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의 지하철역은 지상으로 연결되는 승강기가 없어서 역과 가까운 건물 내에 설치되어 있는 승강기를 역사에서 건물주와 합의하여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이 지하철역까지 이용할 수 있게 해놓았다. 언젠가 아는 언니와 같이 지하철을 타기위해 역시 그 건물의 승강기를 이용하였다. 별 탈 없이 이용을 하고난 그 다음 날, 다시 지하철을 타기위해 예외없이 그 건물로 들어섰는데, 갑자기 수위 아저씨가 나를 불러 세우는 것이었다.

그 아저씨 왈, 어제 나와 그 언니가 승강기 탈 때 승강기 문을 들이받지 않았냐고 다짜고짜 묻는 것이었다. (그 언니와 난 둘 다 전동 휠체어를 탄다.) 이유인 즉 어제 우리 두 사람이 전동휠체어로 승강기를 타고 내려간 후 승강기 문이 떨어져 내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둘이 승강기를 들이받으면서 탔기 때문에 그런 사고가 일어났다는 얘기인 것이다. 생각지도 않게 갑자기 다그쳐대는 통에 뭐가 뭔지 모르겠고 어제의 상황이 떠오르지도 않고 그래서 그저 잘 모르겠다고 생각이 안 났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아저씨가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뭐 이런 게 다 있냐는 식으로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또 다른 한 아저씨도 나를 내려다보면서 어제 여기 난리가 났었다고 하면서 장애인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서 승강기를 이용하게 하는 건데 잘 이용해야 되는 거 아니냐며 양쪽으로 아저씨들 둘이서 나를 가운데에 놓고서 분위기 폭력을 가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때 갈 길은 바쁘고 정신은 없고 해서 뭐가 어떻게 잘못된 건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저 죄송하다 조심 하겠다고 얘기하고 그 상황을 벗어났는데,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도 터무니없고 어이없다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었다.

그 아저씨들은 왜 구지 전동휠체어를 탄 우리 장애여성 두 사람을 지목했던 것일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나와 같이 탔던 언니가 운전이 약간 미숙하긴 하다. 그래서 나는 그 언니와 같이 승강기를 탈 때는 항상 언니를 먼저 타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 날도 언니께 먼저 타시라고 했고 그 다음 내가 별 무리 없이 탔다. 그 아저씨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는 그 누구도 문을 들이받지 않았다. 그리고 설령 들이받았다 하더라도 그 거대한 승강기 문짝이 떨어져나간다는 것 또한 말이 안 되지 않는가? 결국 그 아저씨들은 우리를 제일 만만히 보았기에 그런 행동이 가능하였던 것이다. 휠체어를 탔어도 덩치 큰 남자 였으면 아마 그렇게 하진 못했을 것이다. 요즘도 그 아저씨들은 내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거나 퉁명스런 어투를 보내는 등, 이유 없이 무례한 행동들을 한다. 그 승강기를 나 외에 다른 장애인들도 이용하고 있기에 감정을 누르며 많이 참으면서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장애인들 중에는 장애인에게, 특히 장애여성에게 무례하게 행동해도 상관없다는 그릇 된 의식들이 아직도 깊숙이 깔려있는 것이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여성과 남성을 차별하는 분위기와 가정이나 사회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것에 반감을 갖기 시작하면서 여성주의적인 의식이 싹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녀 차별은 비장애여성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여성들은 비장애여성들이 겪는 차별보다 더한 몇 배의 차별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인 문제는 그 장애인이 여성이냐 남성이냐에 따라 그 양상이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남아선호사상과 전근대적인 남존여비사상은 장애여성들에게 더 할 수 없는 억압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장애여성들은 가정에서부터 소외되고 무시되고 그 존재가치를 상실당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여성도 이 땅에 당당한 여성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저는 단순한 여성주의자가 아닙니다. 저는 이 땅에 당당히 살아 숨쉬는 장애여성주의자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장애여성주의적인 언어로서 표현하고 말하고자 합니다. 저는 진정한 장애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그 속에 전반적인 장애인의 문제와 여성에 대한 문제도 함께 엮어나가겠습니다. 저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제도와 틀을 거부하며 장애여성의 진정한 인권 실현을 위해 장애여성인권운동단체인 장애여성공감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여성공감 홈페이지 http://www.wd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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