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기사와 무관). ⓒ에이블뉴스DB

지난해 8월 10일 정부는 국민의례 규정을 개정하고 국민의례 규정 제4조(국민의례 절차 및 시행방법)를 신설해 행사 주최자가 국민의례를 실시할 때 노약자·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참석자가 개인별 여건에 맞게 예를 표할 수 있도록 안내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국민의례 전 참석자는 모두 일어서 단상의 국기를 향해 주길 바란다고 말한 후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자리에 앉은 채로 예를 갖추라고 안내하는 식입니다.

규정이 개정된 지 10개월. 장애인 등 거동불편자에 대한 국민의례 안내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요. 중앙행정기관의 행사를 중점적으로 모니터링 한 지체장애인 A씨(지체1급·경기도 광주시·남)에 따르면 별반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지난해 중앙행정기관이 주최한 8·15 광복절 기념식, 개천절 기념식, 올해 3·1절 기념식 모두 장애인 등 거동불편자에 대한 배려는 없었습니다. 국민의례 규정이 개정됐음에도 국민의례 전 일어서서 국기에 경례를 하라고 할 뿐, 개인별 여건에 맞게 예를 표하라는 안내는 없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10일 행정안전부 주최으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30회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도 사회자는 국민의례 전 안내에서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을 뿐 거동불편자를 위한 별도의 안내는 하지 않았습니다.

행정안전부 6·10 민주항쟁 기념식 담당자는 “안내멘트 같은 세세한 것은 주관단체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한다. 일부러 안내멘트를 빼려 한 것은 아니다. 꼼꼼히 확인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행정안전부 의전담당 관계자는 “규정이 개정된 후 국민의례 시 거동불편자를 대상으로 여건에 맞게 예를 표하게 안내하라는 공문을 기관별로 보냈다” 면서 “관계기관들에게 한 번 더 강조해서 국민의례 규정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보통 법정기념일에 대한 기념식은 중앙행정기관이 주최를 하고 관련단체가 주관을 합니다. 주최단체가 이를 빼먹고 실무를 맡은 주관단체에 전달하지 않으면 장애인 등 보행불편자를 위한 안내는 나가기 어렵습니다.

별 것도 아닌 걸 갖고 트집 잡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등 거동불편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느끼는 불쾌감을 생각해 본다면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성추행은 본인이 불쾌감을 느낄 때 성립이 됩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느끼는 불쾌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기분 나쁘면 그 안내는 잘못된 것입니다. 중앙에서 규정을 지키고 바로잡으면 지방자치단체도 따라하게 될 것입니다.”

국민의례 규정을 적용 받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솔선수범을 보이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공공기관·시민사회단체들도 각종 행사를 진행함에 있어 이 같은 장애인당사자의 말을 깊이 새겨들어 실천해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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