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라이너 병원을 방문하고 있는 미식축구선수들.

작년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져 가는 즈음 필자는 슈라이너 병원의 본부가 위치한 미국 플로리다주의 탬파시에 있는 슈라이너 병원에서 소아의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에 관한 동물실험을 한답시고 약 한달 간 머무른 적이 있다.

실험실에서 식당으로 가려면 어쩔 수 없이 환자들이 모여서 노는 라운지 같은 곳을 지나치게 되어있는데 점심시간이 되어 식당을 갈라치면 그 곳에서 벌어지는 각종 행사 때문에 번번히 멀리 돌아가야만 하는 것이 나로선 영 불만이었다.

무슨 행사가 그리 많은지 연유를 알아보니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니 그 곳의 어린이 환자들을 위하여 매일같이 위문 행사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말이 위문 행사지 필자가 보기엔 그곳의 아이들과 같이 무대를 꾸미고 소품을 준비하는 등 행사를 위해 서로가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그 곳에 있는 어린 환자들은 모두 휠체어나 목발에 의지를 해야만 하는 불편한 몸이었으나 누구도 그들을 장애인이라고 무시하거나 우습게 생각하지 않았고 아이들이 혹시나 불편해하고 힘들어 할까봐 친절하게 도와주고 있었다.

내가 보기엔 그 곳의 어린 환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이들이었다.

가끔 한국아이들도 파란 눈의 외국인 양부모와 같이 슈라이너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들러곤 하였는데 이들은 모국에서 버림받고 입양되어온 장애아동들이었다. 처음에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피하는 눈치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와 같은 좋은 환경 속에서 보통의 어린이와 같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되어가는 것이 큰 다행으로 생각되었다.

장애 아동들이 신체적 장애로 인해 영혼까지 상처받고선 편견과 불신으로 가득찬 진짜 장애아가 될 것인지 아니면 몸은 비록 불편하나 순수한 영혼을 가진 거인이 될 것인지는 그들을 대하는 사회의 눈길에 따라 달라지기에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이다.

부산에서 태어난 박수성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에서 소아정형, 사지기형교정 및 뇌성마비 담당교수로 재직중이다. 장애 아동에 대한 배려가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치는 현실에서 다리에 생긴 기형이나 뇌성마비로 인해 보행이 힘든 이들을 치료하여 장애의 정도를 최소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이 칼럼을 통하여 장애와 연관된 여러 질환들에 대한 유익한 의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장애인 또는 그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한다. ◆ 홈페이지 : www.hib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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