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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동자의 날 행사에 장애인의 성이 이용당할 뻔..

인터뷰 요청 - 핑크팰리스가 상영된다는 말에 당혹

해프닝으로 끝났으나 경각심을 가져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5-07-05 12:45:01
며칠 전 BBC 방송 기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박지주씨죠?’
‘네.’
‘다름이 아니라, 인터뷰 요청을 하고 싶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네. 어떤 것에 대한 것이죠?’
‘혹시 알고 계신가요? 6월 29일 성노동자의 날 행사에 장애인의 성욕을 보장하기 위해서 성매매가 합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합니다. 또한 당일 핑크 팰리스가 상영된다고 합니다.’

장애인 성적 권리 보장에 웬 성매매 합법화

순간 필자는 둔기로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머리가 띵했다. 장애인 성욕을 보장하기 위해서 성매매가 합법화되어야 한다는 논리도 문제지만, 그날 핑크 팰리스가 상영된다는 그 자체가 내게는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혹시 보도 자료나 관련 자료가 있으면 보내주실 수 있나요?’
사실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이 사실을 인터넷 매체에서 접했고, 취재할 예정이며 필자와 인터뷰를 통해 방송에서 토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암담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성매매 관련한 포주들이 성매매 합법화 전략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성노동자의 권리 주장 그리고 장애인의 성적 권리.

결과야 어쨌든, 성매매 관련한 포주들에게 장애인의 성적 권리가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자칫 장애인은 성매매를 통해서만 성적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존재로 폄하되고, 성 향유의 진정한 뜻이 왜곡되면서, 성적 욕구의 다양성과 차이가 한꺼번에 구덩이에 파묻히는 등 장애인이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거기에 핑크 팰리스의 전부가 상영되는 것이 아니라, 최동수 씨의 이야기만 상영됨으로서 핑크 팰리스 제작진이 의도한 긍정적인 바람이 훼손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고 판단했다.

사실 확인에 들어가다

필자는 매우 다급함을 느꼈다. 그래서 이 사태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사실 확인에 나섰다. 진보와 정론의 신문 [대자보]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는 이훈희 기자님께 함께 사실 확인을 해보자고 부탁을 드린 다음, 관련자들과 통화를 시도하였다. 핑크 팰리스 제작진과 한국 인권뉴스, 성노동자의 날 준비위원회 대표 및 실무자 등.

한국인권뉴스측에서는 처음에 말하기를 “핑크 팰리스 상영권이 팔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고, 성노동자의 날 실무 담당자는 “행사 기획안에 핑크 팰리스가 상영되는 걸로 예정 중”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제작진과의 통화에서는 ‘여러 가지 의논 중인데 일부가 상영되는 것에 긍정적인 의견을 비추었으나, 대부분이 반대하여 취소되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짧은 시간 안에 숨막힘과 안도의 한숨이 동시에 내쉬어졌다. 그러나 한국 인권뉴스측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진위 또한 확인이 필요했다.

성노동자의 날 행사에 실무를 담당하는 이은주(가명)씨는 “행사 기획안에 상영되는 것으로 되어있으며, 그날 잠실 체조 경기장에서 행사 진행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다. 문화부, 여성부, 노동부가 반대하여 실내에서 할 경우 상영이 되지만 실외에서 진행될 것은 필요한 장비 설치가 불가능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필자는 다시 물었다.

“제작진측에서는 상영이 취소되는 것으로 이야기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혹시 영상 상영과 관련한 실무 담당자의 연락처를 알 수 있는가?” 수화기를 통해 “지금 서울로 올라가는 중인데, 전화 한 번 더 주면 연락처를 알려주겠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영이 취소되다

필자는 무척 당혹스러웠다. 장애인 성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에서 장애인의 성적 권리가 성매매 관련 포주들의 기획과 의도 하에 이루어지는 행사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결국 제작진의 이야기와 성노동자의 날 실무 담당자의 다른 이야기로 인해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서 핑크 팰리스 상영을 시도하고 의뢰한 대표와 통화하기 위하여 이러저러한 경로를 거쳐야 했다.

그리고 성노동자의 날 행사를 진행하는 대표와 어렵게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다.

“핑크 팰리스가 상영되기 위해서 관계자와 의견을 나누었다. 최동수 씨가 집장촌을 이용하다가 거절당하는 이야기가 있었고, 우리는 이를 성매매 여성들에게 보여줌으로서 장애인이 다시 찾을 경우 마음으로 따뜻하게 대할 수 있도록 교육용으로 상영하려고 했다. 그래서 핑크 팰리스측에 후원을 전제로 제안을 했었고, 제작진의 일부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나중에 다른 스텝들이 강력히 반대한다는 결론을 전해줘 상영이 취소되었다. 한국 인권뉴스측은 아마도 오해를 하고 있었던 같다.”

밤이 아주 늦은 시간이 되서야 어렵게 접촉한 강현준(성노동자의 날 행사 준비위원회 대표)의 이야기로 일단 상황은 종료되었지만, 필자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심정으로 그 깊은 밤을 보내야 했다.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어 버리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핑크 팰리스가 최동수씨의 이야기로 장시간 진행됨으로서, 그 뒷면에 감춰진 긍정적인 내용까지 왜곡할 수 있다는 걱정말이다.

장애인의 성을 이용하지 말라

장애인의 성적 권리는 그 어떤 정치적 의도와 손바닥 뒤의 한 면만을 확대해 그것이 전체의 본질인양 왜곡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성이란 것 자체가 매우 민감한 영역이고, 현재 한국에서는 성매매가 불법인 상황에서 장애인들의 삶이 이용되어서는 더욱 안 될 노릇. 핑크 팰리스 관계자들이 상영을 취소한 것은 아주 잘한 결정이다. 앞으로도 이런 민감한 정치적 상황에서는 그 본질을 제대로 헤쳐보고 올바른 처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로 인해 제작진들이 나름대로 민감했으리라 본다. 밤늦은 시간까지 전화통을 붙들고 있어야 했던 필자의 모습처럼. 만약, 그 작품이 ‘상영된다’는 결정이 있었다면 필자는 발 벗고 나서서 말리려 했다. 단순히 핑크 팰리스가 상영되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비록 해프닝으로 종결된 상황조차 필자에게는 가볍게 다가오지 않는다.

장애인의 성은 어느 한 장애 유형, 성적 취향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러나 장애인의 성을 잘 다루지 못할 경우 특정 집단의 이익에 부합될 수 있다. 이 특정 집단이 후진적인 사회적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예컨대, 성매매 관련한 사람들은 핑크 팰리스를 상영하지 못했지만, 이 영화를 이용할 더 많은 기회를 갖고 있다. 최동수씨가 집장촌이 아니면 성욕을 해결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당위성을 얻어버리면 말이다.

이 글의 요지는 이렇다. 영상물이 화면을 통해서 보여지는 내용이 미숙하고 모자란 점이 많을지라도 본질적인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상황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되며, 장애인의 성은 절대 악용되어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 성매매의 합법화 및 성노동자의 권리주장과 장애인의 성적 권리는 관계가 없다. 관계가 있다면, 장애인의 성을 만남과 인간적 관계를 생략한 채 성기삽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의식 속에 있을 뿐이다.

칼럼니스트 박지주 (freeand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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