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아이가 처음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학부모의 자격으로 아이의 학교에 갔을 때, 계단으로만 이루어진 학교 구조 상 내 아이가 공부하는 교실에 들어가 볼 수가 없었다. 장애여성 엄마는 진입불가였던 것이다.

당시 나의 마음속엔 만감이 교차하였다. 과거에는 장애 아동으로서 학교의 문턱이 그리도 높았건만 이제는 비장애아동을 둔 장애여성 엄마로서 다시금 마주하게 되는 학교 문턱은 지금도 변함없이 높은 담장처럼 여겨졌다. 그리도 많은 세월이 흘렀건만 그 동안도 우리들의 학교 시설은 장애아동들을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식이라면 장애아동들은 학교에 오지 말라는 얘기 밖에 안 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며칠 전 아이가 내게 이런 말을 하였다. “엄마 우리 학교에 열린 반이 있는데, 앞이 안 보이는 아이들이나 귀가 들리지 않는 아이들, 그리고 엄마처럼 휠체어 탄 아이들이 다니는 반이야.”

그러면서 아이는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엄마, 왜 그렇게 불편한 아이들끼리만 공부하게 해? 불편한 애들, 안 불편한 애들 다 같이 공부하면 왜 안 되는거야? 그 애들도 다 같은 어린이들인데, 왜 나눠서 공부하게 하는 거야? 뭐가 이상하다고?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이가 열린 반을 얘기했을 때 내가 아이에게 말하고 싶었던 부분을 아이가 먼저 말하는 것이었다. 역시 아이는 자기 엄마가 장애인이어서 그런지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이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는 다행히도 이미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크게 강조하지 않았건만 아이는 언제부턴가 장애여성인 자신의 엄마를 통해 의식의 싹이 터가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이의 얘기를 들으면서 다시금 열린 교육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학교에서 열린 반이라 함은 말 그대로 장애아동 비장애아동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함께할 수 있는 열린 교육이어야 하지 않는가? 왜 우리나라는 아직도 통합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있는가?

사실 따지고보면 교육 정책에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통합교육을 전폭적으로 실시했을 때(전폭적으로 실시할리도 없지만), 비장애아동들의 부모들이 상당히 반발을 하고 나설 것이다. 어느 곳에 장애인 수용시설이 들어선다고 하면 동네 주민들이 반발하듯 말이다. 그러고 보면 결국 의식의 문제인 것이다. 사회적으로 장애인들을 별개의 존재로 여기듯 장애아동들 역시 자신의 아이들처럼 똑같은 인성을 가진 아이들로 바라봐 주지 않는 부모들의 의식부터 문제가 아닐런지?

학교에서 장애아동들이 쉽게 학교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접근권 문제와 진정한 의미의 열린 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비장애 아동을 키우는 장애여성 엄마의 입장으로서 장애아동들의 현실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다 같은 어린이들인데…"라고 말하던 아이의 순수의 표현이 자꾸만 생각난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여성과 남성을 차별하는 분위기와 가정이나 사회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것에 반감을 갖기 시작하면서 여성주의적인 의식이 싹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녀 차별은 비장애여성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여성들은 비장애여성들이 겪는 차별보다 더한 몇 배의 차별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인 문제는 그 장애인이 여성이냐 남성이냐에 따라 그 양상이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남아선호사상과 전근대적인 남존여비사상은 장애여성들에게 더 할 수 없는 억압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장애여성들은 가정에서부터 소외되고 무시되고 그 존재가치를 상실당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여성도 이 땅에 당당한 여성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저는 단순한 여성주의자가 아닙니다. 저는 이 땅에 당당히 살아 숨쉬는 장애여성주의자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장애여성주의적인 언어로서 표현하고 말하고자 합니다. 저는 진정한 장애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그 속에 전반적인 장애인의 문제와 여성에 대한 문제도 함께 엮어나가겠습니다. 저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제도와 틀을 거부하며 장애여성의 진정한 인권 실현을 위해 장애여성인권운동단체인 장애여성공감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여성공감 홈페이지 http://www.wd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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