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9.28

이번 주 목요일 병원 24시에 화상환자 화순이가 나왔다.

올해 2004년 1월에 한 카페에서 알바를 하다가 사장과 사장친구가 싸우다가 그만 불이 나고 급기야 그 화기가 화순에게 물밀듯 밀려왔고 화순이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

그 후, 손과 얼굴은 완전히 빠알갛게 익어버리고 말았다.

더 아픈 사실은 화순이가 태어난 지 11개월때 부모로부터 버려진 고아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보육원에서 계속 자라오다가 이런 변을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흡입화상으로 인해 폐와 식도가 일반인에 비해 70% 기능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었고 목소리에 변형이 오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만다.

이 안타까운 스무살 아가씨 화순이는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의 물음 앞에 한 숨이 나오고 만다.

구로성심병원에 가서 송학이 그려진 양말을 신은 주인공 화순이를 만나고 왔다. 너무나 밝은 모습에 매료되어 두시간 반 가량 정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스무살의 화순이는 그 또래 애들처럼 세상의 때가 묻지 않았고 호기심이 강한 아가씨였다.

난 남자로서 1살 때 연탄아궁이에 빠져 내 얼굴을 잃어버린 채 평생을 살아가게 되었지만 그래도 부모의 사랑이 있었기에 죽지 않고 지금까지 잘 살아오고 있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화순이를 위로해 주려고 갔지만 오히려 내가 위안을 받고 돌아왔다.

나 또한 수술을 앞두고 있지만 화순이가 더 급하고 더 절박해 보였다. 어떻게든 돕고 싶었지만 31년 살아오면서 모아놓은 돈도 없어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딸랑 책 한권을 선물해 주었다.

지금 비록 내가 가진 게 없지만 열심히 일해서 화순이에게 사랑을 나누고 싶다. 내가 받았던 환산할 수 없는 사랑의 일부를 꼭 되돌려주고 싶다.

여러분도 화상으로 고통받을 화순이를 위해 멀리서라도 힘을 실어 주시길 바라며...

부모에게 버림받았던 화순이가 이제는 화상의 고통으로 인해 또 한번 이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스무살의 나이에...여린 감성의 아가씨가 어떻게 잘 견뎌 나갈지...

TV 출연 후 후원자들과 격려의 메시지 그리고 병문안 오던 사람들의 행렬...계속 이어질 것만 같다가 한두 달 지나고 이제 우리의 기억속에서 서서히 화순이가 잊혀져 가는 것은 아닐까... 화순이가 또 다른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또한 작년에 우리시대 출연 후 그런 경험을 맛보았다.

화상의 고통과는 또 다른 아주 묘하고 야릇한 절망감에서 헤매였던 기억이 있다.

철심이 박아진 화순이의 왼손가락들이 살아가야 할 어두운 미래들...

그 미래를 위해 저금통에 100원짜리 동전을 저축하고 있다.

그것은 화순이의 희망을 저축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훗날 좌절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 요긴하게 쓰길 바란다.

난 화상으로 인해 700번 취업면접에서 버림을 받아야만 했다.

화순이는 이제 스물살이 된다.

이제 시작인 셈이다.

내가 걸어온 가시밭길을 화순이가 걸어가야 한다.

벌써부터 내 가슴이 콱 막혀온다.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다.

화순이가 그 고난을 잘 이겨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녀가 정말 행복하길 바란다.

화순이는 고아여서 그런지 벌써부터 결혼을 하고 싶어한다.

가족이 지독하게 그리웁기 때문이다.

사랑을 받지 못한 화순이에게 새로운 사랑이 기다리고 있길 바란다.

김광욱씨는 현재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비상근간사로 일하고 있다. 1살때 연탄구덩이에 떨어진 장난감을 주으려다 구덩이에 머리부터 빠지는 바람에 화상장애인이 됐다. 그는 조선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학원강사 등으로 취업을 하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그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능력때문이 아니라 얼굴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정부과천청사앞에서 화상장애인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1인시위에 나서는 등 화상장애인 인권확보를 위해 세상과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그는 또 지난해 5월부터 테스란 이름으로 취업전문 사이트 인크루트에 취업실패기를 연재한 적이 있다. 그 사이트에 올린 180여건의 경험담은 최근 '잃어버린 내 얼굴'이란 제목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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