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엔 비둘기들이 군집해서 살고 있다.

내가 지나가면 내 눈 앞으로도 서슴없이 날아다닌다.

낮으면서 위험한 비행을 일삼는 비둘기들이

때로는 위협적이다.

아스팔트에 박힌 인간의 냄새나는 배설물을 쪼아 먹고

살이 토실 토실 자꾸만 쪄간다.

간밤에 동네 아저씨 술 안주로 콩나물 해장국을 먹었나보다.

아니야 아구찜도 간과할 수는 없다.

오늘도 역시 비둘기들이 노오란 콩나물 대가리를 쪼아댄다.

아스파라긴산이 아스팔트 위로 꾸물 꾸물 피어오르고

뒤뚱 뒤뚱 오리 걸음을 하는 비둘기들이 삼삼 오오

작업을 하고 있다.

아스팔트를 본거지로 삼는 비둘기들이 놀다보니

어느새 회색빛에 물들어가고 서울의 창공에도 회색 구름이

걸려 있다.

시커먼 먼지와 히뿌연 매연들을 주식으로 하는 비둘기들은

회색이라는 보호색을 띠고 서울 도심에서 위장생활을

하고 있다. 비둘기는 목표가 없다.

갈매기 리빙스턴처럼 친구들과 v자 형태로 저 높은 하늘을

비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삶의 정체성을 상실한 채 그저 썩은 냄새로 가득한 도시

한 복판에서 가야할 방향을 잃고서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그저 타성적으로 살아가는 도시인과 비교하면 비둘기의 삶과

다를바 없다.

인간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이다.

존재가치를 모른채 상실감에 빠져 비둘기처럼 하루 하루를

쪼아대다 잠이 든다.

이젠 결코 평화를 상징하는 공무수행을 완수하지 못하고서

미아가 된 비둘기는 사람들 주변에서 사람냄새를 맡으며 기거한다.

김광욱씨는 현재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비상근간사로 일하고 있다. 1살때 연탄구덩이에 떨어진 장난감을 주으려다 구덩이에 머리부터 빠지는 바람에 화상장애인이 됐다. 그는 조선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학원강사 등으로 취업을 하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그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능력때문이 아니라 얼굴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정부과천청사앞에서 화상장애인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1인시위에 나서는 등 화상장애인 인권확보를 위해 세상과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그는 또 지난해 5월부터 테스란 이름으로 취업전문 사이트 인크루트에 취업실패기를 연재한 적이 있다. 그 사이트에 올린 180여건의 경험담은 최근 '잃어버린 내 얼굴'이란 제목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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