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영역에서는 생명과 직접 연관되는 일은 별로 없다 하더라도 치료결과가 나쁘면 평생 불구나 장애를 지니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에겐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선천성 기형이나 뇌성마비 같은 질환을 가진 아이의 부모님에게는 그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아이에 대한 죄책감 같은 것이 항상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거의 없고 보이지 않는 냉대가 심한 나라에서는 불구나 장애인이 된다는 것은 곧 경쟁사회에서 낙오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본인은 잘 못먹고 못살더라도 아이에게만은 최고의 치료를 해주고자 하는 것이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내가 죽고나면 우리아이는 어떻게 살아갈까?” 뇌성마비 환아를 자식으로 둔 부모의 한숨 뒤엔 자식에 대한 사랑과 연민으로 가득차 있다.

자신의 죽음보다 뒤에 남을 아이걱정을 먼저 하는 것이 대다수 한국 부모들의 마음인 것 같다.

이러한 아이들이 주변사람들의 도움없이도 살아갈 수 있게 도와 주는 것이 뇌성마비 치료의 근본이 된다.

다시 말하면 환아의 보행장애를 개선시켜 독자적인 이동이 가능하게 하고 자신이 가진 잠재적인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여 가급적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야 말로 뇌성마비 치료의 최종목적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먹는 약을 사용할 수도 있고 또 최근 주름살 없애는 주사로 더 알려진 보톡스(원래는 뇌성마비의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기위해 개발되었음)주사를 맞힐 수도 있지만 이런 보존적 요법으로 경직을 줄이는데는 한계가 있어 궁극적으로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뇌성마비의 증상이 다양하듯이 수술적 치료법도 그 방법이 하도 다양하여 외과의사입장에서는 과연 어떤 방법을 택하여야 환자가 좋아질까 하고 항상 고민하게 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허리 디스크 등이 있는 환자에서 하지 않아도 될 수술을 해서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척추수술과는 달리 뇌성마비 수술은 환자의 남아있는 근육기능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수술을 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즉 의사는 환자가 가진 최대한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조건을 만들어 주고 도와주는 조력자로써의 역할에 머물러야하고 환자나 보호자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재활의지가 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수술을 하기로 어렵사리 결정하고 힘든 수술을 받고 재활을 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뇌성마비 수술은 혼자 못 걷던 아이가 수술과 재활 과정을 거쳐 혼자 걸을 수 있게 되는 놀라운 치료효과를 보이는 몇 안되는 정형외과 질환 중의 하나이며 소아정형외과 의사가 되기를 잘했다고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일 중의 하나이다.

부산에서 태어난 박수성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에서 소아정형, 사지기형교정 및 뇌성마비 담당교수로 재직중이다. 장애 아동에 대한 배려가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치는 현실에서 다리에 생긴 기형이나 뇌성마비로 인해 보행이 힘든 이들을 치료하여 장애의 정도를 최소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이 칼럼을 통하여 장애와 연관된 여러 질환들에 대한 유익한 의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장애인 또는 그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한다. ◆ 홈페이지 : www.hib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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