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에서는 가을의 전령사인 귀뚜라미가 울어 댈것이다.

먼지 낀 선풍기가 창고속에서 내년 봄까지 긴 잠을 자겠지.

긴 소매와 잠바가 분주하게 움직일 것이다.

찬 바람이 불면 잊혀진 사람이 하나씩 내 기억속에서 다시 살아날 것이다.

낙엽이 떨어질 때면 내 못다한 사랑도 못이룬 내 꿈도 아련한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가을의 흔적...

낙엽은 나의 분신이 되어 공원 벤취 주변을 굴러 다닐 것이다.

갈 바를 모른채 어디론지 바람을 타고 떠돌아 다니겠지.

가을은...

고즈넉한 계절이다.

가을은 4계절 중 꽃이다.

계절의 백미다.

가을은 화려하면서도 외로운 계절이다.

무지개빛으로 곱게 단장하고서 남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남자는 가을에 고독할 수밖에 없다.

가을은 남자를 가만두지 않는다.

가을은 남자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프지만 좋은 계절이다.

서른 두 해에 맞이하는 이 가을...

난 설레임으로 맞이하고 싶다.

신랑이 단장한 신부를 맞이하는 마음처럼 말이다.

쓸쓸함을 진정으로 극복하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다.

고독을 즐기는 것이다.

역설적인 이야기이지만 고독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다.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는 진정한 내 자아를 발견할 수 없다.

허무함만 더할 뿐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나만의 공간에서 사색에 잠기는 소중한

의식이 필요한 계절이 왔다.

참된 나를 발견하는 이 가을이 되었으면 한다.

김광욱씨는 현재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비상근간사로 일하고 있다. 1살때 연탄구덩이에 떨어진 장난감을 주으려다 구덩이에 머리부터 빠지는 바람에 화상장애인이 됐다. 그는 조선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학원강사 등으로 취업을 하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그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능력때문이 아니라 얼굴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정부과천청사앞에서 화상장애인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1인시위에 나서는 등 화상장애인 인권확보를 위해 세상과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그는 또 지난해 5월부터 테스란 이름으로 취업전문 사이트 인크루트에 취업실패기를 연재한 적이 있다. 그 사이트에 올린 180여건의 경험담은 최근 '잃어버린 내 얼굴'이란 제목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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