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은 전화통화를 할 수 있다. 언뜻,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전화통화가 가능한가 의아스러워 하는 분도 있겠지만 청각장애인도 전화통화가 가능하다. 어떤 이들은 당연히 청각장애인도 전화통화가 가능한거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맞다. 생각하는 이유 그대로다. 청각장애인은 영상(화상)을 통해 수화로 전화통화를 하기 때문이다.

그럼 영상폰이 나오기 이전에 전화가 가능했을까? 이 역시도 가능했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영상폰이전부터 보조공학기기인 화상전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상폰도 화상전화도 청각장애인들의 자유로운 전화통화를 보장하지 않는다.

영상폰은 화면이 매우 작아 수화와 몸짓, 얼굴표정 등을 세세하게 캐치해내기 어려우며 일부 청각장애인들은 여러 사정으로 인해 영상폰을 가지기가 어렵다. 또한 가지고 있더라도 영상통화요금이 일반요금에 비하여 비싸기 때문에 중요한 일이 아니고선 문자로 소통하길 선호한다.

그렇다면 화상전화는 어떠한가? 현재 화상전화는 수화통역센터, 시청, 동사무소, 일부 청각장애인 등에게 보급되어 있으나 그 공급대상이 일부에 그치고 있는데다 같은 통신사여만 통화가 가능하는 등 여러 가지 제한으로 인하여 손쉽게 이용할 수 없다. 또한 화상전화를 보급받거나 자비로 구입한다해도 통화할 수 있는 대상이 한정적이며, 인터넷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어 월평균 2만원에 달하는 이용요금도 부담스럽다. 더러는 기관 또는 단체의 화상전화를 이용하려해도 거리가 멀거나, 관리가 미흡하여 고장난 지도 모른 채 방치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 이용하기 난감하다.

한번 쯤 생각해보자. 어느 날 급한 일이 생겨 공중전화를 하러 갔는데 고장나 있다면, 당신의 핸드폰이 전화통화는 할 수 없고 문자기능만 된다면, 같은 통신사끼리만 통화를 할 수 있다면…. 단지 개인의 운없음을 또는 기술부족을 탓해야 할까. 우리의 무관심과 무책임함, 그로 인한 행정시스템과 사회제도의 부족으로 인해 청각·언어장애인은 불편을,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

작년엔 SK텔레콤은 청각·언어장애인을 위한 요금제를 출시했고 지난 6월부터 서울시 다산콜서비스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화상상담과 문자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수년 전부터 시청 등 실·과와 공공시설에 화상전화가 설치되는 등 사회 전반의 이런 변화가 다행이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오늘 유난히 미대통령 당선자 버락 오바마의 연설내용이 절실이 다가온다.

“시카고의 사우스 사이드에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이가 있다며 비록 그 아이가 제 자식이 아니라 해도 그것은 제 문제입니다. 어딘가에 살고 있는 노인이 약값을 내지 못해 약값과 집세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면 그 분에 제 조부님이 아니라 할지라도 제 삶은 더욱 가난해집니다. 어느 아랍계 미국인 가족이 변호사도 선임하지 못한 채로 올바른 절차 없이 체포된다면 그 사건은 제 인권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기본적인 믿음, 내가 바로 우리의 형제자매를 지켜야 한다는 기본적인 믿음이야말로 이 나라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이 글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일산직업능력개발센터 재활상담팀 박선영씨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