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텔 엠배세더 호텔에서 스티브 모리슨씨.

한국의 애덤 킹이라 불리는 세진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 내일 바빠? 나 서울 올라가는데, 안 바쁘면 스티브 오빠가 한국에 왔는데 우리 함께 하자."

와.. 이게 웬 떡.

'스티브 모리슨'이라면 아마.. 장애계 쪽에서 또 입양쪽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물 아닌가. 그를 인터뷰한다. 너무 좋았다. 생각이고 뭐고 할 것 없이 ‘그래’ 하고 약속을 했다.

약속한 4일. 소피텔엠배서더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로비에는 ABC기자를 비롯해 세계 각 국에서 온 많은 해외 취재단과 한국의 웬만한 언론과 5개 방송사에서는 다 온 것 같다.

취재단들은 한국을 찾아온 입양인들과 가족을 찾는 입양인등을 취재하느라 정신이 없는것 같았다. 거기다 스티브모리슨과 인터뷰를 하려고 연락을 취하는 것 같은데..응답이 없는지..대신 입양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많았다. 반면, 나는 세진엄마의 도움으로 편안하게 스티브 모리슨씨를 인터뷰 할 수 있었는데, 이것도 행운인가 보다.

청바지 차림에 티셔츠(T-shirt)를 입고 나온 스티브씨.

첫 인상이 깔끔하고 단정해 보인다.

"안녕하세요. 에이블의 김진희입니다.

먼길 오시느라 힘드셨죠."

"뭘요..전..1년에 한번씩은 한국에 들어 옵니다."

"세진이 엄마에게서 또 각종 신문과 언론에서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참 대단 하세요.

이번 방문도 입양이라는것 때문에 오신 걸로 아는데요."

"네...입양은 저에게 기회이자 말할 수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입양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라고 첫 말문을 연다.

스티브 모리슨씨(최석춘·49세)는 소아마비 장애인이다.

강원도 묵호에서 태어난 스티브는 6살 되던 해에 홀트아동복지재단에 맡겨져 지내오다 서울 광성중학교 까지 다니다가 13살 되던 해인 1970년도에 미국으로 입양이 되었다.

스티브씨를 입양한 존 모리슨(81)과 마거릿 모리슨(80) 부부는 스티브를 입양하기 2년 전 먼저 입양된 제임스 모리슨씨(신진남)를 입양했는데 그가 모리슨씨 부부에게 스티브를 추천하면서 스티브씨와 제임스씨는 '형제이자 친구' 사이가 되었는데,스티브와 제임스씨는 어린시절 홀트아동복지회 일산 타운에서 같이 생활을 한 친구로 한 핏줄의 형제는 아니지만 같은 가정의 미국인 부모에게 입양이 되어 서로 입양이라는 것에 대한 나름 대로 의지가 되고 많은 힘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스티브의 양부모는 정부의 연구소 생물학자로 근무를 하는 중산층 가정 이었지만,두 '아들'을 키우기란 여간 경제적으로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두 아들에게는 대학 학비는 알아서 마련할 테니 공부에만 전념하라며 일체 아르바이트등을 하지 못하게 했는데, 나중에 경제적으로 쪼들린 양아버지 존이 은행에서 빚까지 내서 이 둘의 학비를 마련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스티브씨는 '진정한 부모의 마음과 가족의 소중함이 이런 거구나'하는 것을 깨닫게 되어 더 열심히 공부를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미 퍼듀대 우주항공학과를 졸업하고, 관련 분야의 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동포 1.5세인 최경미(42)씨를 만나 결혼을 해서 딸 헬렌(8)과 케이(5)를 낳고서도 한국인 조셉(8)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

왜 입양을 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선택받았고 그 선택은 나에게 기회로 이어졌다. 그래서 나와 같은 처지의 아이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어, 입양을 하게 되었고 그 입양의 기쁨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싶어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스티브는 지금까지 16년 동안 미국 국제홀트아동복지회에서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고, 지난 99년에는 사단법인 한국입양홍보회(www.ampak.com)를 창립 하기도 했다.

엠팩은 전통적으로 입양을 꺼리는 한국 가정에 입양의 기쁨을 전파하며 소개를 하고 있는 데, 자신이 외국으로 입양됐던 것에 대해 “내가 만약 외국으로 입양이 되지 않았다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명성이 높다는 미 우주항공연구소(NASA)에 들어와 일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행복함이 물씬 묻어 나는 것 같다.

