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많은 장애인들이 그러한 것처럼 나도 어릴 때부터 병약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고, 나가면 용감하게 왁왁 댔지만 집에 돌아오면 뻗어버리고, 손발이 차서 여름이면 사람들이 내 손을 잡고는, 찹찹해서 좋다고 놓아줄 줄을 모르고, 생리통이 심했고 생리 전에는 심한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다.

30대 후반부터는 늘 어깨가 아프고 목이 뻣뻣해서 계단을 오르내리며 전철로 외출을 다녀온 다음날이면 목에 심한 담이 붙어서 간신히 침을 맞으러 다니기도 했다.

한쪽 다리로 서서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허리와 배가 끊어질 듯이 아파서 기듯이 자리에 들어와 누우면 남편이 한참동안 허리와 배를 주물러주어야만 그 통증이 가시곤 했다. 뒤에 더 심해졌을 때는 온몸의 뼈마디들이 다 아파서 노인네처럼 등이 배겨 잠자기도 어려웠고 아침에는 손가락 마디들이 다 아파서 서랍도 못 열고 기어다니기도 힘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평소에 건강문제를 소홀히 했던 것도 아니었다.

결혼하고 나서부터는 야채 위주의 현미 잡곡식을 일찍이 시작했고, 어떻게든지 시간을 내어서 산보도 부지런히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도 건강이 무너지려니 한꺼번에 와장창 무너지고 말았다.

병원에 가도 종합검사만 해볼 뿐, 몸의 상태가 나쁜 것쯤이야 어쩔 수 없지 않겠수? 라는 얼굴로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했다.

한의원에서는, 원래 원기가 약한 몸에다가 지금은 기운이 다 빠진 상태라, 약을 한 두 재 먹어봤자 어림도 없을 것이라 먹으려면 평생을 먹어야된다고 그랬다.

태어나서 학교를 다니고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는 관문을 겪을 때마다 장애라는 문제에 걸려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던 인생이 이제 외부의 관문이 없어지고나자 내 몸이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고 뻗어버리고 만 것이다.

내 인생이 어찌 이 모양이란 말인가!!!

보약도 먹고 기능성 건강식품도 먹었지만 처음 먹을 때만 빼곡할 뿐, 더 이상 획기적으로 나를 살려주지는 않았다.

그때 나를 살려준 것은 텔레비전에서 시리즈로 방영한 '대체의학 현장'이라는 다큐였다. 불치병을 치료하고 있는 세계 각 곳을 찾아다니며 거기에서 실시하고 있는 여러 노하우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나는 그걸 보자 눈이 번쩍 뜨였고 이제는 살 길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시작된 건강법이 이제 거의 10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내 몸은 내가 관리할 수 있을 만큼 좋아졌고, 무엇보다도 건강하지 못함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다 알다시피, 건강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한 마리로만 말해보라고 한다면 그건, 깨끗한 흡수와 시원한 배출이다.

그 중에서 지금의 배부른 현대인에게 더 필요한 것은 시원한 배출이다.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모든 기능이 떨어져 있는데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자꾸 갖다 넣기만 하면 이것이 원활하게 흡수될 리가 없다. 잘 흡수되기 위해서는 먼저 몸을 비워야 한다.

더구나 한번 나빠진 건강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비움의 철학이 너무나 절실하다.

이건 몸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영혼까지 적용되어야 하는 가장 광범위한 원리이자 철학이다.

우선 몸을 비우는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시원한 배변.

그리고 중요한 것이 땀이고 그리고 호흡이다.

호흡도 들이마시는 것만 생각하기 쉽지만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숨을 내쉬는 일이다. 우리는 깊은숨을 내쉴 때 가장 편안해지고 긴장되어 있던 몸이 이완된다.

