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모습은 같으나 같지 않으며

우리의 마음은 같으나 같지 않으니

이것이 모두 그대들의 생각이니라.

불편함에 절어 제약이 있지만

무능하지는 아니하니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

이것이 곧 나와 우리 모두의 생각이니라.

그대는 어찌하여 좁은 생각을 갖고 있는가?

모습이 다르다 해도 생의 행로는 별반 다르지 아니한데

어찌하여 그러는가?

나는 다르지 않다 한적 없네.

평등하다 한적 없네.

다만 나는 그대와 같이 가자 한 것일세.

내 사랑하는 그대여.

이래도… 이래도…

나와 동행할 생각 없는가?

<우리의 모습은 같으나 같지 않으며> - 自作詩

평소에 아무리 목청 높여 외쳤던 소통의 원활함, 그리고 평등(平等)…. 이것을 인정해주고 포용해주는 단 하루, 바로 오늘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다. 아침 주부대상 프로그램에는 장애인 패널들이 출연해 저마다의 삶과 꿈을 나누고 거리에는 장애인 관련 행사들이 즐비하다. 일찍 서둘러 다녀 온 서점에는 내 친구이자 에이블뉴스의 칼럼니스트였던 원영이의 책도 보인다. (사실 내가 먼저 출판하려고 했는데.)

오늘 하루는 특별한 날이 아니다. 그저 지나가는 1년 중 하루에 불과하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여느 때와 같다면 소홀해지고 약자로만 여겨지며 나와는 별로 상관없는 사람들로 여겨질 것이 분명한데…. 아, 참! 오늘 장애인의 날이라고 앞서 말했었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현상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만은 아니다. 1년 365일 동안 장애인들은 자신이 가진 장애라는 굴레와 함께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불편한 내색 한 번 비치는 적이 없다. 그저 본인이 버텨야 할 친구나 동료라 믿고 하루하루 묵묵히.

그리고 가끔 ‘내 마음은 그대들과 같으니 그대들과 살 섞으며 불완전하게라도 좋으니 함께 굴러가고 싶소’라고 말할 때조차 사람들은 바라보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정반대의 상황이 발생하니 아리송하기까지 하다. 그렇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어찌 그것에 귀천이 있으랴. 하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간과하는 모습을 보면 많이 안쓰럽다.

필자는 장애인의 날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의미부여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오늘’ 의 의미를 둔다면 필자는 매일매일이 장애인의 날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도 언제든 불의의 사고로 인해 몸이 부자유스러워질 수 있다. 내가 동정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던 한 사람의 모습이 될 수도 있음을 유념하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가 장애인들이 소리쳐 말하지 않아도, 절규와 오열을 일삼지 않아도 장애인을 생각할 수 있다면 모두의 마음속에 하루하루를 장애인의 날로 삼자. 그리고 더 나아가서 내 이웃을 생각하고 돌보는 일이 자랑거리가 되지 않는 그런 나라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 글은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에이블뉴스 독자 안지수님이 보내왔습니다. 안지수님은 "살아 있는 한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나다"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누구나 기고하실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