스티브는 세진이 그리고 에덤킹과는 잘 아는 사이라고 한다.

아마 한국에 사는 분들이라면 적어도 한번쯤은 방송을 통해서 또는 언론을 통해서 입양아에 장애아인 세진이를 잘 아실거다. 또 철제 의족을 하고 야구시구를 했던 미국으로 입양된 에덤 킹(오인호군)을.

그래서인지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옆에 앉은 세진이와 웃으며 장난도 친다.

아마 장애부위는 다르지만 장애를 지녔다는 것과 입양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인가 보다.

스티브는 자신이 입양아이고 장애인이기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건 부모가 없는 아이들에게 입양이라는 것을 통해 부모를 만들어 주고 가정을 이루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한국의 버려진 아이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한국에서 함께 일할 협력자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절신한 기독교 신자인 스티브는 날마다 "하나님 협력자를 보내주십시오”라고 기도를 했다. 기도의 응답인지 99년 10월. 4명의 자녀를 입양해 키우고 있다는 한연희씨(하나침례교회)를 소개를 받았다. 이후 쌍둥이자녀를 입양한 목사님을 만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믿음의 동력자들이 속속 생겨났다.

엠팩의 회원 가족은 서울양부모대회를 시작으로 53가족에서 115가족, 지금은 250가족으로 확대가 되어,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게 되었고, 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등에도 조직망이 있어 국외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스티브는 입양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의 시작은 우리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버려지고 고아가 되고 고아원에서 사는 것 또한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입양 또한 우리의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는 미래를 선택할 기회가 가정을 주셨습니다. 이것이 입양을 통해 우리가 갖게 된 가장 귀한 축복입니다” 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요즘 당사자주위란 말들을 많이 한다. 아무리 우리가 입양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들이 장애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당사자들 만할까. 바로 주인공은 당사자 그들이다.

우리나라는 6.25전쟁으로 10여만명에 이르는 전쟁고아와 혼혈아가 많이 생겼었다. 이후 60~70년대에는 가난 때문에 지금에 와서는 미혼모와 이혼가정이 급증하면서 버려지는 아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국외 입양 뿐 아니라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고, 요즘 어느TV방송 프로에서는 연예인들이 사랑의 위탁모라는 것을 통해 아이들을 맡아 키우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진실이든 가식이든 이런 방송들을 통해서라도 사람들에게간접적으로 입양이라는 것과 버려진 아이들에게 가정이라는 소중함과 울타리가 생겨서 그 아이들이 잘 자라 준다면 얼마나 좋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굳이 국외로 나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 까 싶은데.

그러나 아직 순수혈통주의를 고집하는 사회적 인습에 부딪쳐 국내 입양이라는 것이 큰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입양"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러워 질 때가 오리라 믿으며.

두 다리가 없이 철제의족에 의지한 채 쾌활한 모습을 보여주며 감동을 주고 있는 세진이. 앞으로 자라면서 그 아이가 넘어야할 산들은 많다. 하지만,분명 세진이는 스티브 모리슨 처럼 양부모의 따뜻한 관심과 가정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속에 자신의 꿈을 키우며 잘 커갈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스티브가 만든 입양기관인 AMPAK의 활동이 지금보다 더 많이 국내외에 잘 홍보가 되어야 버려지는 많은 아이들에게 스티브 모리슨 처럼, 세진이 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까 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해본다.

사람 만나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칼럼리스트 김진희씨는 지난 97년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를 당하기전 280명의 원생을 둔 미술학원 원장이기도 했던 필자는 이제 영세장애인이나 독거노인들에게 재활보조기구나 의료기를 무료로 보급하고 있으며 장애인생활시설에 자원봉사로 또 '지구촌나눔운동'의 홍보이사로 훨씬 더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는 현재 방송작가로 또 KBS 제3라디오에 패널로 직접 출연해 장애인계에는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음식을 아주 재미있고 맛있게 요리를 할 줄 아는 방년 36살 처녀인 그녀는 장애인 재활보조기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이트 deco를 운영하고 있다. ■ deco 홈페이지 http://www.uk-or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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