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는 각각 다르지만 내부는 남녀공용인 설악산 국립공원 장애인화장실. <칼럼니스트 박종태>

강원도 설악산국립공원 외설악에 위치한 속초시 설악동 소공원의 장애인편의시설을 둘러 보았다.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건물에 들어서니 출입구에 턱이 없고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어서 장애인이 2층에 설치된 케이블카를 타거나 3층에 있는 전망대에 가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설악케이블카(주)는 2003년 10월에 스위스 도플마이어사의 최신 기술을 도입해 전자동 시스템으로 시설을 교체했다고 했다. 전보다 훨씬 넓어져 횔체어장애인도 편하게 이용을 할 수가 있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장애인화장실이 남녀용으로 따로 마련돼 있긴 했으나 남자화장실을 보니 창고처럼 사용하고 있어 아쉬웠다. 또 손발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을 위한 세정장치(센서)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도착해 화장실을 둘러보니 장애인들은 이용할 수 없게 돼 있었다. 화장실이 밑에 설치돼 있고, 엘리베이터가 없어 3층 전망대도 가볼 수 없게 돼 있었다. 장애인들은 2층 전망대에서 구경을 하다 내려와야 한다.

소공원내 공중화장실은 1999년도에 보수를 해서 외관이 깨끗한 편이었다. 입구 쪽에 간혹 점자유도블록이 깨진 것들이 있었다. 화장실입구에는 1999년도 최우수 화장실 마크가 붙어있었다.

겉에서 보았을 때 장애인화장실은 남녀용 화장실 입구가 따로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남자화장실에 들어가서보니 옆 쪽에 또 다른 출입문이 있고, 그 문을 열어보니 여자화장실 입구였다. 남녀화장실 입구 중간에 칸을 막아 장애인 화장실을 설치하고, 겉으로 보기엔 장애인용 화장실이 남녀용 두 개인양 출입구만 각각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것이 1999년에 최우수 화장실로 선정된 화장실의 모습이다.

화장실 출입문은 안쪽에 구멍을 뚫어 조그만 쇠막대기로 끼워서 양 쪽 출입문이 열리지 않도록 설치돼 있었다. 중증장애인 중 손이 불편한 장애인은 사용하지 못한다. 게다가 손발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을 위한 세정장치도 설치가 안 돼 있었다.

1999년에 최우수 화장실으로 선정된 어이없는 설악산 국립공원 화장실. <칼럼니스트 박종태>

1999년도 최우수 화장실 마크를 다시 한번 자세히 보았다. 화장실을 설계하고 건축할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다. 그 당시에는 장애인화장실이 보편화되지 않았었고, 장애인용 화장실을 남, 여 따로 구분하여 설치해야한다는 것을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이 97년 4월에 만들어졌고, 이 장애인화장실은 법이 제정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만들어졌을 것인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설치할 수 있었을까. 더욱이 이런 화장실이 최우수 화장실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정말 기가 막혔다.

설악산 국립공원공단은 하루 속히 잘못된 시설물을 제대로 설치하고,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인편의시설을 점검하고 고쳐야한다. 전국에 있는 다른 국립공원공단들도 점검을 해야 한다.

한편 설악산 케이블카(주)의 장애인편의시설 설치에는 감사 드린다.

더불어 장애인화장실에 세정장치(센서)를 설치하는 일이나 시설을 이용하는 중증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이용요금을 할인해주는 등의 활동에 설악산케이블카가 앞장서주길 부탁한다. 또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먼저 케이블카 이용을 할 수 있도록 비장애인에게 양보를 부탁하는 문구를 매표소에 설치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장애인에게 이용요금을 할인해주는 설악산 케이블카. <칼럼니스트 박종태>

장애인화장실이 남녀용으로 따로 마련돼 있긴 했으나 남자화장실을 보니 창고처럼 사용하고 있어 아쉬웠다. <칼럼니스트 박종태>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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