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동안 다녔던 정든 학교운동장에서.

“석은아! 여기 부천인데, 어디로 가야하니?”

“네.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나갈게요.”

석은이는 한서대 의료보장구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3년 전 절단장애인 모임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는데, 그렇게 알고 지낸 기간만도 3년이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힘든 일 구진일은 안하려고 요리조리 빠져나갈 곳만 찾고 이유나 변명만 늘어놓는 데 반해 석은이는 항상 먼저 일을 찾아서 한다.

나이도 어린 아가씨가 집채만 한 아저씨 아줌마들을 부축하기도 하고, 업기도 하고. 그래서 물었다. “석은아! 다른 좋은 과들도 많은 데. 왜, 의료보장구학과에 들어왔니? 그리고 자원봉사를 자주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니? 혹 우리 같은 장애인들보면 이상하지 않아, 괜찮아?”

“언니, 제 동생도 장애인이에요. 그래서인지 아무렇지도 않아요. 오히려 자원봉사를 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걸요.”

태어 난지 18개월부터 이상 증세가 나타난 원근이를 부모님은 부천, 서울등 좋다는 병원은 다 돌아다녔지만...무슨 병 때문에 아이가 이런지 알수가 없었다.

원근이가 태어날 당시 부모님은 작은 구멍가게를 하고 계셨는데, 어느 날 한 손님이 4세 된 원근이를 보더니 부천에 OO정형외과를 가보라고 소개를 해 주었다.

소개 받은 병원을 방문해 x-ray를 찍었더니 원근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큰 병원으로 다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소견서를 써주셨다. 그 소견서를 들고 다시 구로고대병원을 방문하자 마자 검사를 시작했다. 뭔 검사가 그리 많은 지...몇 개월의 시간과 검사 끝에 섬유성(다발성) ‘골형성부전증’이란 병명으로 판정이 났다.

골형성 부전증 때문에 걷기조차 힘든 원근이.

그때 당시 원근이의 담당 의사는 “이 병은 뼈 전체가 약 하고 잘 부러지며 휘어지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잘 먹고, 잘 생활해야 하며 17세까지는 조심해야 됩니다”라고 신신당부를 했다고한다.

올해로 열네 살이 된 원근이가 그동안 받아온 수술만도 수십 번. 네 살이 되던 해 왼손 엄지손가락이 구부러져 펴 주는 수술을 했고, 다섯 살 때에는 양쪽 골반을 고정해주는 수술, 여섯 살 때에는 무릎이 휘어 바로 잡아주는 수술을 했다.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조금만 부딪쳐도 뼈가 부러진다고 조심을 했지만 어디 그것이 나혼자만 조심 한다고 되는 일인가.

일곱 살이 되던 해, 학원에 다니면서 친구들과 놀다가 넘어져 팔이 부러졌다. 초등학교 4학년 때도 5학년 때도 팔이 부러져 수술을 했다. 무릎에서 발목까지의 다리부분이 45도로 휘어지고, 팔도 많이 구부러져있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45도로 구부러진 다리를 펴주는 수술도 했다.

이렇게 반복되는 수술에 원근이를 지탱하는 뼈는 약해졌고, 걷기조차 힘들어지게 되어 버렸다. 그나마 힘을 쓸 수 있는 것이 팔인데, 팔로 몸을 지탱하고 이동하다보니 원근이의 몸은 비장애인들과는 많이 달라져 버렸다.

원근이는 초등학교를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를 다녔다. 운이 좋았는지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6학년까지 쭉 원근이를 맡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2층, 3층으로 올라가야했지만 몸이 불편한 원근이를 위해 학교측은 원근이네 반을 1층에 배정하곤 했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문턱도 없애고, 화장실도 원근이만을 위해 양변기로 수리했다. 그렇게 6년을 같은 층, 같은 담임에게 교육을 받은 원근이는 자주 병원에 입원하기 때문에 출석일수가 한해 50일도 채 안되었지만, 늘 반장과 부반장을 할 만큼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원근이게 “원근아, 원근이는 어떤 과목이 제일 좋니”라고 물어보자 “수학”이라고 자신있게 대답한다. “그럼 제일 싫어하는 과목은”이라는 질문에는 “체육”이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뛰어 놀고 싶어도 그러하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보통 그 또래의 남자 아이들은 활동성 있는 체육을 좋아하기 마련이지만 원근이의 경우는 다른 아이들과는 아주 조금 다르기 때문에 체육시간에는 교실에 혼자 있어야한다. 원근이의 마음은 다른 친구들보다도 더 펄펄 뛰어다니고 날고 있을 텐데…. 그래서 싫은 과목이 당연 체육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얼마나 뛰고 싶고 같이 어울리고 싶을까? 이해가 가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원근이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인지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이 깊어 졌단다.

이런 원근이를 보는 어머님은 “원근이 다리가 많이 펴졌어요. 크러치나 워커를 이용해 이동도 가능해 졌고요.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원근이를 보면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크러치 워커 모두 팔에 힘을 주는 이동기구들이라 팔이 자꾸 휘어져 걱정입니다. 전동휠체어가 있으면 혼자서 다니는데 좋을 텐데…. 제가 6년 내내 업고 다녔어요”라며 말을 잊지 못하신다.

뭐가 그리 좋은지 만세를 부르고 있는 원근이.

원근이는 6년의 초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얼마 전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중학교에 입학을 했다. 장애를 가진 몸으로 일반중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현재 입학한 중학교에서는 장애인 학생이 원근이가 처음이라고 한다.

부천에도 장애인들만 다니는 특수학교가 있긴 하지만 원근이가 그곳에 입학을 하게 되면 생활하고, 활동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지만, 원근이의 발전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부모님은 일반 학교를 선택했다고 한다. 또 하나의 이유는 초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들 대부분이 원근이와 같은 학교로 진학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지금의 부천북중학교를 선택하게 됐다고 전했다.

지금도 원근이는 알브라이트 증후군과 갑상선항진증의 합병증으로 3개월에 한번씩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칼슘주사를 맞고, 정형외과와 내분비과(소아)를 다니며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있다.

원근이 부모님은 “원근이가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즐겁게 생활하게 하고,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원근이의 장래희망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이다. 원근이가 제일 존경하는 사람은 ‘스티브 호킹’. 그래서 원근이의 장래 꿈은 한국판 ‘스티브 호킹’이다. 그 꿈을 조금씩 키워 나가는 원근이는 초등학교때 이미 컴퓨터 자격증을 3개나 취득했고, 다른 자격증도 따려고 공부에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밝고 긍정적인 모습의 작은 거인 원근이.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원근이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미래의 한국판 ‘스티븐 호킹.

원근아 화이팅~!!

사람 만나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칼럼리스트 김진희씨는 지난 97년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를 당하기전 280명의 원생을 둔 미술학원 원장이기도 했던 필자는 이제 영세장애인이나 독거노인들에게 재활보조기구나 의료기를 무료로 보급하고 있으며 장애인생활시설에 자원봉사로 또 '지구촌나눔운동'의 홍보이사로 훨씬 더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는 현재 방송작가로 또 KBS 제3라디오에 패널로 직접 출연해 장애인계에는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음식을 아주 재미있고 맛있게 요리를 할 줄 아는 방년 36살 처녀인 그녀는 장애인 재활보조기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이트 deco를 운영하고 있다. ■ deco 홈페이지 http://www.uk-or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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