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다른 말로 하면 리듬에 맞추어 몸 흔들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칭으로 굳은 근육과 뼈마디를 펼 수는 있지만 좀더 자율적인 율동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리듬이 필요하다. 어린 아기들이 음악만 나오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즐겁게 몸을 흔드는 것처럼 사람은 누구나 리듬을 타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더구나 양자역학이 밝혀지면서 아무리 딱딱한 물체라 하더라도 이걸 더 미시적인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독자적인 주파수로 진동하고 있는 허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질의 본질은 입자이면서 동시에 진동하고 있는 파장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인체는 음악을 탈 때 그 진동이 가장 활성화된다.

둥둥 울리는 북소리를 들으면 우리의 심장이 쿵쿵 울리는 것 같고 징소리를 들으면 온몸의 가장 깊은 곳까지 공명하여 때로는 뜻하지 않게 뜨거운 눈물이 쏟아지기도 한다. 그래서 젊은 아이들이 소음 같은 음악에도 그토록 열광하여 춤을 추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아무리 시끄러운 음악이라도 거기에는 일정한 리듬이 있기 때문이다.

시계도 뚝딱뚝딱 좌우로 몸을 흔들면서 시간을 맞춰나가는 것처럼 인체도 음악을 타고 좌우로 흔들흔들 흔들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처음에는 잘 흔들어지지 않고 삐걱대던 몸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음악의 리듬을 타고 더 민첩하고 더 부드럽게 움직여진다. 눈을 감고 음악을 타고 흐르는 몸의 느낌에 집중하면서 흔들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다못해 어떤 열락의 경지까지도 이를 수 있다.

많은 깨달음의 성인들이 '현재 지금의 자리'를 충실히 살아라라고 말하고 있다.

얼마 전에 방한했던 틱낫한 스님도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을 떼는 그 순간에 몰입하여 살면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간의 속성이란 늘 과거와 미래를 바쁘게 오가면서 현재를 유보하고 있다.

과거란 후회와 아쉬움의 영속이었고 미래는 밑진 과거에 대한 보상으로 더욱 더 화려해야 할 숙제이자 의무로 다가온다. 그것을 위해 '지금'의 시간을 허겁지겁 보내면서 '내일'에 대한 준비만 된다면 현재는 썩어문드러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행복해야 할 '미래'는 언제나 '현재'라는 주춧돌 위에 세워지는 건물일 뿐이다. 지금이 존재하지 않는 한 미래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열심히 산다고 뼈빠지게 살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와르르 무너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론은 그렇지만 현재 내가 존재하는 이 자리에서 최선의 행복을 누리며 사는 일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음악을 타면서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손쉬운 현재의 충만함이 아닐까 싶다. 이 순간만은 우주의 큰 진동 속에 내가 포함되어 있다. 어쩌면 내 속에 우주가 포함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리듬을 타고 진동하고 있는 나는, 우주의 큰 진동과 함께 공명되어서 작은 나를 넘어 큰 우주와 한 몸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인체를 일러 소우주라고 하는 것처럼, 그래서 가장 작은 세계도 가장 큰 세계도 서로가 꼭 닮아 있다는 것을 프렉탈 이론이라고 한다. 태양의 주위를 도는 아홉 개의 별은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를 상징하고,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대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의 축소판이라고도 한다.

전자 이야기가 나오니깐 갑자기 가수 송창식씨가 생각난다. 송창식씨는 언제부터인가 제자리에서 재빠르게 뱅글뱅글 도는 것으로 하루의 운동을 시작한다고 한다. 몇 시간을 돌아도 어지럽지도 지치지도 않고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개운해진다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도 풍욕과 참선으로 몸이 깨어나기 시작할 무렵, 목욕탕에 가서 앉아 있는데 저절로 몸이 빙글빙글 돌아지는 것이었다. 처음이라 좀 어지러운데도 기분이 너무 좋아서 도저히 멈추고 싶지가 않았다.

듣기에 따라서는 좀 희한한 예일 수도 있지만, 이런 걸 보아도 우리 몸은 결국 원자핵을 도는 전자처럼 돌면서 진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우리의 세포는 끊임없이 진동하고 회전하고 있다. 이걸 더 활성화시켜주는 것이 음악을 타고 몸을 흔들어주는 것일 것이다. 어쩌면, 이제는 지쳤어, 라고 움직임이 둔해지고 있는 세포일지라도 음악을 타고 내가 생기발랄하게 흔들고 있으면 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 깜짝 놀라서 다시 진동을 활발하게 시작할 지도 모른다.

우리 남편은 하루 세시간 넘는 운전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한다. 게다가 완벽을 추구하는 쉽지 않은 성격이라서 언제 어디서나 어깨가 아프고 목이 뻣뻣하다고 비명을 질러댔다. 처음에는 이러다가 큰일 날까봐 주물러주었고 뒤에는 매일 아프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주물러주었지만 남의 손으로 풀어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더구나 내 손에 중독되다시피한 남편의 어깨는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손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 얄밉기조차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나와 같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이라야 별게 아니다. 신나는 댄스 음악을 틀어놓고 각자 편한 상태에서 그 리듬을 타고 몸을 흔들어주는 것뿐이다. 몸을 풀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지만 이제는 그 시간, 그 상황 자체가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게 되어버렸다. 더구나 이제는 내 손으로 남편의 어깨와 목을 풀어주지 않아도 아프다는 소리가 어디론가 쏙, 사라져버렸다.

자세도 제각각이어서 나는 엉덩이 뒤쪽을 약간 높인 방석 위에 앉아서 몸을 주로 흔드는 편이고 남편은 사자처럼 두 손과 두 팔을 바닥에 대고 엎드려서 몸통을 빠르게 흔들어준다. 처음에 나는 앉기만 하면, 마치 상모 돌리는 머리처럼 정신 없이 목을 흔들어재끼곤 했다. 그러면서 두툼했던 목과 어깨살이 빠지고 통증이 없어졌다.

이야기가 너무 잡다해졌죠?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조용한 시간을 잡아서 경쾌하고 마음에 드는 음악을 켠다.

2. 그리고 그 음악에 집중하면서 의도적으로 먼저 몸을 흔들어본다.

3. 조금 지나면 몸이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처음이라서 익숙하지 않을 때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함께 하면 좋습니다.

- 다음에도 계속됩니다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일찌감치 바느질을 배워 혼자서 살 궁리를 하라는 부모님의 말을 거역하고 울며 불면서 억지로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가장 되고 싶었던 것은 국어 선생님이었고 다음에 되고 싶은 것은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교사임용 순위고사에서는 신체상의 결격으로 불합격되어 그나마 일년 남짓 거제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임시교사를 한 적이 있고, 다음에 정립회관에서 상담교사로 근무를 하다가 2급 지체장애인인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다. 그리고 87년에는 친구처럼 듬직한 아들을 낳았고 94년에 동서문학 소설부문 신인상으로 등단을 했다. 김미선씨의 글은 한국DPI 홈페이지(www.dpikorea.org)에서도 연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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