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른 의지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자신을 나누며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자신과 전혀 다른 생활 속의 환경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혹자의 자신의 행복과 불행 그리고 자신의 책임이라는 말도 맞는 말이지만 제삼자에 의해서 엉뚱한 오해도 생기고 다른 평가도 받게되고,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의도하는 뜻이 다르게 전해지게 되는 경우도 심심지 않다. 그 예의 하나가 뇌성마비인들이 자신의 뜻을 전달하고자 하는데 많이 그렇지 않는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은 하루도 빠짐없이 나와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며 교류하며 살아가야 한다. 자신의 바라고 전하고자 하는 것이 크든 작든 그것을 전달하고, 다른 사람들의 뜻을 알아들으면서 기뻐하고 행복해 하며, 더러는 절망하고 슬퍼하며, 포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리플달기]장애인의 날, 여러분은 행복하십니까?

이런 가운데 사람들은 아주 작은 말 한마디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고, 자기도 어쩔 수 없는 상처의 고통으로 아파하며 살아간다. 또한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받은 상처를 기억하고 어루만지려 하지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려 하지는 않는다. 먼저 상처받기 싫어 상대에게 비수를 휘두르고 자신이 받은 상처를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고 보면 타인을 헤아려 이해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어제 올림픽공원에서 만났던 뇌성마비친구가 하던 말이 상흔으로 남아 있는 듯하다. 그 친구는 거리에서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 택시의 승차 거부 등 일상사에서 생기는 상처는 돌아서면 아물지만 장애인복지를 놓고 예산의 편성의 차이에 따라 소관여부를 따지는 정부부처들, 한배를 타고 있으면서도 서로 힘 겨루기를 하는 단체들, 장애인들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차별, 자기자녀만을 모든 것의 중심에 놓고 따지는 장애부모의 욕심, 장애에 대해 잘 안다고 하면서 "너의 능력은 여기까지"라고 금을 긋고 거리유지로 능력을 한정하는 소수의 전문가, 장애극복의 참의미를 무색케 하고 어렵지만 열심히 사는 장애인들을 맥빠지게 하는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생긴 상처는 잘 가시지 않는 상처라고 넋두리처럼 말을 하였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하였지만 그럴 수도 있지라고 그냥 흘러보냈음직한 말이다.

어느 신부가 말했듯이 사람들이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실천하는 이해와 용서야말로 우리 자신의 바른 생활을 하기 위한 방법일 것이다. 아주 사소한 잘못과 상처를 웃으면서 이해하려 해도 나를 버리기 전에는 힘든 일인데 끊임없이 이유 없는 상처를 주고, 자신의 영달과 평안을 위하여 괴로움을 주고 약점을 이용해 먹는 그런 사람들을 포용하기란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가끔은 지나가는 옆집 개가 짖고 갔나 하고 가깝게 지내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자문자답을 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누구든 사소한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하여서는 어떤 이론을 말하듯이 기대하지도 추측하지도 말고, 앞으로는 애정과 인정이 있어야 산다고, 가슴 안에 있는 상처의 텃밭을 거두어내고 자기자신을 사랑하며 존중하면서 살아가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종교적인 측면이나 조언자의 입장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사려 깊은 권유이지만 그야말로 권유로밖에 들리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상처받은 이들이 상처를 딛고 일어나 재대로 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권유와 조언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거기에는 생각의 전환도 함께 따라야 한다.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또한 생각은 행동으로 드러나 완성되고 행동은 다시 생각을 규정짓는다고 하였다.

어제 장애인의 날에는 올림픽공원에서는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가, 그리고 서울 도심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장애인차별철폐투쟁 결의대회가 열렸다. 그리고 여러 단체에서도 소규모의 뜻있는 자체 행사들을 하였다는 소식들이 들려왔다.

직접 참여도 하고, 언론보도를 통해 여러 소식을 접하면서 장애인의 날 행사가 다양화되고 차별화 되어 가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양화되어 가는 것은 장애인 모두 서로 이해하고 화합해 가는 생각을 모아 한길로 가고자하는 우리 모두의 각자 다른 표현으로 보아진다. 앞으로 장애인들과 비장애인이 함께 누리는 우리 모두의 축제의 날로 어울림의 한마당이 됐으면 한다.

최명숙씨는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 한국장애인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95년에 곰두리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2000년 솟대문학 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은 절로 떠난다' 등 4권이 있다. 일상 가운데 만나는 뇌성마비친구들, 언론사 기자들, 우연히 스치는 사람 등 무수한 사람들, 이들과 엮어 가는 삶은 지나가면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남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스스로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속에 기쁜 희망의 햇살을 담고 사는 게 그녀의 꿈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홈페이지 http://www.ksc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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