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은 채 32년을 살아오고 있다. 30년 동안은 장애등급이 없었기 때문에 일반인으로, 그 이후로 장애 2급 판정을 받고 장애인의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난 일반인의 대접을 결코 받지 못하며 살아왔다.

단적으로 대학교에서 4년 동안 영어학을 공부하고 졸업을 했으나 나를 받아 주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얼굴 때문에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찻집에서의 써빙은 물론 영어학원 강사, 아파트 경비, 심지어 막노동까지 나를 외면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결과 취업 면접에서 700번의 실패를 맛보아야 했다. 이 사회가 나를 700번이나 버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일반인의 삶이라고 볼 수 있는가? 결코 아니다. 난 일반인도 장애인도 아닌 이방인의 삶을 30년 동안 살아온 셈이다. 적어도 내가 겪은 관점에서는 그 사람의 실력과 능력, 인간성을 보기보다는 일단 외모가 우선이었던 한국 사회였다. 안면부 화상 환자는 외모지상주의의 희생량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안면 장애인은 얼굴 때문에 대기업체나 중소 기업체에서 고용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텔레마케팅 분야 쪽으로 진출을 모색해 보는데 역시 쉽지가 않다.

비단, 안면 장애인만의 고통이 아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장애인들이 일반인이 느끼는 취업난보다 더 큰 고통을 안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인보다 장애인이 취업하기가 4배가 더 힘들다는 통계가 있다. 휠체어 장애인은 이동하는 어려움이 있어 취업의 문이 좁고 정신지체 장애인은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피하고 있다. 청각 장애인은 생산직에서 단순 업무만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렇듯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이 한국에서 취업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무엇보다도 편견을 가지고 이 사회가 장애인들을 바라보기 때문에 장애인은 늘 피를 흘리고 만다. 이제는 장애인의 생존을 위한 취업 대책이 구체적으로 필요하다.

원해서 장애인이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살아가다가 뜻밖의 사고로 인해 장애를 입을 수 있다. 그들을 취업시장에서 내몰고 일반인만 고용하려 한다면 과연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묻고 싶다. 지금보다도 더 폭넓은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고용 창출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 직업 훈련에 더욱 투자와 관심을 갖기를 희망한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의식 구조가 개선되는 것이 선행되었을 때 그 사회의 복지가 향상 되는 것이다.

장애인도 꿈을 꾸고 싶어한다. 하고 싶은 일들이 장애인에게도 많이 있다. 그러나 단지 자기의 장애로 인해 그 꿈을 포기해야 한다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도 손실이 크다. 이 사회가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독려해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장애인도 더 큰 희망을 가지고 힘차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취업을 원하는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갖고 원만한 대인 관계 속에서 사랑을 나눈다면 이 사회는 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다.

김광욱씨는 현재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비상근간사로 일하고 있다. 1살때 연탄구덩이에 떨어진 장난감을 주으려다 구덩이에 머리부터 빠지는 바람에 화상장애인이 됐다. 그는 조선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학원강사 등으로 취업을 하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그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능력때문이 아니라 얼굴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정부과천청사앞에서 화상장애인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1인시위에 나서는 등 화상장애인 인권확보를 위해 세상과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그는 또 지난해 5월부터 테스란 이름으로 취업전문 사이트 인크루트에 취업실패기를 연재한 적이 있다. 그 사이트에 올린 180여건의 경험담은 최근 '잃어버린 내 얼굴'이란 제목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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