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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 띄운 차 한 잔 앞에서

봄의 길목에서 띄우는 편지③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6-03-13 11:43:50
개량한복 곱게 입고 미소를 보일 듯 말듯 머금은 수수한 얼굴로 차를 내리는 하 선생님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고와보입니다.

찻잔에 담겨진 맑은 찻물을 보면서 물은 마음과 같고 마음은 물과 같다는 옛말을 떠올려 봅니다. 물은 항상 흘러야 하는데, 그렇게 흘러야만 자신도 살고, 물길에서 만나는 나무, 풀, 물고기 등의 대상도 잘 산다고 합니다.

물은 한 곳에 오래 고여 있으면 썩어갑니다. 사람다움이 점점 사라지는 사회, 서로가 흠집 내기에 바쁜 정치판과 나아질 줄 모르는 경제상황, 갈수록 커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 등 요즘 들어 더욱 메마르고 삭막해지는 우리 사회도 고여 있는 물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하 선생님과 마주 앉아 차 마시는 시간이면 물에 대한 고마움, 이웃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배우곤 합니다.

우리의 마음과 생활도 물과 같이 흘러야 한다고 쉽게 말은 하지만, 한 생각에 잡혀 있거나 어떤 일에 집착을 하여 그렇지 못할 경우가 더 많습니다. 우리들의 생활은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생활이 꽃밭이 될 수도 있고 높다란 어둠의 장막으로 가려진 밤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순간순간 마음을 바로 써야 하겠지요.

만약에 회사 동료에게 가시 돋친 말을 던졌다면, 그 말은 동료에게 닿기도 전에 내 마음에 먼저 박히게 됩니다. 수레바퀴가 소의 발자국을 따르듯이 나쁜 마음을 가지고 말과 행동을 하면 그것은 곧바로 괴로움이 되어 나를 따르게 될 것입니다.

같은 마음을 쓰더라도 모질고 냉혹한 마음이 아닌 봄바람처럼 따뜻하고 너그럽게 써서 상대의 닫힌 마음을 열게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사람이 지닌 본래 마음이겠지요.

그리고 자신의 본래 마음을 바로 쓰는 일에는 사물과 이웃 같은 대상이 있어야만 합니다. 하루하루 만나는 장애인, 노인, 소외계층 등 이웃을 통해서 마음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이웃이야 말로 나의 마음을 밝게도 어둡게도 해주는 대상이기에 이웃을 위한 배려는 곧 자신을 위한 배려이기도 합니다.

“하 선생님!” 이렇게 내가 하 선생님을 부르듯이 우리는 하루에도 무수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그들을 만납니다. 친구를 통해서, 혹은 가족을 통해서, 사회의 여러 인연으로 만나게 된 사람들을 통해서 기뻐하는 마음도 갖고,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살아갑니다.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다 받아들이다가도 한번 마음이 뒤틀리게 되면 바늘 하나 꽂을 틈도 없는 게 우리 마음입니다. 맺혀있거나 굳게 닫힌 마음을 지니면 물처럼 흐르지 못해 답답해질 것입니다.

얼마 전 한 친구가 속상한 마음을 메일로 보내왔습니다. 상담기관에서 일하는 한 장애인에게 일하는데 도움이 되고, 동참할 수도 있을 거라면서 장애인 당사자들끼리의 자조모임 한 곳을 소개를 해주었더니 그가 하는 대답이 “나는 그런데 끼고 싶지 않아요!” 냉담하게 말을 하더란 것입니다. 친구는 그의 대답에서 요사이 변화하는 사회적 추세는 접어두고라도, 혹시 부와 좋은 환경 속에서 자신이 장애인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나는 너희들과 달라" 하는 어떤 우월의식 속에서 이용자들을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여 걱정이 앞서더란 것입니다.

각기 다른 개성과 이름을 가진 풀과 나무들이 모여 이룬 숲에서 가시가 있는 장미꽃이 자신의 가시가 싫어 복숭아나무가 되겠다고 하면 복숭아나무가 될 수는 없는 일이기에 가시를 단점으로 가진 장미꽃은 장미 덩굴 속에서 아름다운 색과 향기로 숲을 빛나게 한다는 말을 해주고 그 자리를 떠났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친구나 어떤 대상에게 그의 마음이 닫혀있는 까닭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에는 공직에 계신 한 분과 대화를 나누면서 솔직 담백한 그분의 말에서 잔잔한 감동을 받았답니다. 공직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장애인 관련 업무를 보게 되었다고 서두를 시작하여 뇌성마비장애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데 읽고, 보고 듣는 데는 아무런 불편이 없느냐고 물어보는 그분의 어투 속에는 뇌성마비장애를 정말 몰라서 물어본다는 느낌이 아니라 솔직하고 정감어린 관심과 사랑이 가슴 깊은 속에서 솟아나고 있었기에 그런 감동을 받은 듯 합니다. 그분이 사무실을 떠나신 후에도, 처음 만난 나에게 상하 권위적 거리감을 두지 않으셨던 그 분의 시선이 오래도록 내게 머무는 듯 하였답니다.

위의 두 이야기의 차이는 우리의 마음이 열렸느냐 닫혔느냐 하는 그 차이일 것입니다. 높고 잘난 사람 낮고 못난 사람 그리고 미운사람 고운 사람을 따로 구별도 하지 말고, 사람의 안팎에 거리감을 없애고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면 마음도 물처럼 가벼이 흘러갈 것 같습니다.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하 선생님의 사무실에서 조촐하게 갖는 월요차모임은 일상의 즐거움입니다. 그 곳에 모이는 우리들도 마음하나 바로 쓰고자 하는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우리들이 먼저 일상의 현장에서도 그런 마음을 실천하여 봄날을 맞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언제라도 이웃과 나눔의 꽃을 피울 수 있는 향기를 나누는 우리들의 봄을 보냈으면 합니다.

칼럼니스트 최명숙 칼럼니스트 최명숙블로그 (cmsook10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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