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의 댄서 비요크와 까뜨린느 드뇌브.

전요, 오래 전부터 <어둠속의 댄서> 를 한번 써 보고 싶었답니다. 어쩌면 빛이란 너무 드러난 어두움이고 어두움이란 숨겨진 빛의 모습이라는 평범한 명제를 떠올리면서 말입니다. 그것은 주인공으로 나오는 비요크Bjork라는 배우도 대단하지만 이 영화 속에서 시각 장애를 겪는 주인공 셀마의 상황을 춤과 노래로 담아내어 관객을 슬프게 합니다. 그렇지만 주인공을 억울하게 그리고 있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에게 휘말려 들지 말아야겠죠.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만든 영화들은 반은 욕먹고 반은 칭찬하고 상당히 양분된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이 영화로 2000년도 깐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비요크는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이듬해(2001년) 골든글로브영화제에서도 여우주연상을 받은 비요크는 이 영화 한편이 처음이자 마지막 출연작이 되었던거죠.

사실 저는 아카데미 쪽보다 깐느 쪽에 관심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아, 그렇다고 상 받은걸 강조하고 싶지는 않아요. 라스 폰 트리에의 영상은 늘 개퍅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지

만 20세기 후반을 거쳐오면서 지금까지 만드는 영화마다 두드러지게 주목받아온 감독 중 한 사람임은 사실입니다. 이 사람을 과히 천재라고 저는 순진하게 생각하기도 한답니다. 가장 최근에 우리나라에 보여준 영화로는 단연 <도그빌(2003)> 을 들 수 있겠지요. 아, 물론 TV시리즈 <킹덤(2004)>도 있습니다.

<어둠속의 댄서는(2000)> 는 뮤지컬과 드라마를 혼합하여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늘 영화 속에 그럴듯한 비인간화된 인간본성을 보여 주었듯이 나약한 시각장애 여성을 생매장 시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비요크는 결코 잘생긴 미인배우는 아니지요. 그러나 주목받아온 팝 스타이며 아이슬란드의 국민적 뮤지션 이었습니다. 영화 속의 비요크의 노래와 드라마가 너무나 잘 맞아 떨어져 뮤지컬을 혼용했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 그녀의 노래는 충분히 영화를 통채로 흔들고도 남죠. 비요크는 주인공 셀마Selma Yeskova로 분해 빛과 어둠을 뮤지컬로

보여주어 관객은 매우 강한 인상을 받습니다.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이 밝은 세상에 어쩌면 저렇게 억울한 재판이 있느냐고 기막혀 하죠. 시대배경은 1964년 워싱턴이고 도저히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는 일인데 말이죠.

이 영화의 줄거리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은 셀마를 궁지로 몰아넣기 위해서만 존재합니다. 심지어 셀마 자신도 그렇죠. 라스 폰 트리어가 셀마를 내려다보며 '널 어떻게든 죽여 버리겠어'라고 외치는 장면이 눈에 선하군요.

아들 진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온 체코인 셀마는 공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데 문제는 자신의 시력이 점점 나빠져 간다는 사실이지요. 자신처럼 시력을 잃어가는 아들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합니다. 셀마의 유일한 위안은 열정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일이지요. 셀마는 아들의 수술비를 모으고 있는데 셀마 모자에게 집을 빌려준 (데이빗 모스 분)이 아내의 사치로 빚을 지게 되고 돈이 궁해지게 되자 셀마에게 이러한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게 되지요.

그것을 들은 셀마도 자신은 아들을 위해 돈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며 서로 비밀을 지키자고 약속을 하는데...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눈이 뒤집히는 걸까요. 빌은 셀마의 돈을 강탈하게 되고 이 돈을 강탈한 빌을 용서할 수 없었던 셀마는 돈을 찾기 위해 총으로 빌을 쏘아 죽이고 사형 판결을 받게 됩니다. 친구 캐시의 노력으로 셀마는 항소 신청을 통해 사형 선고만은 면할 수 있게 되지만 항소를 하려면 변호사 선임을 해야 되는 거죠. 아들 '진'의 수술비를 생각하면서 셀마는 항소를 포기하고 사형언도를 받게 됩니다.

법적으로 충분한 정당방위였고 참고인 진술에서도 셀마는 유리한 고지에 있는데도 영화는 웬일인지 황당하게 셀마에게 무심합니다. 모든 정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재판을 받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받아들입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재판과정을 감독은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어 관객을 무자비하게 통속 드라마에 끌어들여놓고 셀마가 부르는 'I've Seen It All'에서는 관객은 눈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입니다. 셀마가 당하는 억울함 때문에 관객은 신경이 잔뜩 곤두서게 되죠.

그럼에도 이 영화를 좋은 영화였다고 관객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거칠고 청승맞지만 이 영화는 뮤지컬 장면이 주는 힘도 굉장히 강하고. 확실한건 관객을 스크린으로 집중시키는 힘 있는 작품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는 점입니다.

영화속의 비요크.

노래하는 셀마역의 비요크.

상영시간 : 139분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도그마95 선언을 통해 현장 촬영, 손으로 들고 찍기 handheld, 등을 표방한 그는 이후 100%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을 한 것을 선 보였는데 그 영화가 어둠속의 댄서라고 합니다. 대신 평론가들로부터 뮤지컬을 넣은 것이 빌미가 되어 도그마95 선언을 뒤집었다는 비난도 받았습니다.

한편 주연으로 출연한 비요크Bjork는 1965년 아이슬란드 출신의 뮤지션으로 수많은 앨범발표와 더불어 소녀와 여인의 경계에 있는 모호한 목소리로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영화와 '크리스 커님햄' 뮤직비디오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2002년 광주 비엔날레에 개막작인 크리스 커닝햄의 뮤직비디오에 동성로봇으로 나와 충격의 눈길을 끌기도 했으며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자신의 목소리와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영국이 키운 세계적인 현대미술가인 매튜 바니와 함께 살고 있는 비요크는 매튜 바니의 미디어아트에 작곡을 하기도 했으며 함께 예술 활동을 하는 커플이기도 합니다.

OST 'I've Seen It All

Feb,13.2006 JeeJeon

지전 김종순은 태어나 첫 번째 생일이 되기 바로 전 소아마비를 앓았다. 어릴때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지전은 몇 번의 그룹전을 하고 난 후, 그냥 그림 그리는 일이 심심해져서 첫 번째 개인전을 시작으로 1000호의 화선지위에 올라타고 앉아 음악을 그리는 일(퍼포먼스)을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지전의 화두는 '청각적 시각, 촉각적 시각'이다. 그녀는 음악을 그리는 일은 새로운 방식의 일이어서 일상에서 거의 유배된 생활 같아 가끔은 마음이 저릴 때도 있지만 많은 예술가들의 삶을 쓰면서 위로 받게 되었다고. 최소한 평등한 인간의 모습을 성실하게 기록함으로써 이웃과 소통하며 그녀가 소망하는 평등한 세상이 비록 희망뿐이더라도 그 표현의 여러 기록중 하나이고 싶기 때문이다. 18회, 19회 미협에서(국전) 2번 입선. 이화여대 경영연구소 蘭谷書會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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