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렸을 때도 ‘할로윈데이’는 있었다. 할로윈은 서양의 풍습으로 모든 성인의 날인 전날인 10월 31일을 지정하고 있다. 이날은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되살아난다고 믿고 있으며 미국 등에서는 어린이들이 유령복장을 하고 할로윈의 상징인 호박을 들고 다닌다. 마을의 집을 방문하여 사탕이나 간식을 받는 날이기도 하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할로윈에 대한 축제가 자리 잡고 있다. 동네에 또래 어린이들은 각자의 개성에 맞는 유령복장과 분장을 하며 친구들의 집을 방문하며 미국의 문화를 흉내 낸다. 이런 문화가 나쁘다고는 말 할 수 없다. 각박한 세상에서 또래친구들과 자주 어울릴 수 없음에 사회성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인성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따로 있다. 할로윈에 참여하는 동네 어린이들은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보통 10명 내 외. 할로윈 전용 막대사탕 하나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3천원에서 5천원 꼴이다. 10개의 사탕을 준비하려면 약 5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집의 아이들이 할로윈을 즐기기 위해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실제 남편은 공사장에서 일일인부로 일하고 아내는 파지와 폐품을 주워 생활하는 가정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하루 종일 파지를 주워서 손에 쥐는 돈은 3천원이다. 어쩌다 이사하는 집이 있으면 잡수입이 많이 생겨 그나마 8천원 정도. 아이들이 친구들과 그런 걸 한다는데 못해주면 상처를 받을까 어렵지만 해줘야 한다”라며 자신들의 처지에 눈물을 삼키곤 한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로 많다. 저소득 가정은 하루 1만원이 아쉬운 판에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맞벌이 가정에서 홀벌이를 하는 가정의 아이들과의 시간적 차이다.

맞벌이를 하는 A씨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하원 하는 시간은 평균 4시다. 그럼 집에 있는 엄마들은 아이들과 함께 5시경부터 할로윈을 시작한다. 직장을 다니는 입장에서 퇴근을 못하기에 아이들은 참여시킬 수 없다. 그러면 아이들은 울고불고 때를 쓴다. 아이의 친구 부모에게 돈을 주며 해결해 달라고 하기엔 너무 눈치가 보인다”라며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제 우리가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일들을 제시해 보겠다. 할로윈이라는 서양 문화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은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라는 좋은 의미를 담고 있으며, 성장하는 어린이들에게 사회성과 이타심을 기르게 하는 좋은 문화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화에서 고통 받고 상처 받을 누군가도 있다는 사실을 외곡해석해서는 안 된다.

가난은 개인의 삶일지 몰라도 가난으로 누려야 할 어떤 권리까지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모두 그 문화를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하는 전통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누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할로윈에 단돈 몇 만원도 자기 아이들을 위해 쓰지 못하는 부모가 정말 부모로서 자격이 있느냐? 퇴근을 못하면 조퇴나 휴가를 쓰면 되는 것을”

자신의 입장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잘못된 색안경을 벗어보자. 자신의 주머니에 든 돈이 모든 아이들의 꿈과 미래까지 보장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 요즘, 저소득 가정은 할로윈으로 인해 고민이 더해 가는 오늘이기도 하다.

*이 글은 장애인주간보호센터 헬로 이민훈 원장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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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훈 칼럼리스트
사회복지법인 누리봄 산하시설 장애인주간보호센터 헬로 시설장으로 일하며 장애인들과 함께 경험하는 소소한 삶의 느낌과 감동, 사회복지현장의 희노애락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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