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드 히미코(히미코의 집)

얼마 전<메종 드 히미코 2005>를 봤습니다. 우연하게도 요즘 동성애를 다루는 영화들이 많더군요. '왕의 남자'를 비롯해 '타임 투 리브' '브로크백 마운틴'같은 동성애 영화들에 많은 관객들이 몰리고 있으니 문화적 이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 이웃에 동성애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요..

사실 동성애로 고민하는 사람을 아직까지 본적이 없어 참으로 막연합니다.

동성애는 오랫동안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었고 사회에서 그들을 밀어내어 낭떠러지로 내몰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종교적으로는 처벌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동성애를 성적 소수인으로 규정 하기까지 참으로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것을 알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기도 하지만요.

이후 생물학적으로 20세기 중반까지 정신질환의 문제로 간주되어 오다가 1993년에 와서야 X염색체에서 개인의 성적 경향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발견하기에 이릅니다. 비로소 동성애를 성적 소수인으로 규정하기에 이르렀고 이들에 대한 성 차별금지법도 제정 되었습니다. 현재 서구의 몇몇 나라에서는 결혼을 합법화 하고있구요.

영화에 등장하게 되는 대표적인 게이영화로 패왕별회 크라잉게임, 토탈 이클립스 등이 있죠. 이들 영화들이 공헌한 것은 그들을 비로소 사회적 구성원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곤혹스럽다고 해야 솔직할까요..

우리사회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관객은 <메종 드 히미코>를 보며 영화가주는 즐거움에 빠져 웃음보를 터트리며 재미있다고 연신 깔깔거리더군요. 젊은 관객이 주를 이루는 객석에서 저는 첨부터 끝까지 한번도 웃지 않고 본 거 같아요-_- 오히려 영화가 끝날 무렵엔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슬프냐구요? 천만에요.. 아니랍니다.


각설하구요...<메종 드 히미코>에 나오는 히미코는 여자가 아니라 게이 남자입니다. 히미코는 전설적인 게이 바 히미코의 2대 마담이었던 사오리의 아버지 요시다 테루오의 애인이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요시다 테루오는 바로 히미코로 불려지기도 합니다.

그 남자 요시다 테루오는 아내와 딸을 버리고 게이 바 마담이 되었다가 은퇴한 후 전 재산을 털어 바닷가 호텔에 양로원을 차렸고 그 양로원의 이름이<메종 드 히미코>입니다. 이곳은 쇠하고 늙은 게이 할아버지들의 삶의 종착지인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세상 밖에서 눈치코치 보며 몰래 선호했던 모든 것은 여성의 것입니다. 그들은 비로소 바다가 보이는 메종 드 히미코에서 마음껏 요리도 하고 명절이 되면 경단도 만들며 드레스와 침대보를 비롯해 방을 화려하게 장식하기도 합니다. 나이트클럽에서 다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뼈아픈 현실을 극복하려는 화해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동성으로 살아야 행복한 남자들이 여성(이성)과 결혼 하여 자식과 아내도 있습니다. 자녀들이 받아줄지.. 걱정도 하면서 그래도 죽을 때는 자식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늘나라로 가기를 희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외롭고 쓸쓸한 이들은 가족을 그리워 합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문득 살다가 공감하는 감성 같은 그런 소중한 시간들을 만납니다.

혐오가 사랑으로,

증오가 인연으로,

편견이 동경으로 바뀌는 그런 사랑 같은거요.

사오리.jpg 히미코[2].jpg사오리와 아빠 히미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암으로 죽어가는 요시다 테루오가 아니라 그의 딸 사오리가 주인공 입니다. 비가 오는 어느 날 아빠의 젊디 젊은 남자애인 하루히코가 찾아와 일주일에 한번씩 양로원에 아르바이트를 맡아 달라고 합니다. 대신 아르바이트 비용을 많이 줄 뿐만 아니라 아버지 테루오의 재산도 주겠다고요.

사오리는 엄마와 자신을 버린 아빠를 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돌아가신 엄마의 병원비로 빚을 지게되어 돈도 궁하고 해서 하루히코의 제안을 받아 들이게 되지요.

퉁명스럽고 못생긴 사오리는 처음에는 히미코의 집이 서먹서먹 했지만 철없는 소녀 같은 게이 할아버지들과 차츰 사이도 좋아지게 되죠. 주말마다 메종 드 히미코를 찾아가는 사오리는 아빠를 용서할 수 없다며 반발하지만 게이 할아버지들의 삶과 욕망이 얼마나 힘들게 이루어 지는가를 보면서 아빠를 조금씩 이해하는 사오리. ..

사오리와 하루히코

사오리는 젊고 친절한 아빠의 애인 하루히코에게 호감을 가지게되죠. 하루히코의 마음에도 사오리에 대한 사랑이 있습니다.어느날 정말로 두 사람은 예쁜 침대보와 지금은 자신이 없어 입을 수 없지만 죽은 후 자신이 만든 이쁜 원피스를 입혀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게이 할아버지의 예쁜 방을 빌려 섹스를 시도하는 장면은 사오리와 하루히코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이 아닐까요..

영화는 '게이와 여성간의 사랑'이라는 이질적인 장면을 통해 게이의 개념을 뒤엎는데요.

여기서 사오리와 하루히코의 고민은 정작 이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버지 히미코에게 다가가는 사오리

관객들의 좋은 호평과 조용히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정말로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만, 관객의 입장에서 받아들여지는 도구들이 등장합니다.

소통의 형식이라든가 사랑은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도 존재 한다는 식의..오래된 사진같은 언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언어가 너무 잘 짜여진 덕분에 무거운 주제를 한폭의 수채화같이 맑고 투명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이미 한국 팬을 사로잡았던 이누도 잇신 감독과 와타나베 아야의 시나리오로 만든 이 영화는 5년동안 준비해 내 놓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메인카피... 분명, 사랑은 그곳에 있다. 조금씩 마주 보는 것..., 서로에게 상냥해지는 것...

감독

이누도 잇신 Isshin Inudo

주연

시바사키 코우....사오리

오다기리 죠....하루히코

타나카 민....히미코

상영시간.....130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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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사오리역의 시바사키 코우가 못생겼다고 하는 것은 동의할수 없습니다. 이 여배우는 촬영시 무화장에 주근깨를 얼굴에 덕지덕지 넣어 촬영 했다지요?

Feb,27.2006 JeeJeon

지전 김종순은 태어나 첫 번째 생일이 되기 바로 전 소아마비를 앓았다. 어릴때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지전은 몇 번의 그룹전을 하고 난 후, 그냥 그림 그리는 일이 심심해져서 첫 번째 개인전을 시작으로 1000호의 화선지위에 올라타고 앉아 음악을 그리는 일(퍼포먼스)을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지전의 화두는 '청각적 시각, 촉각적 시각'이다. 그녀는 음악을 그리는 일은 새로운 방식의 일이어서 일상에서 거의 유배된 생활 같아 가끔은 마음이 저릴 때도 있지만 많은 예술가들의 삶을 쓰면서 위로 받게 되었다고. 최소한 평등한 인간의 모습을 성실하게 기록함으로써 이웃과 소통하며 그녀가 소망하는 평등한 세상이 비록 희망뿐이더라도 그 표현의 여러 기록중 하나이고 싶기 때문이다. 18회, 19회 미협에서(국전) 2번 입선. 이화여대 경영연구소 蘭谷書會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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