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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잘 할 수 있어" - "난 못해"

못한다는 말을 못하고 눈물만 투덕 투덕…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3-09-26 11:34:41
어릴 때부터 가장 많이 듣던 말 세 가지.

"넌 안 돼."
"너 같은 아이는 한쪽에 가만히 있어."
"누가 너 같은 아이를 인정해주겠니?"

그때마다 나는,
"난 할 수 있어."(퉁명스럽게)
"난 잘 할 수 있는데…."(손가락을 빼물고 울먹이면서)
"난 잘 할 수 있단 말이야."(오기로 독이 오른 상태로)

이런 일을 늘 반복하다 보니까 잘 할 수 없는 일에도 "나는 잘 할 수 있어"라고 큰소리치다가 낭패 당하는 일이 여러 번 있다.

20대 때, 중등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서류를 제출하는데, 지정병원에서 신체검사를 하고는 그 결과를 내는 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거기에서 나는 불구 폐질자로 분류되어 탈락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산교위 중등교사 순위고사에서 장애라는 이유로 면접에서 탈락된 수험생이 생겨났다. 그래서 정립회관 황연대 관장님이 그 상황을 타개해보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오셨는데, 나까지 포함해서 교위측에다 재고를 요청했다.

이미 신문에서 기사화되기도 해서 교위측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라 우리 두 사람을 다시 만나주었는데, 그 자리에서도 우리가 한 말이라곤,

"우리도 할 수 있어요."
"아니, 더 잘 할 수 있어요."

라고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이었다.

그 때 교위측의 담당자가 우리를 그 건물의 계단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거기를 올라가 보라고 지시했다.

장애를 가진 우리가 거기를 잘 오르내릴 수 있는가를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부산의 수험생 아가씨와 나는 그들이 엄격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그 앞에서 다리를 절룩거리며 열심히 그 계단을 올라갔다.

아무리 잘 올라가봤자, 그들의 눈으로 보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그 짓을 우리는 참으로 진지하게, 그리고 열심히 보여주려고 애를 썼다.

참으로 순진한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 시절의 그 사람들은 우리의 순진함을 그렇게 함부로 사용해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흐르고, 나는 나처럼 장애를 가진 남자와 결혼이라는 걸 하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장애인끼리의 결혼이란 자기 함정을 스스로 파는 자기도피처럼 인식되어서 주변의 반대가 심각했다.

우리 엄마는 상대방을 만나보려고도 하지 않았고 직장에서도 은근히 압력이 심했다. 그런 와중에 우리 시어머니 될 분만 씩씩하게 우리의 결혼을 찬성하고 나섰다.

나는 그런 시어머니한테 미안했다. 아들한테 겪은 마음고생도 심할 터인데 며느리까지 장애인이어야 하다니 어머니가 견뎌내고 있는 마음의 짐이 얼마나 클 것일지, 나는 죄송스러운 마음이 많았다.

그래서 신랑 될 사람한테 그랬다.
"어머니께 너무 신경 쓰시지 말라고 그래요. 다 잘 할 수 있다고 말씀드려. 나는 다 잘 해 낼 수 있어. 살림도 잘 살고 아이도 잘 키울 수 있어."

그러나 기저귀를 빠는 일에서부터 나는 당장 난관에 부딪쳤다. 기저귀를 일단 손으로 빤 다음에는 불 위에 옮겨서 푹푹 삶았다가 다시 세탁기로 돌려야 하는 그 과정이 너무나 힘들었다. 앉아서 빠는 건 빤다고 해도, 불 위에 있는 빨래를 가져와서 세탁기에 다시 넣고 빼는 그 과정이 나로서는 불가항력이었다. 나는 삶은 솥단지를 들고 올 수가 없으니까 그걸 손잡이가 있는 양동이에 옮겨서 세탁기에 갖다 날라야했다.

지금은 모두 자동세탁기이지만 그때만 해도 수동 세탁기가 많아서 빨래와 탈수과정에 일일이 손으로 옮겨주어야 했는데, 우리 시어머님은 유난히 더 깔끔하셔서 헹구는 건, 꼭 수돗물을 틀어놓고 손으로 해야만 했다.

그러니 한 과정이 끝나면 빨래를 내렸다가 헹구어서 또 세탁기 통에 담아야 했으니, 앉았다가 섰다가 반복하는 그것만으로도 나는 지쳐버렸다. 그러나 잘 할 수 있다고 큰 소리를 펑펑 쳤으니 어쩌랴?

그리고 기저귀 널기.
빨랫줄이 마당 한 복판에 있어서 기댈 곳이 없는 나는 늘 아슬아슬하게 한 손으로 목발을 짚고 한 손으로 빨래를 널어야 했다. 두 손으로 빨래를 쫙- 쫙- 펼쳐서 널어야 반반하게 마르는데, 한 손으로 하자니 언제나 빨래가 주글주글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시어머니 왈, "얘, 빨래를 이렇게 하면 어떡하니!"
울 어머니는 손끝이 맵차기로 소문나신 분이라 그런 걸 참아내기 참으로 힘드신 경지였다.

"어머니, 전 그렇게 못해요" 그러면 될 것을,
그렇게 한 마디만 하면 눈치 빠른 울 시어머니가 재꺽 알아들으실 것을,
나는 내 입으로 못한다는 말을 이 세상에 내면 죽을 것 같아서, 내 인생은 그것으로 매장될 것 같아서 그 말을 못하고 속으로 눈물만 투덕 투덕…

이제서야 뒤늦게 나는 이 세상을 향해 외친다.
"난 못해!"
"난 힘들어!!!"
"난 힘들단 말이야∼잉∼∼."

김미선 (msmo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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