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이 밖에 나왔을 때,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일까?

물론 이동권에 제약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만, 그 중에서 특히 만만치 않은 것이 화장실 문제이다. 그것은 장애남성들에 비해 장애여성들이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휠체어 장애여성들의 화장실 고충은 참으로 크다.

반드시 좌변기가 있어야 하고 그 좌변기가 있는 화장실 입구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장애인 용 화장실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시설을 제대로 갖춘 화장실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장애인 화장실이 있다해도 그 구조가 휠체어가 원활이 들오가기에 어렵게 만들어놓은 곳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장애여성들 중엔 밖에 나와서 화장실이 급한 상황에서도 꾹꾹 눌러참는 경우들이 참으로 많다.

지극히 당연한 생리적 현상을 참아내야 한다는 것 역시 장애여성이기에 겪어야 하는 애환인 동시에 생리적 인권문제이다. 그리고 장애인 전용 화장실을 한 번 가보라. 물론 겉이 번지르르 해보이는 건물에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고 그나마 있는 화장실에 들어가보면 화장실이 아닌 마치 무슨 창고를 연상케 한다.

온갖 청소 도구와 집기, 뿐만아니라 쓰레기까지 쌓아놓는 등 화장실이라 하기엔 참으로 무색할 지경이다. 지저분하고 어수선 해서 사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나마 사용하려해도 안으로 문이 잠겨있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 이유는 청소년들의 공공연한 흡연장소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언젠가 장애인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었다. 어느 건물에 장애인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남자가 화장실 문을 드르륵 여는 것이었다.(그 화장실 문은 자바라로 되어있었고 잠금 장치도 설치되어있지 않았다.)

나는 순간적으로 너무 당황하였고 그 남자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 남자가 바로 문을 닫기는 했지만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 도대체 장애인 화장실을 화장실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의 의식에 너무도 화가 났으며 사람들이 장애인 화장실에 대해 의식이 그러한 것은 장애인 화장실이 있어도 장애인들이 자주 이용하지 않는다해서 그런 행동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 일이 있은 후 한참 후에 다시 그 화장실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다시 또 어떤 아저씨가 문을 열었다가 황급히 닫는 것이었다. 어이없는 체로 있는데, 다시 그 아저씨가 와서 아직 있냐고 밖에서 묻길래 내가 화난 투로 있다고 말했더니 쓰레기들을 치우러 온거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대체 장애인 화장실이 쓰레기 하치장인가? 왜 온갖 쓰레기 더미들을 잔뜩 쌓아놨다가 치운답시고 그런 어이없는 행동들을 자행한단말인가? 장애인 화장실은 노크를 하지 않고 문을 맘대로 열어도 된다는 몰상식한 의식들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관한한 얼마나 의식들이 꽝인지는 장애인 화장실을 대하는 사람들의 행동에서 잘 드러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장애여성이란 존재를 남성들이 얼마나 무시하면 장애여성이 화장실에 들어있는 줄 알면서 들어있냐 없냐 물어보고 이러저러하다고 변명을 하는가 말이다. 그 아저씨들을 상대로 따끔하게 말하지 못한 게 지금도 분이 안 풀린다.

다음에 또 이와 같은 상황이 또다시 재연 된다면 그땐 정말 그릇 된 아저씨들의 의식 전환을 시키는 차원으로라도 호되게 하고야 말리라.(내가 그런다고 해서 바뀔 아저씨들이 아니겠지만) 어쨌든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에티켓은 너무도 거리가 멀다. 장애여성인 경우에는 그 정도가 또한 배가 되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에티켓을 비장애인들이여, 제발 장애인들에게 지킬지어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여성과 남성을 차별하는 분위기와 가정이나 사회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것에 반감을 갖기 시작하면서 여성주의적인 의식이 싹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녀 차별은 비장애여성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여성들은 비장애여성들이 겪는 차별보다 더한 몇 배의 차별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인 문제는 그 장애인이 여성이냐 남성이냐에 따라 그 양상이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남아선호사상과 전근대적인 남존여비사상은 장애여성들에게 더 할 수 없는 억압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장애여성들은 가정에서부터 소외되고 무시되고 그 존재가치를 상실당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여성도 이 땅에 당당한 여성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저는 단순한 여성주의자가 아닙니다. 저는 이 땅에 당당히 살아 숨쉬는 장애여성주의자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장애여성주의적인 언어로서 표현하고 말하고자 합니다. 저는 진정한 장애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그 속에 전반적인 장애인의 문제와 여성에 대한 문제도 함께 엮어나가겠습니다. 저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제도와 틀을 거부하며 장애여성의 진정한 인권 실현을 위해 장애여성인권운동단체인 장애여성공감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여성공감 홈페이지 http://www.wd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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