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하고 있는 이종만씨(사진 오른쪽)

일을 하다보면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 우연찮게도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올해도 만추의 계절 속에서 시와 음악이 있는 가을오후의 만남을 준비하면서 뜻밖의 반가운 사람과 만났다. 꿈을 꾸는 음악인 이종만씨이다

뇌성마비시인들의 시에 아름다운 선율을 부쳐준 좋은 벗 풍경소리에서 그를 만난 것이다.

시낭송회에 참여한 뇌성마비시인들의 작품 중에 하늘 길과 낙화라는 시 두 곡에 곡을 붙였는데 그중 낙화에 곡을 붙여 시낭송 자리에서 직접 불러주었다.

섭외를 하면서 이종만이라는 이름을 접하고 혹시 "음악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부른 그 사람이 아닐까, 동명 이인인가 하는 궁금증을 풀지 못하고 가슴에만 간직하고 있던 터였기에 더욱 반가웠다.

. 낙화를 부르는 그의 모습은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깃든 것 외에는 "음악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을 부르던 16여년전 그 모습과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2년전 이맘때쯤 앨범을 냈다는 소식을 지인(知人)으로부터 듣고, 그의 노래가 살아있음에 기뻤던 적이 있다.

그 때 한참동안 지인(知人)에게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

"실없이 농담 한번 건네는 법이 없으며 마주 앉으면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무슨 말을 하든지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아주 겸손한 사람이다. 분명 사는 일이 그리 넉넉지만은 않을 터인데, 그는 푸념 한 마디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있다보면 그가 오로지 노래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의 노래 속에는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그리고, 그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그의 고집과 끝까지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느낄 수 있다."

....

지인이 들려주는 말이 참 가슴에 와 닿았었다.

내가 들은 그의 노래는 그의 외모에서 풍기듯이 화려함 대신 삶에 대한 끈끈한 애정과 희망을 담고 있었다. 남들의 눈에는 보잘 것 없이 보이는 꿈, 이루지 못한 소망, 잘나지 못한 인생의 서글픔에 그는 사랑스런 눈길을 보내고자 함이 아니었던가 싶다.

. 그것은 자신을 향한 노래이기도 했겠지만 우리 모두를 위한 노래이기도 했을 것이다.

때론 힘겨운 현실을 만나 절망을 느낄지라도 우리가 희망의 싹을 틔워야 할 곳이 바로 그 '절망 위' 라는 걸, 노래로 전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와 음악이 있는 가을 오후의 만남에서 만난 작곡가 겸 가수 이종만씨는 아직도 꿈꾸는 음악인이었다. 그의 노래처럼 '음악이 그의 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는 음악으로 말하고 음악으로 꿈을 꾸는 가수로 세상에서 '전부'만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란 걸 알고 있기에 비록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진심으로 아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노래를 잊지 못하고 "음악이 인생의 전부는 ∼" 하면서 가끔 흥얼거리는 지도 모르겠다. 뇌성마비시인의 시 "낙화"에 곡을 붙여 노래를 불러주고 뇌성마비시인들에게 자신의 시에 대한 아름다움을 갖게 해준 그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말이 앞서는 세상, 자기 몫을 챙기기에 바쁜 세상에서 변함없이 노래하며 이웃들과 함께 하는 가수 이종만씨, 그는 분명 사람들에게 맑고 은은한 향기를 품어주는 국화차향 같은 사람, 현재 그가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좋은 벗 풍경소리" 이름처럼 맑은 소리로 세상을 정화시켜주는 사람이다. 곧 그의 새 노래가 나와 따뜻한 차를 나눌 날을 기다린다.

최명숙씨는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 한국장애인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95년에 곰두리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2000년 솟대문학 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은 절로 떠난다' 등 4권이 있다. 일상 가운데 만나는 뇌성마비친구들, 언론사 기자들, 우연히 스치는 사람 등 무수한 사람들, 이들과 엮어 가는 삶은 지나가면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남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스스로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속에 기쁜 희망의 햇살을 담고 사는 게 그녀의 꿈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홈페이지 http://www.kscp.net/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