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숲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숲을 바라보면서 숲도 사람과 다름이 없으며 숲을 잘 보듬어 가꾸어야 사람도 풍족할 수 있다고 말을 한다.

요즈음 숲은 길이 나지 않은 곳은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로 울창하고 푸르다. 숲은 언제나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로 가득하다. 또 숲은 온갖 짐승과 곤충이 짝짓고 먹이를 찾기 위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봄의 서정이 듬뿍 담긴 4월의 숲은 온갖 새소리 멋대로 지저귀고 높고 낮은 나무들, 즉 만발한 매화꽃, 붉은 동백꽃, 산수유와 생강나무 노란 꽃, 진달래, 왕벚나무꽃들이 세월을 이어가듯이 하나가 피었다가 지면 또 하나가 피어난다.

박새 소리만 들리는 고즈넉한 숲길을 걸으며 봄꽃들이 피어나는 환함을 느끼고 발끝으로 전해 오는 흙을 밟는 느낌은 싸한 설렘으로 심금을 자극하는 봄의 정취가 묻어 난다.

특히 햇살이 안개 피는 숲을 뚫고 쏟아질 때 숲길은 생동하고 살짝 이슬이 내려앉은 나뭇가지와 꽃잎은 눈부시게 빛나고 마치 부드러운 융단 위를 걷기라도 하듯 발걸음 또한 가뿐하다.

 또 하나, 바람결에 꽃비가 내려 꽃들이 깔린 숲길을 걷노라면 코끝을 스치는 꽃내음이 싱그러운 솔 내음과 어우러져 그윽하다. 봄비가 내린 개울물소리이 새소리에 어우러져 흘러가니 그것은 마치 숲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마치 세상 밖으로 나오는 나를 따라 나서는 기분이다.

 

이렇게 숲길을 걷다보면 숲 속 생활을 꿈꾸어 보게되고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그의 저서 '월든'에서 말한 '내가 숲으로 간 까닭'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내 인생을 오로지 내 뜻대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나는 인생의 본질적인 것들만 만나고 싶었다. 내가 진정 아끼는 만병통치약은 순수한 숲 속의 아침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다. 아, 아침공기! 앞으로는 이 공기를 병에 담아 가게에서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 아침의 행복을 잃어버린 세상의 모든 사람을 위해서 말이다."

이 말은 나무와 숲과 꽃을 통해 자연과 감응하고, 자연의 질서에 순응함으로써 얻는 교감의 즐거움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건강한 성격을 지닌 사람은 건강한 숲과 같고. 건강한 숲의 나무에 훗날 열매가 풍성해지고 사람을 위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아름다운 숲에도 한 쪽에는 개미와 벌, 새, 심지어 기생동식물까지 서식하는 가시덤불이 있다 큰 숲일수록 더 무성한 가시덤불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이지만 균형 잡힌 숲과 상호종속은 필요 조건인 것이다. 가시에 찔리면 아프다고, 다니는 길에서 거치적거린다고 해서 이것들을 다 걷어 내버리면 종래에는 숲까지 망가지게 된다.

그리고 숲에는 가지 잘려 상하고 밑동이 썩은 나무들도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가시덤불도, 가지 하나가 상한 나무도 고사목이 된 썩은 나무도 숲을 이루는 구성원인 것이다. 이것들이 없는 숲, 잘난 나무들만 있는 숲을 그려보면 아름답지 못한 숲이 될 것이다.

이리 보면 지나가다 발에 채이는 풀 한 포기도 숲의 어린 자식들이요, 장차 그 숲의 주인이 될 어린 잎이고 가시덤불, 상한 나무들을 제쳐주고 크고 굵직굵직한 나무들에만 눈길을 주게 되는 사람들의 건강과 균형을 읽은 마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가시덤불과 휘고 굽은 나무가 숲을 지키듯이 아마 사람이 숲을 이루는 우리 사회도 소외 계층으로 마이너리티를 가진 사람들이 이 사회의 건강과 균형을 이루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고 본다.

일반 세상에 떠도는 마이너리티를 가진 이들에 대한 편견은 큰 나무 밑에서 빛을 받지 못하는 작은 나무를 자라지 못하는 음지와 같다. 이런 편견은 큰 나무의 가지를 쳐주면 빛이 들어와 음지를 없앨 수 있는 것처럼 시민운동이나 여러 인식개선 운동과 홍보 등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같은 테두리 안에서 존재하는 편견은 더 바꾸기가 어렵다. 마이너리티를 가진 사람끼리의 편견은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새를 택해 그 새의 둥지에 알을 밀어내고 자신의 알을 키우는 뻐꾸기와 같을 수 있고. 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고착화된 편견은 칡넝쿨이 힘없는 들꽃을 휘감으며 뻗어 가면 풀기 어려운 것과 같이 좀처럼 바꾸기 어려울 수 있다. 늘 돌아보고 살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산과 들에 새싹들이 움을 트고 나무에도 꽃 피고 잎이 돋아나고 있다. 흙을 밀고 갓 움을 틔운 새싹에게 무슨 싹인가 명명하기 전에 희망을 말하게 되고, 햇살을 겨워하면서 너도나도 피어난 꽃들이 맺을 열매를 생각하기 전에 온 숲에 만발한 아름다움을 감탄하게 된다.

곧고 잘난 나무가 혼자서 숲이 되지 못하고 아름다운 꽃이 저 혼자서 꽃무리를 이루지 못하고 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조화를 이뤄 숲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숨쉬며 사는 사람의 숲도 지위의 낮고 높음, 부나 졸은 조건 드이 많고 적음하여 여러 가지 분별과 경계를 두지 말고, 모두의 줄기가 건강하게 자라고 꽃을 활짝 피우는 아름다운 숲을 만들자.

최명숙씨는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 한국장애인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95년에 곰두리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2000년 솟대문학 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은 절로 떠난다' 등 4권이 있다. 일상 가운데 만나는 뇌성마비친구들, 언론사 기자들, 우연히 스치는 사람 등 무수한 사람들, 이들과 엮어 가는 삶은 지나가면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남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스스로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속에 기쁜 희망의 햇살을 담고 사는 게 그녀의 꿈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홈페이지 http://www.ksc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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