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차 세계여성학대회가 지난 6월 19일 경희궁에서 전야제를 시작으로 6월 24일 막을 내렸다. 여기에서 전야제 행사로 장애여성과 비장애여성 무용수들 그리고 유니버설 발레단 수석 무용수 등이 함께 '그녀가 온다'는 제목의 춤 공연을 각국의 석학들 앞에서 펼쳐 보였다.

장애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이번 공연은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 날 장애여성 다섯 명이 이 공연에 참여했는데 이것은 장애여성공감 연극 팀 춤추는 허리의 장애여성들이 함께한 것이었고 나 역시 그 다섯 명 중 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온다'라는 무용 제목처럼 나는 여기서 말하는 그녀들은 바로 우리 장애여성 자신들, 작게는 무용에 참여했던 우리 춤추는 허리 팀원들 다섯 명이고 크게는 세계 각국의 모든 장애여성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잠자고 있던 그녀들, 숨죽여 있던 그녀들이 세계여성학대회 전야제를 통해 배를 타고 물결을 가르듯 서서히 그러면서도 몸으로 표현하는 언어의 형태로 다가온 것이다.

우리들의 춤사위는 분명 정해진 것은 없었다. 큰 테두리만을 정하고 그 안에서 우리 장애여성 다섯 명은 가슴 속 깊이 침몰 되어 있던 엄청난 끼와 자아를 춤의 형태를 빌어 과감히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번 공연을 연습 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우리 장애여성들은 몸으로 표현하는 것을 정말 무한정 좋아한다는 것이다.

자아에 도취 된 듯한 그녀, 온 몸을 던져 최선을 다하던 그녀, 무대에서 몸으로 표현 하는 자체가 마냥 즐거운 그녀, 언제나 스스로의 흥에 겨운 그녀, 힘들어도 춤이 좋은 그녀 그녀들........ 그녀들은 바로 장애여성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었다.

교통편이 어렵고 멀기한 연습장소로(이화여대 체육관) 연습하려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다섯 명 한 사람 한 사람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공연을 마친 후 나는 감정이 복받쳤다. 그것은 연습 하러 다니는 과정에서 힘겨웠던 부분들이 물론 있어서 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더 큰 뜻은 우리들의 혼신의 힘을 다한 이 몸짓의 의미를 그 많은 외국인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결코 동정어린 차원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여성과 장애라는 그 이중적 편견이 그 무대를 통해 해소되기를 바라는 마음 등이 한 데 어우러졌던 것 같다.

과감하고 혼신의 힘을 다하던 우리들의 몸짓은, 그녀들의 몸짓은 그 순간, 진정으로 장벽과 인종의 차별과 차이를 훌쩍 뛰어넘고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적 편견마저 뛰어넘는 순간이었다.

여성 중에서도 가장 큰 편견의 대상이었던 장애여성들이 세계여성학대회 전야제를 통해 매력으로 떠올랐고 그것은 앞으로도 이어질 세계여성학대회에서 각국의 장애여성들이 인권을 논함에 있어 효과적으로 작용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분명 그러한 시발점이기를 바란다.

장애여성이여, 이제 세계를 향하여 더 큰 몸짓으로 표현하자!

저는 어린 시절부터 여성과 남성을 차별하는 분위기와 가정이나 사회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것에 반감을 갖기 시작하면서 여성주의적인 의식이 싹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녀 차별은 비장애여성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여성들은 비장애여성들이 겪는 차별보다 더한 몇 배의 차별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인 문제는 그 장애인이 여성이냐 남성이냐에 따라 그 양상이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남아선호사상과 전근대적인 남존여비사상은 장애여성들에게 더 할 수 없는 억압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장애여성들은 가정에서부터 소외되고 무시되고 그 존재가치를 상실당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여성도 이 땅에 당당한 여성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저는 단순한 여성주의자가 아닙니다. 저는 이 땅에 당당히 살아 숨쉬는 장애여성주의자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장애여성주의적인 언어로서 표현하고 말하고자 합니다. 저는 진정한 장애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그 속에 전반적인 장애인의 문제와 여성에 대한 문제도 함께 엮어나가겠습니다. 저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제도와 틀을 거부하며 장애여성의 진정한 인권 실현을 위해 장애여성인권운동단체인 장애여성공감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여성공감 홈페이지 http://www.wd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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