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을 꺼내도 웃음을 잃지 않는 오아볼로씨. <칼럼니스트 김진희>

오늘 김진희가 만난 사람은 키가 1m도 채 안 되는, 한번 뼈가 부러지면 치료 때문에 꿈쩍 못하고 몇 달 씩 누워 있어야만 하는, 그래서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골형성 부전증의 장애를 갖고 있는 ‘오 아볼로’씨다.

언젠가 아침 TV 방송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거기다 책을 냈다고 해서 어떤 내용의 책인지, 그의 문학 세계는 어떤지, 왜 몸이 불편하면서도 그렇게 편지를 쓰는지 그리고 정말 궁금한 것은 왜 이름이 ‘오아볼로’인지.

직접 만나보니 나의 이런 궁금증은 한방에 해소됐다. 오아볼로씨의 본명은 오규근이다. 1952년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났다. 올해 54세인 ‘오아볼로’씨는 뼈가 부러지는 골형성 부전증이라는 병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장도 없고, 그렇다고 남한테 변변한 자기소개를 할 만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정규교육이라고는 93년부터 다니는 방송통신대학교에 등록해서 교재를 받아 3년가량 신학 공부를 한 것이 전부라고 한다.

그리고 오아볼로라는 이름을 부르게 된 것은 성경 고린도전서 3장 6절에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라는 구절이 있는데 거기서 ‘아볼로’와 자신의 성씨인 오씨를 따서 ‘오 아볼로’라고 지은 거라는데....

한번은 어느 교장 선생님이 TV에 나온 오아볼로씨를 보고 “참, 말 잘 하네요” 하더란다. 그래서 “왜요” 했더니 그 교장 선생님은 오아볼로씨가 프랑스 사람인 줄 알아서 그렇게 물어 본 거라고 해서 크게 한번 웃은 적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이름 때문에 웃지 못 할 에피소드는 종종 일어나는데 사실 글 쓰는 필자도 '오 아블로'라는 이름만 들었을 때는 외국인인가 했다.

방 한가득 수북이 쌓인 편지들. <칼럼니스트 김진희>

오아볼로씨를 만난 곳은 분위기 좋은 카페도 아닌 그렇다고 먹을 것이 많은 식당도 아니었다. 직접 오아볼로씨 집을 찾아갔는데 집은 정말 작고 아담했다. 잠자는 시간외에는 거의 침대에서 컴퓨터와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간을 다 보낸다고 하는 그 작은 방에는 책이 빼곡히 꽃혀 있는 책장과 침대 옆으로 팬들에게서 온 편지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하루 종일 컴과 씨름하면 눈도 피로하고 몸이 많이 불편 할 텐데…. 어떤 내용들을 어떤 분들과 나누는지 또 한번 호기심이 발동했다.

오아볼로씨가 편지로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라고 꼭 꼬집어 말할 것 없이 너무 다양했다. 취직을 못해 자살을 꾀하는 청년, 원망이 가득한 말기 암 환자, 이혼 위기를 맞은 부부, 과체중으로 고민하는 여고생, 이유 없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주부, 감옥에 갇힌 재소자, 탈영을 꿈꾸는 군인 등.

하루에 몇 통이나 편지를 보내는지 아마...독자들도 궁금할 것이다. 지금까지 20여년을 쭈욱 편지를 보냈다고 하니까 그 횟수를 계산한다는것이...오아블로씨는 이렇게 힘들게 편지를 보내지만..편지를 받은 분들이 ‘인생이 전환됐다’라는 편지를 다시 보내 올 때 가장 큰 행복함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처음에 오아볼로씨는 본인이 장애인이기 때문에 세상에서 자신만이 제일 지지리도 복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왜 나는 이렇게 태어났을 까, 나도 남들처럼 할 수 있는 것이 많았으면…’하고 세상 원망을 많이 했었다. 그러나 이 일을 하면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만 아픔이 많고 건강한 사람들은 없는 줄 알았는데, 장애인들보다 건강한 사람들이 더 근심 걱정이 많다는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에게 찾아오고 메일을 보내고 편지를 보내는 거라고 한다. 편지를 쓰는 가운데 오아볼로씨는 ‘나도 할 수 있는 것이 있구나, 하나님은 나를 복음 전도로 쓰시는 구나’라며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기운도 많이 났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지만...이일을 시작하면서 희망의 전도사로 복음도 전파하며 항상 손과 발이 되어주는 아내까지 얻기도 했다.