자신의 몸을 이완시킬 수 있는 방법만 획득할 수 있다면 건강의 반은 이미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어쨌거나 몸 안의 노폐물을 잘 배출시키기 위해서, 광고매체마다 변비해소, 장 청소 라는 타이틀이 대문짝만하게 실리고 요즘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사우나, 찜질방, 달리기, 각종 운동들도 다 여기에 해당된다.

나는 대체의학 현장에서 풍욕이라는 종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건강법1 - 풍욕

대체의학 현장에서 풍욕하는 장면을 보는 순간, 나는 머리 뚜껑이 확 열리는 것 같았다. 가만히 앉아서도 운동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 드디어 내 눈앞에 나타났던 것이다.

또한 나는 알레르기 비염을 오랫동안 앓아 왔기 때문에 코 안이 늘 부어 있어서 호흡이 원활하지가 못했다. 그렇다고 땀을 흘릴 만큼 운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렇다면 피부로 호흡을 나누어서 해주면 전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음 날부터 실내문을 열어놓고 발가벗은 채로 면으로 된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렇게 눈과 코만을 빼곡이 내놓고 3분 정도 있다가 이불을 확 벗어재끼고는 온몸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한 때가 9년 전 2월이었으니까 아무리 실내라고는 해도 벗은 맨몸으로는 쌀쌀하기 그지없을 때였다. 그래서 나는 맨살에서 불이 나도록 열심히 부벼대다가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고 3분을 꼼짝없이 있다가 또 벗어재끼고 그렇게 온몸을 문지르기를 9번씩 반복했다.

뒤에는 정강이 뒤나 겨드랑이에서 땀이 촉촉하게 배어나왔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이 방법은 피부를 활성화시켜서 피부호흡을 촉진시키는 것인데 그것이 활발해지니까 운동을 하지 않고도 땀이 나오는 것이다. 또 사람 손에는 누구나 치유의 에너지가 실려 있어서 몸을 좋게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자신의 몸을 간절히 어루만지고 있으면 그 의념(意念)이 그대로 이루어진다. 내 손이 약손이라면서, 자애로운 할머니의 손으로 어린 손자의 배를 어루만지고 있으면 아프던 배가 씻은 듯이 나았던 기억을 누구나 한 두 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단적인 예다.

사람의 몸 중에서 가장 넓은 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피부는 피부단련 자체만으로도 건강을 크게 향상시켜준다.

그리고 이불을 뒤집어썼다가 벗었다가 하는 방법은 피부를 따뜻하게 했다가 차갑게 만드는 것을 반복함으로 피부가 건강하게 단련되어짐은 물론 말초혈관들의 순환이 좋아지게끔 하는 작용을 한다.

이것을 더 심화시킨 것이 찬물과 따뜻한 물을 오가는 냉온욕법이지만, 내 생각에는 노약자이거나 혈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풍욕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풍욕은 온도의 변화도 변화이지만 자신의 손으로 피부를 문질러줄 수 있다는 가장 큰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숲속에서 할 수만 있다면 피톤치드라는 자연의 효소를 자연스럽게 피부로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을 체험할 수가 있다.

실지로 대체의학 현장이나 단식원 같은 데에서는 담요 한 장씩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 이러한 방식으로 힐링을 하고 있다.

(다음에 계속 됩니다)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일찌감치 바느질을 배워 혼자서 살 궁리를 하라는 부모님의 말을 거역하고 울며 불면서 억지로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가장 되고 싶었던 것은 국어 선생님이었고 다음에 되고 싶은 것은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교사임용 순위고사에서는 신체상의 결격으로 불합격되어 그나마 일년 남짓 거제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임시교사를 한 적이 있고, 다음에 정립회관에서 상담교사로 근무를 하다가 2급 지체장애인인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다. 그리고 87년에는 친구처럼 듬직한 아들을 낳았고 94년에 동서문학 소설부문 신인상으로 등단을 했다. 김미선씨의 글은 한국DPI 홈페이지(www.dpikorea.org)에서도 연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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