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는 기쁨과 슬픔 함께 느끼는 희망과 공포

이제야 비로소 우리는 알았네 작고 작은 이 세상

험한 길 가는 두려운 마음 둘이 걸으면 기쁨이 넘쳐

이제야 비로소 우리는 알았네 작고 작은 이 세상

산이 높고 험해도 바다 넓고 깊어도

우리 사는 이 세상 아주 작고 작은 곳.”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소리는 열린 창 밖, 푸른 하늘로 퍼져 나갔다. 목화송이처럼 피어오르는 구름 사이로 어디선가 진한 꽃향기가 날아들어, 아이들 마음까지 노랫가락 따라 둥둥 날아오르는 투명한 봄날이었다.

4조에는 김홍석과 이은혜, 정인영과 한빛나, 그리고 오정원과 이주호가 둘러 앉아 마주보며 노래를 불렀다. 아니, 이주호와 정인영은 노래는 안 부르고 열심히 종이비행기를 접더니 은혜 앞으로 휙휙 날려 보냈다. 은혜가 조심조심 종이비행기를 펴자 안에는 울퉁불퉁한 이주호의 글씨가 보였다.

‘다치게 해서 미안해. 다시는 허락 없이 네 다리 만지지 않을게.’

다른 쪽지는 반에서 가장 글씨를 잘 쓰는 정인영이 보낸 것이었다.

‘나는 너 놀리지 않았어. 몰라서 그랬던 거야. 하지만 미안하다.’

글 아래엔 눈물을 흘리는 얼굴이 그려져 있고 ‘뉘우치는 인영이가’라고 씌어 있었다. 얼굴이 빨개진 은혜가 고개를 숙이고 혼자 배시시 웃었다.

* * * * *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운동장으로 우르르 밀려 나왔다. 정원이랑 빛나, 은혜가 같이 나오는데, “언니!”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대여섯 살 난 여자 아이와 은혜어머니가 급식실 곁에 서 있었다. 은혜어머니는 울고 있는 은혜를 두고 가서 내내 걱정이 됐는지 정원이한테서 은혜 가방을 받으며 연신 “고맙구나, 고마워.” 했다.

“얘가 네 동생이니? 아유~, 너무너무 귀엽다.”

“응, 내 동생 다혜야.”

동생이 없는 빛나는 다혜가 귀엽다며 손을 꼭 잡고 학교 앞 가게로 뛰어가더니 기어이 게임기 앞에 나란히 앉아서 신나게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정원이는 어디 사니?”

은혜 어머니가 물었다. 알고 보니 은혜네가 이사 온 집은 마침 정원이가 사는 가람 아파트 115동 바로 뒤인 116동이었다. 빛나, 홍석이도 다 같은 단지에 살아서 아이들은 다음 날 은혜네 집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집으로 향하는 정원이는 오늘따라 왠지 마음이 급했다.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지더니 115동 현관이 저만치 보이자 뛰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엘리베이터는 왜 그리 느린지, 정원이는 11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얼른 내려 초인종을 마구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려댔다.

“엄마! 엄마!! 엄마!!!”

그런다고 현관문이 빨리 열리지 않는다는 건 정원이가 더 잘 알지만 자기 마음이 급하다는 걸 엄마한테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듯 속으로 30을 셀 때쯤에야 현관문이 삐걱 열리며 천연덕스런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나, 누구세요? 누구신데 이렇게 요란하게….”

하지만 엄마랑 장난치기보다 엄마 품에 안기고 싶은 마음이 더 급한 정원이는 신발주머니를 현관바닥에 내던지며 엄마를 와락 껴안았다.

“히잉! 오늘 하루 종일 엄마 보고 싶었단 말이야.”

그러나 양 팔에 지팡이를 짚고 서 있던 엄마는 비틀거리며 연신 비명을 질렀다.

“얘가 또, 또…! 우와아~, 엄마 넘어진다니까!”

-제1화 <새 친구> 마침

<작은 세상>의 작가 최현숙은 첫돌 지나 앓은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고.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 새내기 시절에 처음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지만 대학원을 졸업하며 시를 접었다가 2002년부터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해 2005년 구상솟대문학상 본상(시인상)을 받았다. 지금은 동화작가·콘티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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