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걸어본 적이 있는가? 학창시절 시각장애를 체험하면서 안대로 눈을 가리고 걸어본 적이 있다. 걷는 내내 불안하고 무서웠다. 똑바로 가고 있는지, 뭐에 걸려 넘어지진 않을지 걱정돼 열 걸음을 채 내딛지 못했다. 그야 말로 눈앞이 캄캄한 상황이었다.

내가 큰맘 먹고 한번 겪는 이런 상황이 누군가에겐 생활이 된다. 바로 중증 시각장애인들이다. 2006년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신입사원 연수과정 중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등산이 있었다.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조가 되어 산에 오른 것이다.

눈을 감고 산을 오르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엄두가 안 날 것이다. 그런데 나는 봤다. 비장애인의 지형설명을 듣고 가뿐한 걸음으로 정상에 올라 산을 느끼는 시각장애인분의 밝은 표정을. 그리고 깨달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면 불가능할 것 같던 것도 가능해진다는 것을 말이다.

이런 깨달음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계기가 있었다. 시각장애인용 탠덤사이클 선수와 코치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은 TV광고였다. 2인용 자전거 앞좌석에 비장애인이 앉아 방향을 잡고 뒷좌석에는 시각장애인이 앉는다. 함께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간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스포츠라는 광고문구가 가슴에 와 닿았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게 비단 스포츠만은 아닐 것이다. 장애인고용도 마찬가지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고용의 현장,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함으로써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현장이 있다. 바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위드컴퍼니(With Company)’다.

위드컴퍼니는 모기업인 장애인고용 의무사업주가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 자회사가 고용한 장애인을 모회사의 장애인고용률에 반영하는 것으로, 대기업의 장애인고용을 지원하고 장애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이다.

국내 1호 위드컴퍼니인 (주)포스위드(포스코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함께 일하고 있다. 불가능해보이던 중증장애인의 대기업 취업이 (주)포스위드로 가능해진 것이다. 이렇듯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 우리 주위엔 많다.

함께 기계를 돌리고 함께 고객을 맞이하며 회사의 이익에 기여하는 곳, 자사의 이익에도 기여하고 생산적 사회공헌도 실현할 수 있는 곳, 포스코를 시작으로 많은 기업들이 위드컴퍼니에 주목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이 글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부산지사 고용촉진팀 손지훈씨가 보내오신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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