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노루(우리집 강아지 이름- 찌와와 잡종으로 노루 같이 생겼다는

내 첫 대면 소감에 엄마가 그 자리에서 지은 이름) 정말 웃긴다

누구한테 잘 보여야 밥을 얻어 먹는지를 아는 거 있지

둘째 언니가 부엌을 장악하고 있을 때는

둘째 언니만 졸졸 따라다니는 거야

처음엔 둘째 언니는 노루 싫어했거든

근데 자기가 이리 가면 이리 쫒아오고 자기가 저리 가면 저리 따라온다고 그리고 자기 무릅 위에만 앉으려고 한다고 자기를 좋아하는 것 같데나 어째데나 하면서 이뻐하기 시작하더라구

그래서 먹을 것, 잘 줬지

근데 둘째 언니 뉴질랜드로 떠나고 첫째 언니가 와서 부엌을 차지하니까 당장 태도가 돌변한거 있지

요즘은 첫째 언니만 졸쫄 따라 다녀

자기 살 길을 아는 거야

난 그것도 모르고 노루가 너무 불쌍해서

'노루야 할머니 안계셔서 어떻하니 "하면서 노루 때문에도

가슴이 아팠었는데

다 소용 없다니까

사람들은 벌써 엄마의 부재에 익숙한 것 같애

나만 부적응 상태야

난 세상을 사는 처세술이 노루만도 못한가봐

지금 노루 내 책상 밑에서 자고 있는데

배신자 라고 씩씩거릴 때 마음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또 다시 불쌍해지네

'노루야 이제 큰 언니 부산 가면 다른 할머니가 오실텐데

어떻하니? '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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