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모습이 너무 편안해 보인다.

각종 문화공연의 계절 가을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단체와 동아리들이 이 계절에 맞춰 행사들을 치룬다.

그런 모임중의 하나인 인터넷 사이트 '하늘빛 사랑'의 서울 지역장을 맡고 있는 엄태현씨를 밤섬에서 만나봤다.

‘하늘빛 사랑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순수하게 친목을 하는 단체다. 다른 이익 같은 것은 일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장애를 입은 당사자들과 그들의 가족이 모여,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는 모임으로 쉽게 말해서 쉼터라고 보는 것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처음에는 개인 홈페이지인 사이버상에서 시작을 해서 서로 우의를 돈독히 하다가 나중에 오프라인 모임으로 한명 두명 모이기 시작해 지금은 1년에 두번 씩 정기모임을 갖을 정도로 모임이 커졌다. 모이는 회원만도 900명. 전국적인 사이트가 됐다.

그야말로 같은 아픔, 같은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이 나름 대로 서로 아껴주고 보듬어 줄 수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또 하나의 소속감 갖게 하는지도 모른다.

서울 지역장을 맡고 있는 엄태현씨가 ‘하늘빛 사랑’을 만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자신에게 닥친 사고로 척수장애를 갖게 된 엄태현씨에게 사람들 만나는 것도, 앞으로 뭘 해야 하는 지도 몰라 막막해 할 때 우연하게 인터넷 사이트 '하늘빛 사랑'을 알게 됐다.

집에서만 2년 가까이 3년 가까이 혼자 생활을 하다가 이 사이트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모임도 갖고 하다 보니까 배울 점이 많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 서울 지역장까지 하게 됐다.

엄태현씨는 이 사이트를 알게 된 후 자신을 사회로 다시 나오게 하는 힘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사회의 한 구성원이 다시 되고 보니까 장애로 인해 못하리라고 생각했던 부분들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직장 생활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결혼이라는 것도 하게 되었다고 말하는데, 처음 장애를 입고 나서는 ‘결혼은 무슨 결혼’하고 체념을 하기도 했었다고 말한다.

엄태현씨는 이렇게 ‘하늘빛 사랑’이라는 모임을 통해 정말 인생에 가장 중요한 몇 가지를 이루었다. 움츠렸던 혼자 만의 생활에서 당당하게 사회로 나온 것과 결혼을 하게 된 것.

엄태현씨의 피앙새가 된 여인은 우연하게 미용실에서였다. 미용실에서 일하는 사람은 아니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의 친구로 놀러 왔다가 만나게 됐다고 하는데, 웃는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 후 우연하게 미용실에서 한 두번 더 만나게 되었고, 그 다음에는 편하게 아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데이트를 시작을 하게 됐다.

그리고는 어찌어찌 하다 보니 정도 들고, 또 어떻게 하다 보니 '그 사람이 나랑 평생 같이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태현씨가 프로포즈를 했단다.

밤섬 야외 결혼식장에서.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여자에게 청혼을 하면 떨고 말을 잘 잇지를 못한다고 하던데…. 아마도 태현씨는 이 모임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생활했던 것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엄태현씨가 지금은 이렇게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빨리 받아들이고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때의 사고경위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음이 아프다.

인생에 찾아온 우연같은 사고.

선배와 친구랑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고속도로에서 눈길에 차가 미끄러져 전복 되었다. 차가 그렇게 전복되면서 뒤에서 또 차가 들이받는 바람에 태현씨는 차 유리 창문을 뚫고 그냥 밖으로 튕겨 나갔다. 그리곤 '딱' 땅에 떨어졌다.

순간 정신을 차렸을 때 보이는 것은 하늘이었다. 그때가 새벽1시. 겨울하늘을 딱 봤는데 하늘이 맑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허리 밑으로 이상해서 만져보니 감각이 없었다. 처음 접하는 그런 감각. 그때 휠체어를 타게 되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때 가족들의 심정은 정말 말로 표현 못할 것이다.

하지만 결혼식장에서 부모님들은 정말 활짝 웃으셨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양가 부모님과 예쁜 드레스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신부. 그리고 한껏 멋 부린 엄태현씨.

태현씨를 만나보면 마치 구멍 가게 아저씨처럼 편안해 보이는 인상에 말도 천천히 하고 모든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고 '허허허'다.

아마도 이 성격 때문에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잘 극복한 것은 아닌가 싶다.

처음에 엄태현씨에게도 장애를 극복하는데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다.

평생을 일어나지 못한다는 그런 판명을 받았을 때 죽고만 싶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느 날 간호를 해주시면서 어머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고 한다.

"죽고싶냐. 너가 이렇게 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일어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너가 살아있다는 것 만으로 나는 좋다."

그리고 이어 하시는 말씀이 "너가 지금 이런 모습이라도 가지지 않고 죽었으면 우리 집에서 너의 방을 바라보는 너의 형제 심정은 어떻겠으며 너의 자리가 없어진걸 알고 형이나 누나들이 너의 자리를 봤을 때 느낌이 어떻겠냐"고 말씀을 하셨다.

그 때부터 '아, 내가 쓸 때 없는 생각을 하고 있구나. 진짜로 나를 사랑해주는 분들이 이렇게 많고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데 쓸 때 없는 생각을 가지지 말아야겠다'하고 장애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해주는 가족들의 사랑. 그보다 값진 약은 없다.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엄태현씨에게는 큰 격려가 됐을 듯.

마침 태현씨를 만나는 날이 결혼식 날이라서 그런지 ‘하늘빛 사랑’ 회원들이 참석을 했는데 모두가 활기찬 모습이었다.

그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하늘빛 사랑’ 식구들을 챙기는걸 보면서 이 '하늘빛 사랑'이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 모임은 어떤 일상적인 생활에서 일탈해서 즐기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정말로 엄태현씨가 이곳에서 얻었던 것이 많은 만큼 또 다른 후배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나누는 곳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빛 사랑'의 주소는 www.skywheel.or.kr 로 관심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방문 하셔서 이곳에 '너를 보여줘'란 코너에 자신을 소개하고 가입하면 된다.

태현씨!! 행복하세요.

사람 만나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칼럼리스트 김진희씨는 지난 97년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를 당하기전 280명의 원생을 둔 미술학원 원장이기도 했던 필자는 이제 영세장애인이나 독거노인들에게 재활보조기구나 의료기를 무료로 보급하고 있으며 장애인생활시설에 자원봉사로 또 '지구촌나눔운동'의 홍보이사로 훨씬 더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는 현재 방송작가로 또 KBS 제3라디오에 패널로 직접 출연해 장애인계에는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음식을 아주 재미있고 맛있게 요리를 할 줄 아는 방년 36살 처녀인 그녀는 장애인 재활보조기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이트 deco를 운영하고 있다. ■ deco 홈페이지 http://www.uk-or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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