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처럼 구두를 광내러 갔다.

목포에서 늘 가던 곳이 있다.

대성초등학교에서 예전 우리 집을

오노라면 모퉁이에 조그마한 공간이 있다.

사람이 앉아서 3명 정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

그 공간에서 30년의 세월을 보내신

할아버지가 계신다.

7년 전 구멍난 내 운동화를 땜질 해 주시던 그 분이다.

아직도 그 분은 변함없이 일을 하고 계셨다.

한 아주머니의 갈색 구두를 깨끗하게 광내고 계셨다.

나를 보더니 너무나 반가운 눈치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렀다.

7년만의 해후였다.

할아버지는 그동안 무엇을 하며 살았냐고 나의 생활에

무척 궁금해 하셨다.

난 취업에 실패하다가 결국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며

가지고 있던 책을 선물로 드렸다.

할아버지는 장하다며 연신 싱글벙글 하셨다.

구두 수선 및 광을 내는 일만 무려 30년을 바친

외길 인생 구두 인생...

발냄새만 맡아도 신발 치수를 귀신같이 알아 맞추는

경지까지 이르신 할아버지는 그새 많이 늙으셨다.

하지만 장인 정신의 명맥은 그대로 이어오고 계신듯 했다.

축 늘어지고 힘없어 보이던 내 구두가

할아버지의 손길을 만나 새로산 구두로 둔갑해 버렸다.

흡족해 하면서 할아버지께 얼마인지를 물었더니

그냥 가라며 한사고 돈을 받지 않으셨다.

서로 손에서 손으로 돈이 몇 번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고맙습니다.건강하세요.인사를 한 뒤 구두병원을

나와야 했다.

그 때 할아버지께서 내게 하얀 백지 한 장을 가져 가라며

내게 건네 주셨다.

거기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정신을 집중하여 노력하면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성취할 수 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

구두와 더불어 살아 오신 할아버지의 인생의 깊이를 조금

느낄 수 있었던 문구였다.

그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정말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을 하나 정해서

집중력 있게 다시 노력하면 무언가를 반드시 이루어 낼 수

있을거야.

아주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한 소시민의 장인정신이

나의 생활에 귀감이 되고 교훈이 되었던 하루였다.

태양은 신고 있던 내 구두에게 더욱더 눈부시도록

빛을 보내고 있었다.

김광욱씨는 현재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비상근간사로 일하고 있다. 1살때 연탄구덩이에 떨어진 장난감을 주으려다 구덩이에 머리부터 빠지는 바람에 화상장애인이 됐다. 그는 조선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학원강사 등으로 취업을 하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그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능력때문이 아니라 얼굴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정부과천청사앞에서 화상장애인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1인시위에 나서는 등 화상장애인 인권확보를 위해 세상과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그는 또 지난해 5월부터 테스란 이름으로 취업전문 사이트 인크루트에 취업실패기를 연재한 적이 있다. 그 사이트에 올린 180여건의 경험담은 최근 '잃어버린 내 얼굴'이란 제목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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