히 아쉽게 여긴 이유 중 하나입니다.

장애의 종류는 많습니다. 지적장애, 운동장애, 근위축증 등 많은 종류의 장애를 안고 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세밀하게 들어가면 몇 십 몇 백의 장애 수가 되는데 그냥 간단하게 나누었습니다.

그 중 어떤 장애를 안고 살아가시든 그 분들 모두는 존중받아 마땅한 분들입니다. 우리나라엔 호칭 문화가 특히 발달 되어 있습니다. 형과 누나 같은 호칭을 달고 사는 우리나라에서 그저 아무개 씨라는 호칭만 붙여 불러주시면 좋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둘째, 실생활을 찍어야만 하는 휴먼다큐에서 부디 장애인 분들의 민감한 부분 즉, 용변을 보는 장면이나 샤워하는 장면 등은 촬영을 피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굳이 많은 설명을 덧붙이지 않겠습니다. 더구나 이와 같은 일은 비장애인을 촬영할 때는 있을 수 없는 일일 것 같습니다. 용변이나 세면은 가장 민감하면서 가장 편해야 하고, 다른 면으로는 추하게 보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가끔 지적장애와 함께하는 분의 부모님은 그 부분에 있어서도 용인해 주실 때가 있는데 그런 상황 아니고서야 최대한 본인이 원하는 방향과 제작진이 원하는 방향을 잘 논의한 뒤 합의한 후에 촬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장애인 분들이나 노약자 분들을 조명할 때 슬프게 보이지 않도록 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쎄요. 방송국은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곳입니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방송사를 보게 만드는 것이 관계자들의 임무이지요. 그래서 어떻게든 신선하거나 혹은 자극적이거나 편안한 아이템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헌데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는 어찌 된 일인지 전부 슬픈 분위기로 흘러갑니다. 음악도 하나 같이 ‘You raise me up’이나 ‘Secret Garden’의 곡들이 주를 이룹니다. 물론 요즘 시대가 소외된 계층이나 소위 '약자'에 관대치 못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한 번쯤 돌아보라는 의미가 담겨 있긴 하겠으나 실생활이 어렵고 찌들수록 더욱 당당하게 맞서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보는 이들에게 알려 주는 프로그램도 나오길 기대합니다. 그래서 마무리가 짠한 다큐멘터리 말고 볼수록 힘이 나는 다큐도 보게 되길 기도합니다.

마치려 합니다. 언제나 생각이 드는 겁니다만 저 하나의 생각이 모두를 만족 시킬 순 없습니다. 그래도 언제나 조금은 다른 생각과 시각으로 바라보는 저를 통해 많은 이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이 되었길 바랍니다.

우리는 누구나 존중 받아야 합니다. 지금 이 시간, 어느 곳에서 누군가가 부당한 차별을 받고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세상의 잘못이며 우리의 잘못입니다. 왜냐하면 그 기준은 우리가 만들어 낸 그릇 된 잣대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경기도 성남에 사는 독자 안지수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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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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