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광장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석암재단 시설장애인들. ⓒ에이블뉴스

오세훈시장님께 드리는 석암재단 시설생활인의 편지

“오세훈 시장님, 우리도 인간이니까 사회에서 동등하게 살게 더 잘 해 주시고, 우리가 투쟁을 해도 이유가 있는 투쟁이니까 우리를 너무 나쁜 눈으로 보지 마시고, 시장님도 건강하셔서 내년에는 좀 더 우리가 편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시설에서 사는 건 답답한 게 한이 없지요. 시설은 공간이 좁잖아요. 우리들 마음이 우물 안 개구리 같습니다. 시설에서 보던 사람들 또 보고 또 보고 하니까 참 답답합니다. 넓은 세상 볼 수 있도록 해주세요. 산골 같은 데로 시설 이전 하는 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설 사람들 중에서 거기 가는 거 좋아하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시설) 건물을 저기 산골에 짓지 마시고, 서울하고 가깝게 좀 지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활동보조 서비스 시간도 좀 늘려주시고, 콜 택시도 이동하기 편하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상버스 조금씩 많이 늘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가게에 잘 들어갈 수 있게 편의시설도 해주세요. 밥 먹으려고 나오면 턱이 많아서 들어가기 힘들어요.”

“이제 산 속으로 이전한다고 하니 우리는 70년대로 돌아가는 기분이 듭니다. 왜 우리는 비장애인 같은 사람은 안 되는 걸까. 억울합니다. 우리가 개, 돼지도 아니고. 게다가 지적장애, 뇌성마비 같은 장애인들을 각 층마다 분리해서 살게 한다는 건 동물원 같은 느낌입니다.” (최근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는 시설생활인들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별로 분리하고 있음)

“산골짜기로 가면 교통도 안 좋고, 외지라 나가기도 안 좋고 우리가 뭐 사다 먹고 싶어도 나갈 수도 없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데로 이전하면 우리는 매일 잠만 자고 밥만 먹고 할 텐데 그건 사람 생활이 아니잖아요. 그런 거 정말 싫어요. 사회 일원으로서 비장애인과 어깨 맞대고 대화하면서 살고 싶은데 왜 자꾸 산골짜기로 가라고 합니까. 우리가 장애인인 것만 해도 억울한데 거기 가서 감옥 같은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절대로 이전을 반대합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습니다. 우리를 정말 행복하게 해주십시오. 우리도 사람인데, 왜 우리는 짐승처럼 살아야 하는가요.”

“우리 같은 장애인이 사회로 많이 나가야 애들이 장애인을 보고도 무섭게 느끼지 않고, 장애인도 똑같은 인간이라는 걸 배우게 되지 않을까요? 우리하고 자꾸 부딪히고 그래야 애들 교육에 좋다고 생각해요. 요즘 아이들이 배려가 부족하잖아요. 우리 장애인들이 더 많이 나가서 사람들이 그걸 보고 뭔가 느끼고 배우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설이 송마리로 이사 가면 차도 없고 보호자들이 찾아오기도 힘들어요. 지금 이전하겠다고하는 송마리는 버스 타고 대곶에 내려서도 걸어서 30분을 더 가야 해요. 1년에 한두 번 오던 사람도 멀어서 더 안 올 것이고, 봉사자들도 못 올 거고, 개인적으로 오던 사람들은 더 못 와요. 왜 우리를 돼지새끼마냥 그리로 몰아넣는가요. 시설에서는 버스를 만들어서 밖에 왔다 갔다 할 때 태워준다고 하는데, 내가 나가고 싶은 시간 시간마다 태워줄 건 아니잖습니까. 나가려는 사람들 모아서 하루에 한 번 이렇게 될 것인데…. 그러다가 시간 정해서 나가는 것도 제한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거기 들어가면 죽는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거기 들어가면 꼼짝없이 거기서 있어야 해요. 나오지 못하고 거기 처박혀 있어야 해요. 밥 먹고 잠 자고 대변 보고. 거기가면 우리 권리가 없어지는 거예요. 우리가 아프다고 하면 병원에나 갈 수 있을까요? 그 안에서 쉬쉬하면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길도 멀고 차도 없고, 앰블런스가 거기 까지 오는 것도 힘들겠지요. 아마 멀어서 시간 지나서 올 거예요. 아주 급한 사람은 죽어요. 시설장이 자기 돈 벌 생각만 하고 있어서 우리가 죽든 말든 신경도 안 써요.”

“시에서 한 해 예산을 시설장들한테 주지 말고, 제 3자한테 주든가 우리들한테 주든가 하시면 좋겠어요. 시에서 주는 돈을 누구한테 어떤 식으로 쓰는가를 정확히 밝혀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비리들도 밝혀주시고, 또 우리가 모르는 비리도 있는지 완벽하게 조해서 밝혀주시면 좋겠습니다.”

“내년에는 요양원이 더 편하고 아름다운 요양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원장님이 어떤 일에 대해서 우리 의견도 물어보고 존중하면서 서로 동의하면 그 일을 하고, 그런 식으로 서로 존중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면 무조건 안 된다고 자르고, 뭐 하려고 하면 무조건 하지 말라고 그러는데 그렇게 안 하시면 좋겠어요. 솔직히 말해서 시설이 누구 것입니까? 우리 식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를 위해서 있는 거 아닙니까?”

“조금만 잘못하면 경위서 써라, 각서 써라 그러는데 이제 그런 거 쓰는 거 이골이 납니다. 우리도 사람이라 잘못할 수 있는 건데 조금만 잘 못해도 경위서니 각서니 쓰라고 하니까 가끔씩은 오히려 더 오기가 나기도 합니다. 제발 그런 것 없애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회복지시설 비리척결과 탈시설권리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단은 12월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시청 광장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앞에서는 ▲탈시설권리 쟁취, 자립생활 보장, ▲시설수용정책의 전환, ▲석암베데스다요양원의 대형격리형 시설로의 이전반대 등을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진행 중이다. 이 글은 이번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석암재단 시설 생활인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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