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장에서 울고 있는 명수학교 학부모(왼)와 서울시교육청 오석규 국장(오).ⓒ에이블뉴스

"성북구에만 살고 있지 않으면 우리 아이 명수학교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교육청이 명수학교를 가래요. 일반학교 보내고 싶어도 장애가 심해서 못 보내요. 명수학교만 갈 수 밖에 없는 거죠. 아이를 낳은 것은 제 의지가 아니라 죄스럽지 않은데 좋은 학교를 보내지 못한 것이 아이한테 너무 죄스럽고 미안해요. 진짜“

7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2시간여 동안 열린 ‘서울명수학교 정상화를 위한 공청회’장에는 학부모들의 눈물바다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들의 반대편에 선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은 아무런 답을 내놓지 못한 채 고개를 떨궈야 했다.

서울 성북구에 1968년 설립된 서울 명수학교의 문제는 본지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해 온 바 있다. 전국의 특수학교 162개 중 유일하게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학교인 명수학교, 학교 설립자 개인의 명의로 돼 있다.

‘과연 어떻게 개인이 운영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겠지만 실제로 그래왔다. 학교를 보낸 장애아이 부모들도 그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가 2004년도에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

최초 설립자는 장남이 이사장, 장녀가 교장, 장남의 부인이 행정실장을 맡아 운영했다. 문제는 최초 설립자 사망이후 설립자 개인재산으로 등기가 돼있는 학교부지 및 건물 등을 자녀들이 공동 상속 받으며 학교부지 및 재산을 둘러싼 상속사 간 재산다툼이 현재 법정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명수학교에 대한 감사를 통해 밝혀진 13건의 사건들을 보면, 학교회계에서 토지 매입비 부당 집행, 횡령, 학교회계 세출예산 목적외 집행 등으로 약 3억원의 비리를 저질렀다.

또한 개인소유로 인해 비민주적, 폐쇄적 운영구조는 학부모들이 이미 문제를 제기해온 사항.

“경사가 심하고, 외벽이 유리창으로 되있어 공포스러우며, 낙상에 의한 안전 바가 미설치돼있어 불안감을 조성합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아이들이 명수학교를 다니는데 유아용변기조차 없습니다. 초등고학년이 되어도 체구가 작은 우리 아이는 변기에 앉으면 땅에 다리가 닿지 않습니다”, “학교 부대식당의 목재가구는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무겁고 안 어울립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교내 식당과 같은 가구라고 행정실장은 자랑을 합니다”

문제는 많았지만, 학부모들은 그 동안 너무나 참아왔다. 장애가 심한 우리아이를 학교에 받아준 것만으로도, 우리아이들을 가르치느라 힘든 선생님들에게 너무나 감사하고 미안했기 때문에.

그러나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닌 개인재산 증식만을 위한 학교 관계자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기에 엄마들이 나섰다. 지난해 추운 겨울 3박4일 점거농성에 이은 두 번째 발걸음으로, 집 안에서 아이만 키우던 학부모들이 대책위를 꾸려 어렵게 준비한 공청회였다.

공청회장에서 가장 주목을 끈 토론자는 서울시교육청 측, 오석규 평생진로교육국장이었다.

오 국장은 자신 뿐 아니라 관계된 김명근 장학관 등 3명의 관계자와 함께 참석해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늉을 했다. 대답을 했지만, 아무런 해결점을 내놓지 못했다는 거다.

법만을 운운하며, 결국에는 학부모들이 원하던 공립화, 법인화에 대해서는 ‘명수학교 운영자가 움직이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대답이었다.

“법인화 문제는 되면 관리가 좋고 지도 감독도 수월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법인화가 되려면 학교재산 외에 15억원이 별도로 필요하다. 그런 조건이 맞고, 법인화 요구를 했을 때 인정을 해주는 것이다. 법적인 조건이 완화되고, 명수학교 경영자 쪽에서 요구를 한다면 무리가 없다”

공립화 부분에 대해서도 “공립화 부분은 현행 법적으로 제한이 됐다. 전액 기부를 했을 때 공립화가 가능한데”라며 불가능 하다는 점을 언급하더니 “장애학생 4800여명이 소외받지 않도록 꼼꼼히 챙기겠다”며 급하게 마무리 지었다.

이 같은 오 국장의 답변에 청중은 물론, 토론자들은 할 말을 잃었다. 이미 법적인 문제는 알고 있으니,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해보자는 취지의 공청회장에서 뻔한 대답만을 내놓고 있는 태도에 분노할 수 밖에 없던 것.

특히 지난해 12월10일 민주당 최동익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 방문해 “1년 내 법인을 설립하지 않을 경우 전원을 특수학교나 학급으로 전학시켜주기로 강한 압박을 넣겠다”라고 합의한 바 있지만, 이 같은 사항에 대해 오 국장은 언급이 없었다.

3달 전 약속했지만, 어떠한 계획으로 추진되는 건지 학부모들은 궁금하고, 걱정됐다. 장애 아이를 둔 부모로써 아이들이 당장 교육을 받아야 하기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공청회장에서 눈물을 훔치는 학부모들.ⓒ에이블뉴스

“당장 전학이라도 보내줄 거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오 국장은 즉각적으로 “보내주겠다”는 답변을 하자, 학부모들은 “지금 다른 학교들도 과밀학급이라서 난린데 우리 명수학교 아이들까지 갈 여력이 되냐, 책임감 있게 대답해달라”는 항의가 이어졌다.

이어진 서울시교육청 김명근 장학관의 언행은 ‘불 난데 기름 붓는 격’이었다. “단순히 전학이 되냐, 안되냐가 관점이 아니다. 오늘 토론회는 서울 명수학교 정상화 논의를 하는거 아니냐”란 답변.

장애아이를 둔 부모입장을 고려했다면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공청회를 준비한 학부모들의 가슴에 대 못을 박고야 말았다. 비난을 받던 김 장학관은 결국 “죄송합니다”라며 물러서야만 했다.

현재 서울시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명수학교. 그 세금이 장애학생들에게 사용되는 것이 아닌, 학교 관계자들을 배불리는데 사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교육청은 ‘나몰라라’라는 태도만을 보이고 있다. 직접 공청회를 주최해 명수학교 관계자들을 공청회장에 끌어내지 못할망정, 학부모들의 눈물을 쏟게 한 그들의 태도.

진정 학생들과 부모들을 생각하는 기관이라면 속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 형식적이고, 이론적인 법 이야기가 아닌 책임감을 갖고 명수학교를 꼭 정상화 시켜야 겠다라는 의지가 필요하다. 공청회장에서의 학부모들의 눈물을 끝까지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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