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김재철 학생. ⓒ에이블뉴스

김재철(시각장애, 광주세광학교 고1)

“과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적어도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는 고민만 하고 있을 때, 부모님과 담임선생님께서 백두대간 생태탐방에 대하여 알려주셨다.

시각장애인 학생인 나는 솔직히 말하면, 비장애인과 잘 어울리지 않고 오로지 나의 세상에서만 살고 있었기에 남들과 어울려서 힘들게 백두대간에 가기는 싫었다. 하지만 끝없이 권유하시는 부모님과 선생님 덕분에 백두대간 생태 탐방에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다. 옆에서 도와주는 많은 참여 학생들의 손을 잡고 등산을 하는 것도 부담스럽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내 짝이었던 친구 인석이를 보며 ‘나를 챙기느라 여러 가지 제약과 어려움을 겪었을 텐데 내가 계속 이런 생각만 가지고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첫 날 나의 등산과 함께 시작되었다.

전주 시청 광장을 출발해서 버스를 타고 지리산 둘레길 2코스를 역으로 시작했다. 판소리 대가이신 박초월 생가를 구경하는 것까지 좋았다. 하지만 등산이 시작되고부터는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후회를 했다.

베이스캠프장 남원 운봉중학교에 도착해서 저녁밥을 먹을 때도 조원들을 도와주지 못하는 미안함에 역시 후회가 계속 되었다. 그렇게 나의 첫째 날은 각오로 시작해서 후회로 끝나는 힘든 여정이었다.

'2011 백두대간 지리산 둘레길 생태탐방'에 나선 학생들과 스탭.

둘째 날, 등산을 하다가 물집도 잡히고 계속 눈이 아파서 정말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앞에서 이끌어주는 인석이의 ‘포기하지 말라’는 말 덕분에 모든 것을 이기고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KBS 전주방송국 서향숙 PD의 개구리 ‘핑’특강을 들었다. 특강을 들으며 나는 다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배울 수 있었고, 나의 잘못된 사고방식들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단 한 번밖에 찾아오지 않을 청소년 백두대간 생태탐방이야말로 둘도 없는 좋은 기회일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셋째 날, 비가 와서 예정된 산행을 하지 않고 오전에 체육관에서 실시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배웠다. 오후에 날씨가 개이자 둘레길 3코스 산행이 시작되었다.

셋째 날 산행에서 깨달은 것은 물의 소중함이었다. 너무 너무 목이 마르고 힘이 들었지만 나는 나의 한계를 뛰어 넘고 싶었고, 그 의지로 인해 폭이 넓은 계곡의 돌다리도 건널 수 있었다. 바위가 미끄러워 떨어질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교육 대장님과 조원들의 도움을 받아 산행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별 모임 때 여러 가지 대화를 하면서 비슷한 또래 친구들의 생각을 알 수 있어서 나에게는 참으로 뜻 깊은 날이었다.

넷째 날, 시원한 물놀이도 하고 내가 평소 존경하는 시각장애인 송경태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저녁엔 관장님의 특강을 있었는데, 관장님의 특강 중 사하라사막을 완주한 경험담이 나에게는 뜻 깊게 다가왔다.

나도 관장님처럼 두려움을 떨쳐내고 자신감을 가져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다섯 째, 둘레길 주변의 생태탐방을 했는데, 나에게는 특히 아쉬움이 많았던 코스였다. 다른 비장애 학생들은 여러 식물들과 곤충들을 관찰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나는 앞이 보이지 않아 이야기를 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

그리고 이 날 산길의 경사는 다른 날보다 심하여 지금까지 쌓였던 피로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듯 힘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것도 견뎌내야 나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시각장애인이지만 비장애 청소년과 똑같이 완주해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어 끝까지 참고 견뎌 마침내 완주를 할 수 있었다.

이번 백두대간 생태탐방 체험을 하면서 비장애 학생들과 더 친해질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었고, 비장애인들이 우리를 보며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해 낼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더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나에게 주어진다면 꼭 참여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 조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또한 한국산악회 전북지부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한국산회 전북지부 화이팅! 1조 조원들 화이팅!!

*이 글은 에이블뉴스 독자 김재철 학생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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