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인 백십자사 이사장상을 받는 장애아동.

2006년 1월 21일 장애아동 전담보육시설에서 졸업식과 수료식이 있었다. 금년이 9회째를 맞이하는 행사이다. 장애아동이 대학도 아니고 고등학교도 아닌 어린이집에서 졸업식을 맞이하는 것이 무슨 대수인가? 하고 생각할 수 있다. 장애아동전담보육시설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장애아동 졸업식을 소박하게 치루자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게 소박하고, 작게 5, 6회 정도를 치루었다.

사실 약 20여년간 장애인들이 학교를 떠나는 졸업식을 참관해 본 적이 있다. 졸업하는 장애인 친구들 중에도 자신이 졸업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친구도 있었다. 졸업의 의미를 깊이 있게 생각하는 친구 또한 많지 않았다. 물론 많은 친구들은 "졸업"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도 하지만. 일부분은 그러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더욱 분명한 것은 고등학교 졸업식 특히 특수학교에서의 장애를 가진 친구들의 고등학교 졸업식은 그다지 유쾌한 행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대학교에 입학하거나 재수를 하는 것도 아니다. 취직을 해서 성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게 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독립된 삶을 살아가게 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갈 곳을 잃어버린 처지에 놓여지게 된다.

일부 장애인 특례입학은 장애인 중에서도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특례이다. 보호작업장(sheltered Workshop)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모든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부모들에게는 다 성장해 버린 장애인을 집에서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커다란 부담이 주어진다. 어렸을 때에는 치료한다고 조기교실을 쫓아다녔던 때가 있었다. 그래도 그 때는 희망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장애인에게 놓여진 사회의 의미는 무엇일까?

혜림직업재활원장상을 받는 장애아동.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언제까지 장애인 친구들의 졸업식이 쓸쓸하고 소박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작년 부터 장애인 친구들의 졸업식을 신나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수학교의 고등학교도 아닌 장애아동 전담보육시설에서의 들뜬 졸업식! 그래! 여기에서부터 화려하고 신나는 졸업식을 기획해보자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법인 산하에 있는 여러 기관장들에게 부탁을 하였다. 표창장과 상품을 준비해달라고 하였다. 법인 이사장님과 기관장들은 흔쾌히 허락하였다. 그리고 작년 졸업식을 시행하였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표창장과 상품 수여에 어린이집을 떠나는 장애아동과 학부모들의 입에서는 커다란 미소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즐거워하는 사람은 이들 뿐이 아니었다. 졸업을 하고 특수학교, 일반학교의 특수학급, 그리고 일반학교로 떠나는 이들을 바라보면서 선물을 한아름 부둥켜 안고 좋아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재원 중의 학부모들도 기뻐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을 수여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기쁨이 가득했다.

남부천 청년회의소 회장상을 받는 장애아동.

그래서 금년 졸업식은 더욱 성대하게 거행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지역사회와 연결된 졸업식을 상상했다. 남부천청년회의소 회장에서 전화를 하였다. 장애아동들에게 상장과 상품을 주지않겠냐고. 돌연한 전화에도 불구하고 남부천 청년회의소 회장은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라고 기꺼이 허락했다.

어린이집이 거래하는 하나은행 부천남부 지점에도 공문을 통해서 부탁했다. 전화를 받은 은행담당자는 "하나은행장상"을 6개나 허락했다.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위원장인 교수님에게도 부탁했다. 물론 법인의 이사장님과 각기관장에게도 부탁했다.

작년의 기쁨을 맛본 어머니회에서도 상을 준비했다. 성적에 관계없이, 개근과 정근과도 무관하게 "밝고 신나고 건강하게 생활한 이유로" 장애아동들은 5-6개의 표창장과 상품을 가득 안았다. 상을 갖기에는 손이 모자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혜림어린이집 운영위원회 위원장상을 받는 장애아동.

수료하는 장애아동과 졸업하는 장애아동들. 상을 받고 기뻐하는 아동과 학부모, 그리고 상을 주면서 즐거워하는 시상자들. 때로는 받은 상을 바닥에 버리고 자기 자리에 들어가버리는 물욕(物慾)을 떠난 졸업생들의 모습 속에서 물욕에 젖은 우리 자신을 반성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장애아동들이 짧게는 1년 길게는 5-6년동안 생활하던 보육시설을 떠나는 자리. 어렸을 때 부터 화려하고 즐거운 그리고 행복한 졸업식을 가져야만 고등학교 졸업식에서도 의미있는 기쁨의 졸업식을 갖게 되리라는 생각을 갖는다. 장애아동의 졸업식을 바라보면서 나는 부모들에게 희망을 가지라고 부탁한다. 비록 지금 희망이 보이지 않아도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부탁한다. 희망을 가질 권리를 가진 존재가 장애아동과 부모라고 강하게 역설한다.

그 이유는 과거 10년 전에 "장애아동 전담보육시설", "통합", "그룹홈", "주단기 보호센터", "자립생활", "장애인의 인권" , "장애인 자립지원센터" 등의 용어는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오늘 이 용어는 상용어가 되어있다. 이 용어를 모르면 무식한 사람이다. 따라서 앞으로 10년 안에 장애인의 권리가 보장되는 보다 발전된 사회가 되리라는 구체적이고 확실한 기대를 해본다. 그러니 우리가 갖는 희망은 희뿌연 희망이 아니라 분명한 희망이요, 확실하게 성취될 희망이기 때문이다.

이제 장애를 가진 친구들의 졸업식은 희망찬 축제로 들어가는 관문이 될 것이다. 장애인과 가족이 걸어가는 앞길에 더이상 어두움은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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