50여년을 살아오면서 사람들의 시선과 사람들의 뼈에 사무치는 말 등에 장애 때문에 힘든 것 보다는 사람들 때문에 힘든 적도 많았다. 그래서 여러 번의 자살도 시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오래전 장애인 인식에 대해 ‘장애인이라고 재수 없다고, 자녀들 교육에 안 좋다고 집을 안 줬다’고 말했다. 오죽하면 부동산 사람이 이 사람들은 법 없이 살 사람들인데, 그렇게 까지 말을 해도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 정말 세상 살기가 힘들었다고 말하는 오아볼로씨는 힘든 이야기를 하면서도 얼굴에는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웃지 않아야 할 지점에서도 늘 웃는 이유는 울음 대신인지도 모른다고 말 한다. 그래서 자신의 옛일을 흡사 농담처럼 가볍게 말하려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하는 오아볼로씨를 보면서, 과장하지도 흥분하지도 비애감에 빠지지도 않으려는 그의 모습에 인터뷰하는 내가 절로 숙연해 졌다.

20여년 주고받은 희망의 편지를 책으로 만들었다. <칼럼니스트 김진희>

이제는 힘들고 삶에 지친 이들에게 희망의 편지도 보내고 책도 내고 나름대로 삶의 활력소를 찾은 오아볼로씨에게는 20여년 사랑의 편지를 쓰게 만든 계기가 있었다. 오아볼로씨는 태어나자마자 뼈가 부러지는 병 때문에 세상의 멸시 속에 30여년을 숨어살았다.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자신과 같은 장애인이면서도 편지 사역에 힘을 쏟고 있는 '이바울로'라는 형제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던 것이다. 그와 함께 편지를 주고받고 함께 생활도 하면서 '오 아볼로'씨의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던 것이다.

오아볼로씨는 6년 전까지만 해도 자원봉사자의 부축하에 조금씩은 걸을 수 있어서 간증도 많이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자원봉사자의 부주의로 휠체어에서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아예 다리를 쓰지 못해 지금은 앉거나 누워있는 시간이 더 많다.

그래서일까...항상 그는 자원봉사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자원봉사자 한분은 오아볼로씨에 대해 “오아볼로씨를 만나게 된 것은 한 3년 정도 됐는데 정말 만나면서 오히려 저 같은 비장애인들보다 백배 더 열심히 사는 것 같아요. 몸이 많이 불편한데도 이분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얻고 있잖아요”라고...

자원봉사자의 말처럼 장애를 가졌음에도 열심히 사는 오아볼로씨는 20여 년 동안 사랑의 편지를 주고받은 것을 얼마 전에 ‘희망을 푸는 두레박’이라는 책으로 냈다. 책 제목은 ‘나누고 싶어도 나눌 수 없는, 그래도 작은 두레박이라도 물을 퍼서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다’는 뜻에서 지어졌다.

앞으로 바램이 있다면 또 한번 책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고, 희망은 사람의 마음을 살리는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말도 빼놓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우표후원을 해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마음속에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하는데...

우리는 다 가지고도 행복을 모르지만, 오아볼로님은 비록 다 못 가졌지만, 진정한 행복을 아시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우표 10장도, 1천원도 소중하다고 말씀하시는 오아볼로씨에게 사랑의 편지 보내기 회원이 되시거나 우표 보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서울시 은평구 응암3동 351-21 오아볼로 전도사 앞으로, 전화는 02-307-8278로 연락주시면 어떨까! 많은 후원 부탁드린다.

나는 이 곳을 통해 많은 장애인분들의 이야기를 하지만 건강한 사람들 중에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 중에도, 이 세상 살아감에 있어 기쁜 일이 있는가 하면, 가슴 아픈 일도 참 많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마음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분들이나 지난날의 사연들을 오아볼로님과 함께 해 보시면 어떨까. 2005년 가슴 따듯한 사람들과 함께 해 보세요. 사랑은 나눈 만큼 배가 되고, 그 사랑은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온답니다.

사람 만나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칼럼리스트 김진희씨는 지난 97년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를 당하기전 280명의 원생을 둔 미술학원 원장이기도 했던 필자는 이제 영세장애인이나 독거노인들에게 재활보조기구나 의료기를 무료로 보급하고 있으며 장애인생활시설에 자원봉사로 또 '지구촌나눔운동'의 홍보이사로 훨씬 더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는 현재 방송작가로 또 KBS 제3라디오에 패널로 직접 출연해 장애인계에는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음식을 아주 재미있고 맛있게 요리를 할 줄 아는 방년 36살 처녀인 그녀는 장애인 재활보조기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이트 deco를 운영하고 있다. ■ deco 홈페이지 http://www.uk-or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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